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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시평] 박근혜의 옥중서신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발행인 | 승인 2020.03.07 10:42

'옥중서신'하면 먼저 비장미가 감돈다. 이유가 없지 않을 것이다. 정의를 외치다가 불의한 정권에 의해 영어의 몸이 된 사람의 목소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기억나기로는 나치 정권에 저항하다가 구속된 독일의 본회퍼가 대표적이다.

박정희 군사정권에 반대하다가 이른바 통혁당 사건으로 구속된 신영복도 좋은 예가 된다. 그는 만 20년을 철창 안에서 보내야 했다. 감옥 안에 있으면서 가족들과 주고받은 편지를 묶어 책으로 낸 것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햇빛출판사)이다.

이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감옥 생활을 하면서 사유한 것을 글로 남겼다. 그중 대중에게 교훈이 될 만한 것들은 엮어 책으로 낸 것들이 많다. 보통 사람들은 경험할 수 없는 곳에서 나오는 글이어서 자신을 살피는데 유용한 도구가 된다.

그런데 이것을 흉내 내어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심기가 불편하다. 사회를 분열시키고 갈등의 파고를 높여 국가 발전을 저해한 사람이 민주화 투사라도 되는 양 '옥중 서신'이란 이름으로 측근들을 통해서 발표하고 있다.

문재인 빨갱이, 나라를 김정은에게 갖다 바치려 한다며 하야를 요구하다가 여러 가지 범죄 혐의로 잡혀 간 전광훈이 측근들을 통해 '옥중서신'이란 이름으로 낭독하는 모습을 봤다. 그것을 보고 든 첫 느낌은 '세상 참 좋아졌다'는 것이다.

기독교의 사회적인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이지만 전광훈 식의 사회 참여관에는 솔직히 두드러지가 인다. 왜냐하면 여러 부문의 기득권 수호 세력을 두둔하며 대변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의 주장을 훑어 올라가 보면 이 점이 분명해진다.

군사독재정권과 그 아류, 해방정국에서의 남북분단 옹호세력, 일제시대의 친일파... 이런 맥락에서 살펴본다면 그들에게 다수의 국민은 없었고 늘 소수 기득권 세력의 이득만 존재했다. 여기에 개념 없는 대중들이 장단 맞추며 치는 헛 손뼉이 있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측근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이른바 '옥중서신'이라는 것을 내 보냈다(사진=연합뉴스)

이 칼럼의 주제는 전광훈이 아니라 '박근혜의 옥중서신'이다. 법정에서 조차 침묵으로 일관하던 박근혜가 대리인인 황영하 변호사를 통해 '옥중서신'이라는 걸 내 놓았다. 그의 편지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정치하는 동네에선 찬반이 엇갈렸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전 국민이 코로나19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때에 정치성이 다분한 편지를 내 놓는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 국정농단의 죄로 법적 제재를 받고 있는 상태에서 정부 여당을 공격하고 제1야당을 중심으로 야권이 힘을 모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우리네 정당의 풍토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비선을 통해 국정을 농단한 사람이 감옥에서 감 내놔라 배 내 놔라 하는 것은 주제 넘는 처신이다. 여기에 장단 맞추며 부산하게 움직이는 보수 야당들도 한심하기는 매 일반이다.

정의와 진리를 외치다가 불의한 정권에 의해 구속된 정치범 또는 양심수들의 옥중 메시지는 울림이 크게 다가온다. 그렇지도 못한 사람이 핍박 받는 정치범이라도 되는 양 양심수 흉내를 낼 때 우리는 고소(苦笑)하게 된다. 분수를 벗어난 짓이기 때문이다.

총선이 40일도 채 안 남았다. 코로나19의 고비를 잘 넘겨야 한다. 사람이 죽어 가는데 병원 데려 갈 생각은 하지 않고 병의 원인이 뭔가 옥신각신하는 것은 옳지 않다. 사회 지도층인양 하는 사람들이 주의할 일이다. 코로나19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당면 과제이다.

그 다음 총선 분위기를 달구어도 늦지 않다. 그래, 정권 심판도 좋고 야당 심판도 좋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의 열매가 국민에게 귀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권 심판도 국민을 위해서, 야당 심판도 국민을 위해서... 허나 지금 정치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국민보다 정당 또는 진영 논리에 너무 젖어 있다.

국민은 단지 정권 획득의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박근혜의 옥중서신도 이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야당이 하나 되어 오는 총선에서 승리해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자신을 감옥에서 나가게 해 달라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 될까?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사족(蛇足) 하나 더하자. 박근혜의 법정 대리인이라는 유영하가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의 옥중서신을 낭독했다. 이것은 유영하의 고도로 계산된 정치행위이다. 유영하는 미래통합당의 위성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는 비례한국당 비례 공천자로 등록을 했다. 박근혜 옥중서신을 자신의 공천에 활용하려는 것은 아닌지...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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