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 연구교수의 기고 글로 시끄럽다. 매스컴에서 ‘후폭풍’이란 말까지 등장하고 있다.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임미리 교수가 경향신문에 쓴 칼럼 때문이다.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부터가 정치적 관심 끌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

이 글과 민주당에 대해 살펴볼 거리가 분명 있다. 두 가지 점을 짚을 것을 권하고 싶다. 하나는 이 기고 글을 문제 삼아 민주당 측에서 고발한 것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임 교수의 글이 과연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성을 갖고 있느냐의 문제이다.

먼저, 민주당이 이 글에 발끈해 고발을 한 것은 여당답지 못한 처신이다. 잘못된 것이다. 이른헛발질을 해도 이런 헛발질이 없다. 그 글의 옳고 그름은 국민에게 맡겨야 했다. 민주당이 글쓴이를 고발 조치를 취한 것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표현의 자유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에 속한다. 양심의 자유와도 관계 된다. 이 글에 대해 고발을 한 것은 표현과 양심의 자유를 건드리는 것이다. 여기에 발표 언론인 경향신문까지 걸고넘어진 것은 민감한 언론의 자유에 대한 침해이다. 그래서 국민들이 반발한 것이다.

이럴 때 인용할 수 있는 명언이 볼테르의 말이다. "나는 당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의 말할 권리를 위해서라면 죽을 힘으로 싸우겠다" 임 교수의 글에 대한 비등하는 여론도 글의 내용 이전에 기본권 침해에 대한 반발임을 분명히 해 두어야 한다.

두 번째 문제는 이것이다. 임 교수의 글이 과연 가치성이 있는가.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 공격에 날을 세우고 있는 쪽에서는 가치가 있다고 할 것이다. 개중에는 속이 후련하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글의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면 일방적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민주당의 헛발질을 비판하는 여론에 의지해 당사자인 임 교수는 당당하게 요구했다. 민주당이 글을 쓴 자신과 국민들께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런 요구는 그 글이 국민 다수로부터 공감을 받았을 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의 글 '민주당만 빼고'는 촛불 시민은 커녕 일반 국민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엔 한참 부족했다. 일방통행식 주장의 나열일 뿐 아니라 어느 면에서는 패자의 넋두리처럼 들렸다. 무개념의 정치학박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수준의 글이었다.

곡학아세(曲學阿世)란 사자성어를 갖다 붙인다면 그녀가 서운해 할까. 글은 삶의 반영이란 말이 있다. 삶이 반영되어 있어야 한다. 삶과 글이 따로 놀아서는 공감을 얻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그의 글 '민주당만 빼고'는 삶과 동떨어진 허황된 글에 지나지 않았다.

여론이 들끓고 임 교수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되자 임 교수도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그는 SNS에 걸어 온 길을 스스로 밝혔다. 조금 놀랐다. 한나라당, 민주당(손학규 대선캠프), 창조한국당, 안철수 씽크탱크 등 다양한 당 및 사람들과 연(緣)을 맺어왔기 때문이다.

그는 "자랑스럽지는 않아도 인생 치열하게 산 것은 자부한다"고 말했다. 맞다. 이 정도의 경력에 치열성을 뺀다면 남는 게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신문에 정치 칼럼을 쓸 정도면 치열성만으론 부족하다. 글쓴이의 가치가 들어가 있어야 한다. 치열성으로 따지자면 농민과 노동자 또 빈민들보다 더 한 사람이 있을까.

가치성은 사회에 선한 영향을 끼치는 개념이다. 아무리 치열하게 살아왔다 해도 삶의 가치가 사상(捨象)되어 있다면 의미 있는 삶이라고 하기 어렵다. 한나라당에서 안철수 당까지 여러 당과 사람을 섭렵한 그를 두고 가치 정립이 되어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문재인 정권 그리고 여당,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촛불 정신을 잊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할 때도 솔직히 있다. 그러나 개혁 로드맵에 맞춰 적폐를 청산하고 검찰 등 사회개혁을 추진하는 노력만큼은 인정해 줘야 하지 않을까.

민주당이 성에 안 찬다고 오는 4.15 총선 때 '민주당만 빼고' 찍자고 하는 것은 개혁을 하지 말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 보수 우파에 정권을 바쳐 또 역사를 후퇴시키자는 말과 같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임미리의 글 파문에 이런 오류가 있는 것 같다. 한 쪽이 정(正), 다른 쪽은 부(否). 민주당과 임 교수를 대립시켜 옳고 그름을 논하는 것 말이다. 이건 아니다. 민주당이 임 교수를 법적 고발을 한 것은 분명 제1당답지 못한 치기어린 행동이다.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그와는 별개로 삶과 동떨어진 임 교수의 일방적 주장 글도 사람들에게 지지 받기 어렵다는. 여론은 스스로 걸러지게 두는 게 좋다.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은 국민 앞에 더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란 말을 재음미하기 바란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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