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시의회 의장실에 들어가면 사자 성어를 담은 액자가 하나 걸려 있다. 龍飛鳳舞(용비봉무)라는 한자이다. '용이 날고 봉황이 춤춘다'는 뜻이다. 용과 봉황은 그 이름만으로도 예사롭지 않은 존재다. 

김세운 의장은 말 잘 하기로 지역에서는 평판을 얻고 있다. 말만 잘 할뿐 아니라 책 한 권을 저술할 정도로 필력도 갖고 있다. 하지만 둘 중에 방점을 찍으라면 아무래도 말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가 말을 잘 한다고 하면 대화든 토론이든 아니면 대중 연설이라도 청산유수처럼 막힘이 없다는 뜻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렇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 더해 말에 실수가 없다는 의미를 가미하고 싶다.

말은 청산유수인데 실수가 잦으면 말 잘한다는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좀 어눌하더라도 말에 실수가 없는 사람이 더 낫다. 정치인들 중에 잘 나가다가 말 한 번 잘못해서 하루아침에 쓰러지는 경우를 자주 본다.

대담 중 몇 가지 유도 질문을 던져봤다. 오는 총선 출마자들에 대해 세평이 이러하던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8대 시의원들 중 초선이 많은데 의정활동을 가장 잘하고 장래가 기대되는 의원 한 사람을 꼽는다면?

엠바고라고 안심시킨 뒤 던진 질문인데도 잘 피해 간다. 그의 화법엔 부정이 드물다. 늘 긍정적이다. 총선 출마 예상자들에 대해서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사람이라며 칭찬부터 하고 말을 시작한다.

'가장'이란 말을 붙여 초선의원 한 명을 뽑으라고 하는데 "정말 모두 열심히 의정활동을 한다. 열심히 하는 것만큼 시민들이 알아주지 않아서 걱정된다'라며 우문에 현답을 내놓는다. 말실수의 여지가 없다는 얘기다.

지역이든 중앙이든 정치하는 사람은 더 높은 곳을 향하여 올라가려는 상승욕구를 본능처럼 갖고 있다. 김세운 의장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유도 질문을 해도 그의 대답은 한결 같다. 지금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할 따름이라고.

언제부터 '龍飛鳳舞' 액자가 저 자리에 걸려 있는 건지 모르겠다. 누가 써서 선물했는지 아니면 김 의장이 직접 사다가 걸어 둔 건지. 그러나 저 글자 속에 그의 속내가 담겨 있지 않을까. 용과 봉황은 세상에서 으뜸으로 치는 영물(靈物)이지 않은가?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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