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이 쎄냐 대통령이 쎄냐? 아이들 사이에 이런 말이 오간다고 한다. 아이 같은 질문이지만 정답이 뭔지 말하기 곤란한 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진퇴유곡(進退維谷)만 같아 보기에도 딱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려 했다. 뒤에 순진한 생각이었다고 회고했다. 문재인 정권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검찰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만만치가 않다. 직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모는 검찰이라면 일반 국민들이야 두 말해 무엇 하겠는가. 검찰, 정말 끈질기다.

지금 윤석열 검찰이 하는 짓은 검찰 권력을 놓지 않겠다는 처절한 몸부림에 다름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개혁정권과 검찰의 일전(一戰)이라고 표현한다. 물러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검찰을 행정 입법 사법의 3권에 더해 제4의 권력으로 부를 만하다. 아니, 모든 것 위에 있는 하나의 권력 집단이다.

왼쪽부터 추미애 법무부장관, 윤석열 검찰총장,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이런 걸 염려하여 검찰을 법무부의 외청으로 둔 것쯤은 알아 두어야 한다.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마당에 애매모호한 검찰총장의 위치부터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법무부 장관 아래이되 장관급이란 게 잘못되었다. 검찰 권력의 힘을 분산시키려면 직급 조정부터 해야 한다.

장관이 아니면서 장관 행세를 한다? 차관이 아니면서 차관 행세를 한다? 이러니 무소불위(無所不爲)이고 안하무인(眼下無人)의 행동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검찰총장은 이름부터 검찰청장으로, 직급은 장관급이 아닌 차관급으로, 지금 차관급 검사들은 모두 직급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

검찰의 발호는 곰곰 따지고 보면 그들만의 책임이 아니다. 그렇게 하도록 만들어 준 권력과 국민에게도 일단의 책임이 있다. 윤석열 검찰이 지금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임명권자도 국민도 괘념치 않는다. 저런 행동이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야당이나 보수 언론의 별동대처럼 행동하는 힘은 어디에 기인할까.

청와대 비서실은 대통령의 직무를 보좌하는 국가기관이다. 대통령의 수족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법의 잣대로 재단할 수 없는 정무적인 일들이 늘려 있는 곳이 청와대 비서실이다. 이런 청와대 비서실을 겨냥해 검찰이 수사의 칼날을 휘두르는 것은 대통령을 저격하는 일에 진배없다.

오늘 신문을 보니 청와대 비서실을 쑥대밭으로 만들 심산 같다. 기소와 소환 예상자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기소 예상자는 다음과 같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 비서관, 장환석 전 청와대 균형발전비서실 선임행정관,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범죄 행위는 당연히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지만 예단을 갖고 죄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검찰의 칼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소환을 당할 예정에 있는 사람들도 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항운하 전 경찰인재개발원장이 소환 선상에 올라 있다. 마치 청와대가 무슨 범죄의 소굴 같은 생각을 갖게 만든다. 윤석열의 무분별한 검권(檢權) 행사를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민주주의는 힘의 균분 아래 정연한 질서와 체계가 서 있을 때 만개하는 제도이다. 각자 주어진 조건에서 선한 삶을 살아갈 때 민주주의는 더욱 성숙할 수 있다. 군사독재 때는 독재자와 군인들에게 힘이 쏠려 있었다. 제도를 신뢰하지 않은 대통령은 비선 실세에 의지해 국가를 경영하려 했다.

검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도 검찰 개혁에 포함되는 내용이다. 문재인 정권은 이 점에도 비중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정권을 도리어 물어뜯으려고 독을 품다니 될 말인가.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것은 검찰개혁에 대한 조직적 저항이다. 저항하는 검찰을 방치하면 검찰개혁은 물 건너 간다.

또 얼마나 오래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박근혜 정권 초기 국정원 댓글 사건을 법대로 수사하려던 채동욱 검찰은 혼외자 문제로 감찰을 당하자 스스로 물러났다. 윤석열의 정권에 대한 저항은 채동욱 때의 문제보다 훨씬 그 정도가 심각하다. 법무부장관을 우습게 여길 뿐 아니라 대통령도 안중에 없다.

정치적 중립이라는 프레임을 자의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에 어떤 식으로든 제재를 가해야 한다. 그 중 하나가 법무부장관의 감찰권 발동을 들 수 있다. 혼외자 문제로 감찰을 당한 검찰총장도 있는데, 수사 보고의 절차를 무시하고 조폭식 방법으로 문제를 야기한 검찰 간부들에 대한 감찰은 백 번 옳고도 필요하다.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제1야당인 자한당은 불난 집에 부채질이다. 검찰총장의 임기를 대통령 임기보다 길게 하겠다는 것을 총선 공약으로 내놓는단다. 검찰공화국을 만든 장본인들다운 발상이다. 오로지 정권에 반대하는 일이라면 양잿물이라도 들이키겠다는 작태이다. 선거 공약이야 그들 자유이겠지만, 그들에게 부메랑이 될 것이란 사실만은 적시해 두고 싶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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