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날의 풀

                         詩 / 윤수천

바람 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억센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것을 보아라

풀들이
바람 속에서
넘어지지 않는 것은
서로가 서로의 손을
굳게 잡아주기 때문이다

쓰러질 만하면
곁의 풀이 곁의 풀을
넘어질 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잡아주고 일으켜주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이보다 아름다운 모습이 어디 있으랴

이것이다
우리가 사는 것도
우리가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것도
바람 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왜 넘어지지 않고 사는가를 보아라

* 축복은 시련의 늪에서 피어난다고 했던가? 그렇다.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지금의 시련도 이겨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인은 미물(微物) 풀을 내세워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강한 바람에도 풀이 쓰러지지 않는 것은 서로 잡아주기 때문이다. 힘이 되어 주기 때문이다. 김수영은 그의 시 '풀'에서 바람이 불어오면 눕고 지나가면 일어난다고 풀의 유연성을 말했지만 윤 시인은 이 시에서 아예 손을 잡고 바람에 굳게 맞설 것을 주문한다. 풀이 연대할 때만이 가능하다. 코로나19의 엄습으로 사회가 어수선하다. 바람보다 더 매서운 코로나 바이러스! 이 신종 바이러스 앞에 손을 잡고 맞서도 버거울 텐데, 인간들은 서로 손 뿌리치기에 바쁘다. 사람이 감염되어 죽어 가는데 '네 탓'하기에 여념이 없다. 풀만도 못하다. 풀이 풀을, 또 다른 풀이 다른 풀을 넘어지지 않게 잡아 주고 일으켜 주는 것을 시인은 그래서 아름답다고 표현한다. 신종 바이러스 앞에서 극한 증오로 대립하는 인간군(人間群)을 어떻게 표현할까. 추(醜)하다는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인간이 미물인 풀보다 못할 때가 많다. 이것을 말하기 위해 윤수천은 이 시를 세상에 내 놓았다(耳穆).

편집부  gcilbonews@daum.net

편집부  gcilbonews@daum.net

<저작권자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