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이 활개 칠 수 있는 교계 풍토

전광훈을 시대가 요구하는 선지자라며 맹종하는 기독교인들이 있다. 대통령을 '놈', '새X'라고 부르며 태극기 집회장에서 호기를 부릴 땐 솔직히 나도 그를 보통사람과는 달리 보았다. 재야와 극우 정당을 왔다 갔다 하며 아직도 객기를 부리고 있는 정치하는 연상의 사람들을 수하 부리듯 하는 것도 범상하게 보이지 않았다.

전혀 자격 미달인 사람이 한기총 대표회장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수단꾼 전광훈이 아니면 기대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전광훈을 저렇게 키워 준 것은 두 집단의 공로이다. 하나는 성장제일주의와 형식주의에 빠져 신앙의 본질에서 벗어나 있는 교계이다. 부패한 종교는 그에 맞는 얼치기 지도자를 만들어내기 마련이다.

두 번째는 가치 상실의 정치적 난맥상이다. 정치가 바로 서 있지 못하니 목사가 정치하는 동네를 헤집고 다닐 수 있는 것이다. 정치는 정치(正治), 즉 바르게 다스리는 것인데, 꼼수가 난무하니까 그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 정치 목사가 행세를 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목사들이 유별나게 세속 정치에 관심이 많다.

거대 정당의 끊임없는 욕심

지난 정기 국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이 통과되었다. 이것의 골자는 사표(死票)를 줄여서 소수당을 배려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지난 정기국회 때 자한당을 제외하고 나머지 정당(4+1)이 합의해서 어렵게 통과시켰다. 이것에 대응해서 나온 것이 미래통합당의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이다. 이른바 꼼수 정당이다.

선거의 제일 목표가 많은 당선자를 내는 것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즉 교육적 효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를 보면서 민주주의를 배우며 정의로운 사회를 꿈꾼다. 강자 독식이 아니라 약자와 함께 국정을 논하는 과정을 그리게 된다. 편법과 꼼수가 아닌 정당한 사회가 어떤 것인가를 학습하게 된다.

아무리 의석 욕심난다고 해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1당이 되고 싶은 마음이 충동질한다고 해도 자라나는 세대의 교육적 관점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창당은 꼼수정당으로 미성 세대에게 독약을 먹이는 것과 같다. 꼼수도 삶의 한 방편임을 그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되니까.

더불어민주당도 똑 같다. 제1당을 뺏기지 않으려고 위성정당을 만든다? 대통령이 탄핵을 당할까봐 미래통합당을 따라 꼼수 정당을 만든다? 과연 원칙에 부합하며 정당성을 인정 받을 수 있을까?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행위이다. 두고두고 따라다니는 쇠코뚜레가 될 것이다. 내가 감히 예언을 한다.

전광훈과 오합지졸(烏合之卒) 범투본

이 글의 키워드는 ‘찌질이’ 전광훈이다. 그는 검경(檢警)의 구속 영장을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다가 3.1절 태극기 집회를 앞두고 구속되었다. 코로나19 사태만 아니었다면 또 구속을 면했을지 모른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다중(多衆)이 모이는 집회를 통해 쉽게 퍼진다. 크고 작은 모임이 취소될 때, 3.1절 태극기 집회가 계획되었다.

소위 전광훈이 이끄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가 코로나19 경계 발령 중에도 이 집회를 강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집회를 며칠 앞두고 전광훈이 구속된 것이다. 태극기부대 중심의 범투본 주최 집회가 오합지졸(烏合之卒)의 집회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전광훈의 구속으로 그 집회를 더 이상 끌고 갈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회가 꼭 필요한 투쟁 조직이고 대의에 복무하는 건강한 조직이라면 계획이 쉽게 취소되지 않는다. 단체 리더 한 사람 구속된다고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태극기부대의 광화문 집회는 취소되고 한 예배당에서 약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것조차도 코로나 시국을 도외시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금방 바닥 드러낸 전광훈의 허장성세(虛張聲勢)

그것은 그렇다고 치자. 이 글의 주제는  '찌질이'  전광훈이다. 전광훈은 구속되면서 감옥 앞에서 맹종자들에게 큰 소리쳤다. 문재인 정권과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 감옥 안에서 불의한 정권과 투쟁하겠다, 죽어서 나오겠다며 허풍을 떨었다. 맹종자들은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그의 얼굴에 이글거리는 분노의 표정이 그들에겐 결연한 의기(義氣)로 받아들여졌다.

난 찌질이 목사들의 허세를 많이 보아왔다. 전광훈의 객기가 쉬 꺾일 것이라고 단정했다. 아니나 다를까, 구속된 지 며칠 안 지나 자신의 구속이 정당한지 아닌지 판결해 달라는 취지의 구속적부심을 재판부에 청구했다. 그의 신청은 당연히 기각되었다. 이유 없다는 것이다.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구속된 그의 혐의는 분명해 보인다.

전광훈의 맹종자들은 불쾌하게 생각할 것이다. 내가 왜 굳이 전광훈 이름 앞에 '찌질이'란 수식어를 붙였을까. 그 이유를 밝힐 필요가 있겠다. 찬찬히 읽어 보기 바란다. 정당한 비판은 얼마든지 받아 토론을 할 용의가 있다. 그러나 감정에 휘둘린 근거 없는 비방은 수용하지 않겠다.

