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신선놀음을 한 날이었습니다.
새들과 두어 시간 동안이나 숨바꼭질을 했으니까요.

명절 뒤끝이라 어디에 가기도 그렇고 해서
모처럼 집 뒤에 있는 야트막한 산기슭에 올라 
일명 대포라고 부르는 망원카메라를 들고서
작은 새들을 좇아다녔습니다.

신선놀음이라 하긴 했지만 
자그마치 3kg이나 되는 무거운 망원카메라를 들고서 
산길을 오르락내리락 세 차례나 했으니
팔이 우리할 정도로 힘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전에 없던 산길이 새로 생겼더라구요.^^

덕분에 많은 녀석들을 만났습니다.
오목눈이, 어치, 쇠딱따구리, 오색딱따구리, 청딱따구리, 
곤줄박이, 동고비, 후투티 등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평소에는 길다란 카메라를 보기만 보면 
경계의 소리를 내며 얼른 나뭇가지 사이로 숨어버리는 
눈치 빠른 어치 녀석이 웬일로 도망도 가지 않고 
빤히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보니 발가락 사이에 뭔가 먹이를 끼고 있더군요.

아하, 그건 바로 꿀밤이라 부르는 도토리였습니다.
어치 녀석, 오늘 나한테 딱 걸렸습니다.
덕분에 녀석이 도토리를 쪼아 먹는 모습을 제대로 찍었습니다.
몇 장의 사진을 찍고 나니 이리저리 눈치를 보고선
결국 도토리를 물고 반대편 산으로 날아갔습니다.

어치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까마귀과'의 새인데 30cm 정도로 제법 큰 새입니다.
'산까치'라고도 하며, 날개덮깃에 파란 무늬가 있는 예쁜 새입니다. 

다람쥐와 함께 참나무 열매인 도토리를 
숲의 여기저기에 숨겨 놓는데 잊어버리는 게 더 많아
참나무 번식의 1등공신이기도 합니다.
“과악 과악”하고 날카롭고 큰 소리로 울기도 하고
가끔은 고양이 소리를 내기도 하는 신기한 녀석입니다.

정윤영  gcilbonews@daum.net

정윤영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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