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작가 문홍연의 # 일상 - 낙동강 '낙단보'에서....

#일상
낙동강 '낙단보'에서....

(밥은 먹었어? 잘 지내지? 자살자를 예방하려는 표어가 참 인상적입니다)

제가 사는 김천에서 낙단보를 가려면 반드시 상주를 거쳐야한답니다. 그래서 이름도 '상주 낙단보'인 줄 알았습니다. 근데 오늘 직접 가서 봤더니 보(洑) 중간에 상주 의성이라는 표시가 있군요.

이제야 알았네요. '낙단보'라는 이름도 상주시 낙동면의 ‘낙’, 의성군 단밀면의 ‘단’ 앞 글자를 따서 지었다고 합니다.

(강 중간쯤에 경계표시가 있었습니다)

사실 그 동안 상주 ‘낙단보’라고 불렀는데 의성군민들이 많이 섭섭했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두 지역이 모두 섭섭지 않게 "낙동강 낙단보"라 불러야 하겠습니다.

(농부의 일상을 같이하는 단골모델들)

입춘도 지났고 우수(雨水)가 19일이니 이제 겨울은 완전히 끝이 난 듯합니다.

어제는 농부들이 이른 봄을 즐기고 싶어 나들이를 나섰답니다. 날씨까지 풀렸으니 거추장스런 겨울옷들도 벗어버리고 가벼운 옷차림입니다.

(의성 쪽에서 찍은 낙단보입니다)

옛 시인들이 말하길 낙동강 1천300리길 중에서 가장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 상주지역 근처라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경천대가 제일이구요. 하지만 오늘은 시간이 모자라서 경천대는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의성 쪽으로 건너 왔더니 안내하는 곳이 있더군요. 안내책자를 한 권 얻어서 읽어 봅니다. 4대강 사업에 22조원이라는 큰돈이 들어갔다는군요. 그중에서 낙동강에만 13조 9000억원이 들어 갔구요. 상상을 초월하는 돈입니다.

그리고 이곳 '낙단보'는 낙동강에
건설된 8개의 보(洑)중에서 상류로 부터 2번째에 위치한 보라고 합니다.

설명서를 더 읽어 봅니다. 보(洑)를 만든 슬로건은 "자연은 이롭게, 사람들은 즐거운, 생명이 유익한 생태 환경 조성" 이라고 적혀있네요. 멋진 말입니다. 하지만 뜨거운 여름만 되면 녹조문제로 많은 언론에 오르내리곤 합니다.

여러 환경단체들은 보(洑)의 파괴를 주장하기도 합니다만, 저 같은 농부가 논란의 중심에 서고 싶지는 않습니다.

(새로 건립된 사찰 마애사의 전경)

(낙단보 공사 중에 발견된 마애불인데 발파를 위한 천공기 공사로 인해서 마애불상 옆에 큰 구멍이 생겼었답니다)

(어색하지 않도록 구멍을 메웠군요)

오늘 낙단보를 들른 이유 중에는 마애불도 포함이 됩니다. 2010년 10월 14일 낙단보를 건설하는 발파공사 중에 의성군 단밀면 생송리 낙단보 전망대 건립 예정지에서 고려 전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마애보살 좌상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불상으로 인해 한동안 공사가 중단되었다가 마애보살 좌상을 보존하기 위해서 설계까지 변경을 했다는군요. 2011년 2월 16일 전력 제어실과 문화관 중간지점에 마애불은 그대로 보존이 되었고 이제는 관리하는 절까지 지어져 있습니다.

물론 저는 불교신자도 아닙니다만.... 마애보살 좌상이 중장비의 파괴를 용케 피한 것을 보면 조금 신기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불교신자들은
이것을 마애불의 신통력이라고 하데요.

주변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상주 쪽으로
건너와서 김천으로 돌아갑니다.
가는 길에 낙단보 아래쪽을 바라보니 수문개방 반대 프랑카드가 곳곳에 걸려있습니다. 비슷비슷한 내용들인데
"물고기 살리자고 사람 죽이느냐?"
"농업용수가 모자란다" 뭐 그런 종류의 현수막입니다.

제가 과문(寡聞)하다 보니 작년 여름에 낙단보의 수문을 개방했는지는 잘 모르겠구요. 오늘만 본다면 낙단보에는 녹조도 없고 물은 차고도 넘칩니다.

개발이 먼저인지 보존이 중요한지 아리송하기는 합니다만, 농부에게는 가끔 들리는 명소중의 한곳일 뿐입니다.

어디를 가나 사람이 사는 곳에는 갈등이 있게 마련이지요. 같은 낙동강을 인간과 나눠서 생활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청둥오리는 사람들의 갈등을 아는지 모르는지 암수가 사이좋게 물살을 가르며 유유히 사라집니다.

문홍연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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