전광훈과 그를 맹종하는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좌파로 규정한다. 대통령의 정책을 사회주의에 가까울 뿐 아니라 멀지 않아 공산주의로 바뀔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김정은에게 나라를 갖다 바칠 것이 틀림없다고 믿는다. 과연 그럴까? 확증편향에서 오는 무지의 소치다. 정신병적 히스테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런 냉전적 시각으로 자신의 존재의의를 높이려는 것이 놀랍다. 그야말로 이런 사고(思考)는 망상(妄想)에 지나지 않는다. 21세기 대명 천지에 6.25 직후에나 통할 법한 이념 논리로 사회에 갈등과 분란을 일으키는 것이 가당치나 한 일인가. 이것은 국가 발전을 저해하고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짓에 다름 아니다. 사회의 암 덩어리이다. 

사법부에 여섯 번 구속적부심 청구한 사람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인정하기 싫으니 내려오라고 한다. 그래서 전광훈이 자기를 따르는 이들과 급조한 단체가 '문재인하야...'로 시작하는 긴 이름의 단체이다. 여기서 의문점이 하나 생긴다. 왜 '탄핵'이나 '퇴진'이 아니고 '하야(下野)'일까? 하야는 외부의 힘이 아니라 스스로 내려올 때 쓰는 단어 아닌가.

극우세력들은 지금 행정부ㆍ입법부ㆍ사법부를 모두 문재인 좌파 정권이 접수했다고 말한다. 그뿐 아니라 방송ㆍ신문도 조중동과 몇몇 종편을 빼고는 좌파 정권에 다 넘어갔다고 탄식한다. 나라가 위태롭다고 난리다. 문재인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적폐 청산, 즉 기득권 해체를 좌파적 현상으로 본다면 그들의 말이 맞다.

전광훈이 구속적부심을 여섯 번이나 청구했다고 해서 잠시 웃었다. 보통 사람은 한 번도 하지 못하는 것을 말이다. 3권 분립은 민주주의의 대의(大意)이다. 사법부가 문재인 정권의 수중에 들어갔다고 보는 전광훈이 그 사법부에 구속적부심을 여섯 번이나 청구했다니! 얼마나 나오고 싶었으면 인정하고 싶지 않은 정권의 법원에 여섯 번씩이나!

감옥 안에서도 문재인 정권과 싸우겠다. 죽어서 나오겠다는 호기는 다 어디로 갔는가? 난 전광훈 같은 이들은 감옥에 몇 개월만 가둬두면 사고관 자체가 바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유가 있다. 그는 가치를 따라 살아온 사람이 아니라 감정에 기반한 자기 과시에 매몰되어 살아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들은 감정 분출을 저지당하면 쉬 풀이 꺾인다.

전혀 전광훈답지 않다. 구속되자마자 풀어달라고 구속적부심 청구를 여섯 번이나 한 것 말이다. 비굴한 애걸복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찌질이도 이런 찌질이가 없다. 지도자는 자신의 가치관이 훼손될 때 목에 칼이 들어와도 타협을 하지 않는 법이다. 일제시대 때 독립투사들이 그랬고 군사독대 시절 민주화 운동을 한 활동가들이 그랬다. 

가치 있는 삶과 거짓 삶

일제 강점기 때 목회를 한 주기철 목사와 손양원 목사가 있다. 신사참배로 영어의 몸이 되었다. 일경(日警)이 그분들을 회유했다. 신사참배를 반대하지 않겠다는 한 마디만 하면 풀어주겠다고…. 회유를 끝내 받아들이지 않아 한 분은 옥사했고(주기철), 다른 한 분은 일제의 패망으로 해방이 되어서 감옥 문을 나올 수 있었다(손양원 목사).

이것은 그분들에게 본질적인 문제였다. 지켜야 할 가치관의 문제였다. 그렇기 때문에 굽히지 않았던 것이다. 전광훈 정도라면 내 보내준다고 해도 거부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문재인이 물러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다고 해야 되는 것 아닌가. 여섯 번에 걸친 그의 구속적부심 신청은 전광훈에 대한 상(像)을 어그러지게 한다.

전광훈의 잘못은 적지 않다. 난 그것을 죄의 영역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을 자기 맘대로 재단한 죄, 갈등과 분란을 몰고 다닌 죄, 이웃을 사랑하지 않고 증오하고 저주한 죄, 모두 성경 말씀에 어긋나는 것들이다. 나열하면 더 있다. 무엇보다도 전광훈은 상식에 어긋나는 언행을 밥 먹듯 했다.

오죽하면 전광훈이 믿는 하나님이 내가 믿는 하나님과 같은 분이라면 하나님 더 이상 믿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을까. 다름을 인정하고 공감할 수 있는 가치를 향해 손잡고 나가는 것이 민주 시민의 올바른 자세이다. 그리스도인은 더 그러해야 한다.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르려고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믿음이 감정의 산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말씀 위에 굳게 서 있되 이성과 상식을 무시하지 않아야 한다. 예수님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사회의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하라고 하셨다. 이것은 하고 싶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말씀을 행동으로 옮길 때 가능하다. 거짓 선지자의 선동이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 검증 속에서 하나님을 겸손하게 만날 때 가능한 것이다.

이명재  lmj2284@hanmail.net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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