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연어가 산다

                          김 성 현(시인)

흰 물살 기억으로 몸을 펼친 지느러미

획 하나 그어 놓고 세상을 읽으면서

시간의 푸른 무늬를 한 점씩 떠올린다

살에 박힌 비린 냄새 닦고 또 닦으며

천천히 풀어내는 짜디짠 소금의 생애

파도가 남긴 상처가 너무 깊고 어둡다

김성현 시인

달 없는 그 밤에도 먼 길 부둥켜안고

배냇짓 그 힘으로 여울목 차고 오르는

연어의 은빛 비늘이 햇살로 빛나는 강

* 연어는 애매모호한 물고기입니다. 민물과 바다를 오가며 삽니다. 말이 쉬워 '오가며'지 그들에게는 목숨을 건 여정입니다. 연어의 앞 한자어 '연(鰱)'은 '고기 어'와 '연할 연'을 조합한 글자입니다. 연어의 끊임없는 지구력을 함축하고 있지요. 시인은 그 연어가 ‘내 몸’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이 때 ‘내 몸’은 민물과 바다를 이어주는 어도(魚道)가 되겠지요. 사람의 무한함을 상징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시는 비유와 상징을 생명으로 하는 언어조탁(言語彫琢)입니다. 시각(흰, 푸른...)과 후각(비린 냄새), 미각(짜디짠) 등이 시공(時空)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시상의 풍요를 창출하고 있군요. 시 전체가 상징 같잖아요. 시의 주제는 '끊임없는 도전'에 '살신성인(殺身成仁)'을 결합한 것쯤이 되지 않을까요. '내 몸에 연어가 산다'는 3ㆍ4조의 어절을 기본으로 한 평시조에 해당될 것입니다. 그런데 시조 냄새가 많이 나지 않습니다. 마치 자유시 한 편을 읽는 기분에 젖게 됩니다. 현대가 요구하는 시조의 경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인이 이 시를 아끼는 이유를 알 것도 같습니다(耳穆).

편집부  gcilb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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