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글을 쓰는 거예요?

왜 글을 쓰는 거예요?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콕 집어 말할 적절한 답이 없다. 대충 얼버무리고 만다. 그러나 이유가 없을 수 없다. 나는 좋아서 글을 쓴다. 글 쓰는 것이 좋다. 다른 일로는 밤을 새우기는 무척 어렵다. 아니, 내 경우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글쓰기 할 때는 시간의 흐름을 거의 의식하지 못할 정도다. 가끔 밤을 새울 때도 있지만, 밤 이슥할 때까지 글 작업을 할 때는 빈번하다. 몰입의 정도가 그만큼 뛰어나다는 얘기가 된다. 주위에서 건강에 이상이 오면 어떡하느냐고 염려들을 많이 해 준다.

좋아서 글을 쓴다고 했는데, 이것과 연결되는 말이 되겠다.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전달하기 위해서 글을 쓴다. 말로는 자신이 없다. 그러나 내가 쓴 글을 읽고 감동 받았다는 인사를 자주 받는다.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것은 글쓰기에 좋은 에너지가 된다.

글은 감동을 전달하는 수단

설 명절을 맞이해 큰댁에 왔다. 차례의 예를 차리고, 세배를 받은 뒤, 식사를 하면서 가족 전체가 TV를 보았다. ‘보이스퀸’이라는 TV 프로이다. 장사익이 어머니를 주제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감동이다. 방송국 홀이 온통 눈물바다를 이루었다. 시청자도 마찬가지다.

글도 저런 감동을 줄 수는 없을까. 글의 기능 중 하나는 감동에 있다. 글의 기능과 역할을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설명, 설득, 이해, 소개, 정보 제공 등 다양하다. 이것들을 하나로 묶어 이야기한다면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마음의 움직임이 곧 감동이다.

글이 없었다면 세상이 어떻게 되었을까. 과거는 없고 현재만으로 세계가 굴러오지 않았을까. 글쓰기의 수단인 문자의 유무로 역사는 선사시대와 역사시대로 나뉜다. 지구의 생활을 시대 구분할 때 우리나라의 경우 선사시대에 비해 역사시대는 1/300 정도밖에 안 된다.

작은 기록도 역사가 될 수 있다.

선사시대는 화석과 유물 유적 등 일부의 흔적을 제외하고는 알 수 있는 길이 거의 없다. 왜 이런 말을 하는가 하면 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이때의 이름은 기록으로 남기게 된다.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본다. 가령 중세 이전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은 모두 기록으로 남아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보다 더 감동적이고 뛰어난 일을 한 사람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기록이 없기 때문에 잊혀지고 말았다. 말은 글에 비해 보존성이 극히 취약하다.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주위 사람들에게 글쓰기를 권유하는 편이다.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 중 글쓰기만한 것이 없다. 모든 공적 전달을 문서(글)로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소한 글도 세월이 지난 뒤 사료가 될 수 있다. 글쓰기는 개인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이다.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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