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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시평] 표리부동한 사람들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발행인 | 승인 2020.01.16 00:46

표리부동(表裏不同)은 겉과 안이 같지 않다는 말이다. 나는 여기에 더해 시작과 끝이 같지 않은 사람도 포함시킨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표내지 않다가 끝에 돌변해 험한 말로 못을 박고 떠나는 사람들, 이들도 표리부동에 가까운 사람들이다. 경계할 일이다.

검찰개혁 입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세부적인 법률이 정비되는 대로 곧 시행될 것이다. 표현을 좋게 해 검찰개혁이지 실제 내용은 검찰의 힘을 축소시키는 것이다.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는 것이다. 공수처법은 검찰도 잘못했을 때 수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검찰 입장에서는 기분 나쁜 일일 것이다. 법으로 다른 사람을 다스리기만 했는데 이젠 다스림을 받는 대상이 된다? 국민 전체보다도 검찰 패밀리 보호에 민감한 그들로선 묵과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제 와서 어떡하랴, 입법부가 통과시킨 것을...

솔직히 이런 상황이면 검사들 줄사표를 내야하는 것 아닌가. 검란(檢亂)이라도 일어나야 하지 않나. 하지만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것만 같아 아쉽다. 권력에 취약한 자들은 판세를 읽는데 민감하다. 즉 대세를 거스르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 본능에 가깝다.

‘찻잔 속의 태풍’이란 표현을 썼지만, 그 주인공 한 사람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김웅 검사다. 사법연수원 29기로 법무연수원 교수였다. '~이다'가 아니라 '~였다'라고 과거시제를 쓴 것은 검찰개혁 입법, 구체적으로 공수처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나서 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월 14일(화) 오후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열린 신임 부장검사 리더십 과정 강화 프로그램 일정을 마치고 배성범 법무연수원장(맨 왼쪽), 김웅 법무연수원 교수(왼쪽에서 세 번째 푸른색 셔츠) 등의 배웅을 받으며 차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악담의 글을 남기고 떠났다. 악담의 내용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수사권 조정안은 중국 공안하고 과거 국정원이 합쳐진 형태”, “이 거대한 사기극에 항의하기 위해 사직한다”, “개혁이 아니라 민주화 이후 가장 혐오스런 음모이자 퇴보” 등등. 카타르시스가 되는가.

두 가지가 언뜻 떠오른다. 검찰개혁 관련 입법이 사기극이라면 개혁 정권은 사기 정권, 개혁입법을 찬성한 국회의원들은 사기꾼, 공수처법 및 검경 수사권 분리를 찬성한 국민은 사기꾼들을 도와 준 방조자? 말 같지도 않은 말이 검사의 입에서 나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김웅의 이런 모습을 보고, 반세기 전 남북한이 냉전으로 결박되어 있을 때의 한 장면이 오버랩된다. 동해에 표류하던 북한 사람들을 구조해서 치료하고 잘 먹이고 새 옷 사 입혀 북한으로 인도하던 장면 말이다. 그들은 자유의 다리를 건너자마자 옷을 훌러덩 벗고 남한을 향해 쑥덕을 날리며 유유히 사라졌다.

시작도 중요하지만 끝이 더 중요하다. 지식 가진 사람의 약점이 이런 데서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갖고 있는 온갖 용어를 동원해 '쑥떡'을 먹이고 끝낸다. 김웅은 지천명(知天命)이 채 안 된 앞길이 만 리 같은 사람이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아낼지 모르겠지만 꼭 험담을 쏟아놓고 가야 속이 후련했을까. 성숙하지 못한 인격만 드러낸 셈이 되고 말았다.

검찰이 걸어 온 길을 조금만 되짚어 보면 이런 감정적 처신은 나올 수가 없다. 이런 행태는 국민을 두 번 욕보이는 것이다. 굳이 조국 수사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검찰은 없는 죄도 만들어 씌우고 있는 죄도 덮어 주는 일을 수없이 반복해 오지 않았는가. 죄 없는 사람들을 형장의 이슬로 보내고도 떵떵거리며 살아온 그들이 아닌가.

김웅을 비롯한 검찰 기득권 세력들이 이 나라 민주주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 개혁 입법을 가리켜 "민주화 이후 가장 혐오스러운 음모이자 퇴보"라니, 가소롭기 짝이 없다. 검찰개혁 관련 입법을 반대할 수는 있다. 이성적으로 근거와 논리를 갖고 차분히 접근하는 것이 당사자들이 취할 자세이다.

어디에다 대고 똥을 싸 놓고 가는가.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김웅이 올린 글에는 찬반 댓글이 수없이 달렸다고 한다. 조중동 등 보수언론은 '부글부글', '폭발 직전' 등의 자극적인 용어를 동원해서 감정 부추기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국민은 잘 안다. 검찰개혁의 저항 카르텔이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표리부동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이다. 거기에 음흉하다는 의미까지 포함하고 있다. 결코 가까이 해서는 안 될 말이다. 그러나 우리 주위엔 표리부동한 사람이 너무 많다. 소위 힘 가진 자가 힘의 일부를 놓아야 할 때, 지식인이 세상의 흐름을 거스를 때, 국가가 아닌 검찰 조직에 충성하려 할 때 이런 현상을 자주 볼 수 있다. 성찰해 볼 일이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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