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음이 물씬 풍기는 날, 2월 15일(토),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정림리에 자리잡고 있는 박수근미술관을 찾았다. 아내 박성숙의 고향이기도 한 양구, 무엇보다도 관심이 가는 것은 현대 미술의 거장 박수근(1914~1965)의 출생지이다. 그를 만나보고 싶었다. 박수근은 초등학교 시절을 오롯이 이곳에서 보냈다.

우리 일행은 셋이었다. 내겐 장인이 되시는 영천 박영재 시인과 아내 박성숙 목사. 세 사람의 공통점은 예술을 사랑하며 즐긴다는 것. 박수근미술관 입구, 돌로 높은 축대를 쌓은 곳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왠 돌로 이 높은 축대를...? 박수근의 아호가 미석(美石)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아름다운 돌!

미술관 입구에 '박수근미술관'이란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Park Soo Keun Museum, 1997~2019. 1997년에 건립했으니 벌써 23년의 연륜을 쌓고 있는 셈이다. 변방의 작은 군(郡)에서 지역 출신 예술인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런 미술관을 세운 것은 칭찬받을 만하다. 안내하는 직원의 말에 의하면 많지도 않고, 그렇다고 적지도 않게 관람객이 끊어지지 않고 오는 것이 고맙다고 했다.

박수근은 실기뿐 아니라 이론에도 밝았다.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그가 중학교 미술 교사를 했고, 대학 교수까지 지낸 것은 지난한 자기 노력의 결과이다. 미술 관계 잡지에 종종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한 미술 잡지에 李朝 繪畵 편을 맡아서 '申師任堂의 글씨와 그림'이란 제목으로 글을 실었다. 혜안이 번득인다.

박수근 김복순의 결혼식 사진. 1940년 2월 10일 금성감리교회에서 두 사람은 '믿음'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이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모관대를 하고 전통 혼례를 올렸는데, 이 두 사람은 면사포에 양복을 입고 신식으로 식을 올렸다. 기독교인인 탓이 컸을 것이다.

박수근이 아내 김복순에게 쓴 사랑의 편지. 그의 순수한 마음이 담겨 있다. 초등학교 학력이 전부인 박수근을 춘천여고를 나온 인텔리 여성 김복순이 좋아한 것도 박수근의 꾸밈없는 마음이었다.

화구. 1962년. 종이에 수채, 31x45cm

굴비. 1962년. 캔버스에 유채, 15.5x29cm. 박수근미술관 소장.

우리가 방문했을 때 '2019 박수근미술관 특별전, 창신동ㆍ집ㆍ풍경' 展이 열리고 있었다. 창신동 달동네는 그가 말년에 머물며 작업했던 곳이다. 회백색을 즐겨 사용한 그의 취향에 맞게 가난하지만 인심이 피어나는 동네였다.

전시장으로 들어가는 복도에 박수근의 연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인물과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연보를 알고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된다. 올해 구순(九旬)이신 영천(永泉) 선생이 피로감을 보여 우리는 발길을 서둘렀다.

박수근기념관을 한 눈에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입구 데스크에 안내 약도판을 부착해 놓았다. 관람 순서를 정하기 위해 꼭 살펴볼 것!

박수근기념관의 제2전시실 박수근파빌리온. 이곳에는 국내 화가, 그 중 강원도 출신 화가들의 전시회가 자주 열린다고 한다.

박수근미술관 내 '화백 박수근, 전도사 김복순'의 묘. 십자가 밑에 마태복음 25장 23절(착하고 충성된 종아...) 말씀이 음각되어 있다.

영천 선생은 피곤한 가운데에서도 박수근에 대한 시상(詩想)이 떠오를 때마다 메모를 했다. 아마 곧 박수근과 관련 있는 멋진 시가 탄생할지도 모르겠다. 1시간 반 여의 관람 후 기념관을 나왔다(취재/이명재 기자).

이명재  lmj2284@hanmail.net

이명재  lmj2284@hanmail.net

<저작권자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