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라이프 농부작가 문홍연의 # 일상
농부작가 문홍연의 # 일상 - 정월 보름날의 소확행(小確幸)
문홍연 | 승인 2020.02.08 21:40

#일상
정월 보름날의 소확행(小確幸)

오늘은 정월 대보름입니다. 
예년 같았으면 여러 마을에서 달집도 태우고 윷놀이를 하며 큰 잔치라도 벌였을 텐데요. 올해는 요상한 병 때문에  모두들 조용하게 집안에만 있다네요.

그래도 제 또래들은 인적이 드문 곳으로 나들이를 나왔습니다. 사실 나들이라고 이름은 붙였지만 김천에서 아주 가까운 영동군 황간면의 월류봉이랍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이곳은 민주지산 물한계곡에서 흘러 내린 초강천(草江川)과 백화산에서 발원한 석천(石川)이 황간면 초입에서 만나 월류봉을 휘감아 돌면서 빼어난 풍광을 보이는 곳이지요.

근데 말입니다. 달이 뜨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이름을 월류봉(月留峰) 이라 지었을까요? 그리구요 흐를 유(流) 자를 쓰지 않고 머무를 류(留)자를 쓴 것만 봐도 옛사람들의 빼어난 감각을 알 것도 같습니다만....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앞에는 초강천 물줄기가 유유히 흐르고 뒤에는 깎아지른 듯한 바위산이 보이지요? 앞쪽의 작은 산봉우리에다 한껏 멋을 부려서 지은 정자가 '월류정'입니다.

사설이 너무 길었습니다. 제 또래들이 오늘 이곳으로 나들이를 나선 목적은 빠가사리 매운탕을 먹기 위함이었지요.

달이 머물다 갈 정도로 아름답다는 월류정을 바라보며 초강천에서 갓 잡아 올린 빠가사리 매운탕을 먹는다면 얼마나 맛이 있을까요? 

김천의 산세와는 너무도 다르게 뾰족한 산등성이 하며 무심한 듯 흘러가는 금강의 상류 초강천까지...여기에다 봄을 재촉하는 눈발이라도 흩날린다면 너무 멋있을 것 같지 않습니까? 
올해는 이상하게 눈도 안내립니다.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초강천을 가로 지르는 징검다리를 건너갑니다. 문득 중학교 때 읽었던 소설이 생각났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단편소설 
황순원의 "소나기" 말입니다. 
그 소설 속에도 징검다리가 나오지요.

여기다 몇 줄만 옮겨 보겠습니다.

“소년은 개울가에서 물장난을 하고 있는 소녀를 보자 곧 윤 초시네 증손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벌써 며칠째 소녀는 물장난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다음날 소녀는 물 속에서 건져낸 하얀 조약돌을 건너편에 앉아 구경하던 소년을 향하여 ‘이 바보’ 하며 던졌다. 소녀는 갈밭 사이 길로 달아나고 한참 뒤에는 가을 햇살에 반짝이는 갈꽃 저쪽으로 사라져갔다.
소년은 물기가 걷힌 조약돌을 집어 주머니에 넣었다. 소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소년은 주머니 속의 조약돌을 주무르는 버릇이 생겼다. 며칠째 보이지 않던 소녀가 토요일 날 개울가에 나타났다”


혹시 옛날에 읽었던 기억이 나는지요?

소설 '소나기'속의 징검다리를 생각하며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봐도 윤 초시의 증손녀는 보이지를 않았습니다. 나이가 지긋한 소녀조차도 보이지를 않습니다.

그 대신에 사춘기 시절 소나기를 읽으며 가슴 조렸던 볼이 발그레했던 소년들이 늙은 소년이 되어서 활짝 웃고 있습니다.

하기사 1953년도에 발표된 소설이니
실제 주인공이 있었다 해도 벌써 저 세상
사람이 되었을 것 같기는 합니다만....

 (어느 사진작가가 찍었다는 월류봉의 모습인데, 월류정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말입니다. 오늘 같은 보름밤에는 월류정(月留亭)에 앉아서 초강천 위를 미끄러지듯 머물다 간다는 보름달을 봤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아쉽지만....
농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문홍연  gcilbonews@daum.net

문홍연  gcilbonews@daum.net

<저작권자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홍연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상호 : 김천일보 김천iTV  |  경북 김천시 거문들1길 88-74  |  전화번호 : 054-436-2287
등록번호 : 경북, 아 00398  |  대표전화 : (054)437-0478  |  등록일 : 2016년 01월 18일  |  발행인 겸 편집인 : 이명재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성숙  |  e-mail : gcilbonews@daum.net
Copyright © 2020 김천일보 김천iTV.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