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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시평] 이보 전진을 위한 확실한 일보 후퇴-작금의 공천 풍토를 우려함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발행인 | 승인 2020.03.20 22:25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많이 진척되었다고는 하지만 이게 일부분의 평가밖에 되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 촛불혁명으로 대통령을 퇴진시키고 코로나19에 대한 대처를 보고 한국의 민주주의를 칭찬하는 외신들이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것도 일면적 고찰에 지나지 않는다.

안팎에서 인정하듯이 국민의 민주주의 의식은 많이 고양되었다. 위에 든 촛불혁명과 코로나19의 성숙한 대처는 칭찬받을 만하다. 그러나 최근 일어나고 있는 정치하는 동네의 행태는 민주주의와는 멀어도 한참 멀리 떨어져 있다. 대표적인 것을 들라면 비례공천을 꼽을 수 있겠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비슷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치 제도 상 민주주의 발전의 한 축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 장난 치고 있는 거대 두 정당을 보면서 부아가 치민다. 국민을 개ㆍ돼지 취급하는 것 같아서이다. 두 당은 민주주의에 한참 동떨어진 일들을 버젓이 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이야 작년 선거법 개정 작업에서 부터 결사 반대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제1야당으로서 의석 수 확보에 불리하다는 이유에서다. 단순 계산으로서는 그들의 생각이 맞다. 이 제도가 군소정당에 득표율을 따라 비례대표를 우선 배치하는 것이니 불리한 측면이 있다.

이럴 때 어떤 방법을 택해야 하나. 국민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당을 국민 친화적으로 만들어 지역구 의석을 더 많이 얻도록 노력하는 것이 옳다. 시각을 과거에 고정시켜 놓고 선거법 개정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국민의 동의를 받아내기가 어렵다. 민주주의는 토론을 거쳐 다수결로 결론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자한당(미래통합당 전신)은 물리력으로 막으려 했다.

손자의 병법 5계에 '이이제이(以夷制夷)'라는 게 있다. 중화사상에서 나온 싸움의 전술 중 하나인데 오랑캐는 오랑캐를 이용해서 제압하는 것이다. 또 함무라미 법전에 동해보복법(同害報復法)이라는 게 있다. 입은 피해의 양만큼 보복을 하는 것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아마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공천 갈등을 겪다가 결국 물러난 미래한국당 한선교 전 대표(오른 쪽)와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이 이런 데에서 암시를 받았을까. 꼼수에는 꼼수로 대응한다며 위성 정당을 만들었다. 지역구는 자기당 후보를, 비례 대표는 위성 정당 이른바 꼼수 정당을 찍게 해서 의석수를 확보한다는 계산이다. 그리고 노골적으로 꼼수당에 표를 달라고 애걸한다. 선거는 교육의 측면이 없지 않은데 대놓고 꼼수를 가르치고 있는 격이다.

정치하는 동네니 그러려니 생각한다. 그러나 여당까지 여기에 장단 맞추는 데에는 어이 상실이다. 야당에 제1당을 내 주어서는 안 된다며 비례 대표 용 위성정당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손자(孫子)의 위력은 이런 데에서도 힘을 발휘한다. 여당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이제이 전법을 생각했음직하다.

여당이 내 세운 명분도 변변치 않기는 미통당과 마찬가지다. 제1당을 야당에게 빼앗길 수 없다, 그렇게 되면 국회의장도 야당 차지가 된다, 발목잡기 선수들(?)이 정부 정책을 사사건건 물고 늘어질 것이다, 급기야 대통령 탄핵까지 갈 수 있다.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선 위성 정당을 만들 필요가 있다. 물론 그럴 개연성이 없지 않다.

정치가 애들 소꿉장난보다 못할 때가 많다. 거대 양당과 위성 정당의 관계를 보니 뭐가 뭔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특히 공천을 손바닥 뒤집듯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을 보니 가관도 아니다. 공관위를 자기들이 꾸려놓았다. 관여 안 할 테니 재량껏 심사해서 공천자를 발표하라고 했다. 공천 개혁의 명분 아래 그런 방향으로 비례대표를 발표했다.

그 공천안이 미래통합당 지도부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미래통합당의 위성 정당이 모당(母黨)의 말을 듣지 않았다며 공천안을 백지화하고 다시 뽑는다고 한다. 국민을 조금이라도 두려워하는 정당이라면 이럴 수는 없다. 아이들의 소꿉장난에서도 그들 나름의 넘지 말아야 할 선(기준)이 있다. 애들 장난도 아닌데 이게 뭔가!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비례연합정당을 준비하는 실무진들이 비례연합정당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오십보백보다. 연동제 비례대표제를 어렵게 통과시켰으면 정권을 빼앗기는 한이 있더라도 법의 취지를 따르는 게 책임 있는 여당이 취할 자세다. 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슬그머니 위성정당을 만들려 했다. 거기에 명분이 필요했다. 군소정당과 원로들이 포함된 시민단체와 함께 비례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추진 과정에서 일어났다. 위성 정당을 처음 제안한 범 진보 진영 원로들 중심의 정치개혁연합과는 선을 긋겠다고 했다. 보다 다루기 쉬운 친문 세력과 '조국 수호' 세력이 주축이 된 '시민을 위하여'와 손을 잡고 위성 정당을 창당하겠단다. 이런 정신 상태로 국민들에게 어떻게 표를 달라고 할 것인가.

그것 뿐이 아니다. 정치 도의를 무시하고 위성 정당 말을 꺼낼 때 더불어민주당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자신들은 비례대표 후 순위를, 군소정당은 당선 가능성이 높은 앞 순위를 안배하겠다고…. 이 약속도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치적 욕심은 세상 보는 눈을 흐리게 만드는 모양이다.

정치하는 동네만큼 공수표가 남발되는 곳도 없다. 모질지 못한 사람은 정치에 발을 담그지 않는 곳이 좋다. 이게 평소 내 생각이다. 지금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지나친 정치적 욕심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미통당은 위성 정당 지도부가 마음에 안 든다며 도중 하차시켜 버렸다. 공관위에서 발표한 비례대표를 없었던 것으로 하고 다시 선정할 모양이다. 과연 후폭풍이 없을까.

자신의 욕심 또는 자신이 속한 당에 집착하면 민주주의의 발전은 요원하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가 필요할 때는 확실하게 후퇴해 주어야 한다. 국민은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 정치인들은 그런 모습을 애써 외면한다. 높은 민도의 국민은 천박한 민주주의에 자족하려는 정치인을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생각들 잘 하시라!

발행인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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