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의 문화재』(김천시, 2019년 12월 출판)

작지만 알찬 책, 교양을 높여주는 책

부피가 작다고 우습게보면 안 된다. 관찬(官纂)이라고 가볍게 여겨서도 안 된다. 김천시 문화홍보실에서 출판한 『김천의 문화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작년 12월 출판 날짜가 찍혀 있지만 내 손에 들어오기는 올 2월 하순이다.

문화재에 관심 두는 자체가 귀한 일이다. 문화재는 그 지역의 지나온 정신을 담고 있는 보고(寶庫)라고들 한다. 그것을 우리는 전통이라 하고 실선(實線)으로 이어 역사를 만든다. 지역 문화재를 한 권의 책에 담아 엮어 내는 일을 소중하다고  말하는 이유이다.

관찬 서적이라고 했다. 김천시에서 출판한 책이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책의 판형도 유별나다. 가로 19cm, 세로 22cm. 규정된 크기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지질은 칼라 사진을 담아도 좋을 만큼 양호하다. 한 마디로 관찬답지 않게 공을 많이 들였다는 얘기다.

목차를 살펴보자. 바로 어떤 내용을 정리한 책인지 가늠할 수 있다. 책의 제목 『김천의 문화재』가 말해 주듯 김천의 국가지정 문화재, 경상북도 지정문화재, 전통사찰을 항목별로 설명해 주고 있다. 문화재라고 통칭하고 있지만 불교 관련 문화재가 대종을 이룬다.

삼국시대에 들어온 불교가 통일신라를 거쳐 고려시대까지 국교 비슷한 대우를 받으며 흥왕했다. 조선조 접어들어 왕조의 숭유억불(崇儒抑佛) 정책으로 쇠퇴하는 것 같았지만 그것은 왕실 및 상층에 해당하는 것이었고 일반 민중들은 여전히 불교를 믿었다.

따라서 근대화 이전까지 불교는 우리의 실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었다. 우리의 전통 문화재에 불교 관련 유물 유적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김천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총 91개의 문화재 중 65개가 불교 문화재이다.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말이 있다. 옛것을 익혀서 그것을 토대로 새로운 것을 알아간다는 말이다. 법고창신(法古創新)도 비슷하다.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의미이니까. 여기서 전통문화에 배태되어 있는 개념이 나온다. 단절이 아니라 이음(연결)이다.

문화재는 시공을 초월하게 만든다. 역사의 어느 지점이든  자유자재로 노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라시대를 호흡하다가 갑자기 조선조를 헤엄칠 수도 있다. 『김천의 문화재』는 발품을 들이지 않고 각 시대를 만나게 하는 가교이다. 아니다. 발품을 팔도록 유인하는 책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김천의 문화재』를 봄으로써 현장에 직접 가서 실물 문화재와 만나도록 하니까. 『김천의 문화재』를 꼼꼼히 읽으면서 책을 집필한 사람이 누구일까 궁금했다. 왜냐하면 전통 문화에 대한 도서는 출판되기까지 많은 공(功)을 필요로 한다. 필력이 있다고 해서 책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문 용어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그 방면 전공자가 아니면 쉽게 접근할 수가 없다. 따라서 완벽에 가까운 우리 글 구사는 당연하고 한문까지 어느 정도 숙달되어 있어야 한다. 근대의 문화재를 다루려면 일본어와 영어까지 읽고 해석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일전에 한 지자체의 군지(郡誌)를 살펴 본 적이 있다. 한자(漢字)의 오기뿐 아니라 문장의 자연스럽지 못 함 등으로 읽기를 중단한 적이 있다. 그러나 『김천의 문화재』는 문장이 비단결 같았다. 몇 개의 오탈자가 보이긴 했지만 전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 사계의 전문가가 정리한 것 같아서 집필자가 누구인지 물어 본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책에는 삼국시대부터 통일신라, 고려를 거쳐 조선조 말에 이르기까지 조상들의 숨결을 느끼게 하고 있다. 유물과 유적을 통해서... 국가지정 문화재로는 도리사 세존 사리탑 금동 사리기(국보 208호) 외 25개이다. 세분하자면 위 국보 외에 보물 21점, 천연기념물 1점, 무형문화재 1점, 등록문화재 2점.

경상북도지정 문화재는 모두 41개가 등재되어 있다. 무형문화재 2점, 유형문화재 13점, 기념물 4점, 도문화재 자료 22점 등이다. 여기에 신라 눌지왕 2년(408년) 창건된 직지사를 비롯하여 8개 사찰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 사찰들은 모두 조계종단 소속으로 되어 있다.

『김천의 문화재』 특징 중 또 하나는 유물 유적을 1쪽 당 하나씩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분량을 통일시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각 유물 유적을 설명한 긴 원 자료에서 꼭 필요한 것만 뽑아 1쪽에 담는 작업은 많은 공력을 요구한다. 1점/1쪽은 이 책이 전문가들보다 일반인들을 고려한 때문이 아닐까 싶다.

책의 친절함은 부록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먼저 말해 두고 싶은 것은 부록으로 수록한 내용은 고적답사를 가면 꼭 필요한 것들을 올렸다. 문화재의 종류, 문화유산헌장, 불상ㆍ탑ㆍ범종ㆍ목조건물의 각 명칭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거기에 연호 일람표, 역대 제왕 일람표를 붙이고 있는데, 완벽한 유물 유적 가이드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김천의 문화재』는 총 112쪽이다.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많은 분량의 책보다 더 유익을 얻을 수 있는 책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관찬 서적이니만큼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었겠지만 책 앞부분에 김천시를 홍보한 내용은 뺐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시의 홍보는 현재의 것인데 과거 문화재 앞에 끼어 넣음으로 책 전제를 가위 누르고 있는 느낌이 든다.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김천의 문화재에 대해 나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한 때 시(市)의 관계자와 논의를 진행했던 적도 있다. 그 일을 시에서 대신 해 주어 홀가분하면서도 고마움이 인다. 외형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내면적 성찰도 필요하다. 내면적 성찰에 우리 전통문화의 향기를 맡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김천의 문화재』를 출판한 시 관계자와 집필자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이명재  lmj2284@hanmail.net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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