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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한반도 대전환과 위기(2) - 남북관계 후퇴이재봉(원광대 교수, 평화학)
이재봉 | 승인 2020.01.12 17:17
이재봉(원광대 교수, 평화학)

2018년 9월 평양에서의 남북정상회담은 매우 뜻깊었다. 한반도 전 지역에서 전쟁 위험을 제거하고 적대관계를 해소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실질적 종전’을 이루었다. 1950년부터 1953년까지 3년간 치렀던 한국전쟁을 65년 동안 어정쩡하게 멈추거나 (정전, 停戰) 쉬고 있는 (휴전, 休戰) 비정상에서 벗어나 완전히 끝내자고 (종전, 終戰) 약속한 것이다.

그러나 2019년 12월 현재 남북관계가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첫째, 군사적 적대관계를 끝내기로 했지만, 남한은 국방비를 크게 늘리며 미국과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고 미국의 최첨단 전투기 수십 대를 도입한 반면, 북한은 2019년 거의 매달 한두 번 미사일이나 대포를 쏘아 올렸다. 둘째, 남북 사이에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을 정상화하며 서해 경제공동특구와 동해 관광공동특구를 추진하는 등 교류와 협력을 증대시키기로 했지만,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셋째, 금강산 지역 이산가족 상설면회소를 곧 열고 이산가족의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준비모임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넷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가까운 시일 내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지만, 북한은 남한을 향해 조롱과 비난만 보내고 있다.

남북관계의 정체나 후퇴는 남한 탓이 크다. 남한은 북한이 2019년 미사일을 비롯한 새로운 무기 시험발사를 10번 이상 하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킨다고 비난하지만, 먼저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며 약속을 지키지 못한 쪽은 남한이다. 남한은 1990년대부터 적어도 20년 이상 최소한 10배 이상 북한보다 군사비를 더 많이 써왔으면서도 문재인 정부 들어서 더 크게 늘리고 있다. 특히 미국의 첨단무기를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들이고 있다. 해마다 미국과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을 벌여온 가운데 2019년까지 완전히 끝내지 못하고 있다. 남북 사이에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겠다고 했지만 미국의 허락을 받지 못해 전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을 재개하겠다고 했지만 역시 미국의 눈치만 볼 뿐이다. 미국의 동의나 허가를 받지 못해 북한과 약속한 사항을 전혀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을 적대시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보다 북한과의 화해협력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가 군사비를 크게 늘리며 미국의 첨단 전투기를 많이 도입하는 것은 남한이 1970년대부터 추구해온 자주국방을 이루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미국이 갖고 있는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돌려받아야 하고, 나아가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에 대한 준비도 해야 한다.

그렇다하더라도 남한의 군비증강을 북한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북한의 군사비는 기껏해야 남한의 1/10 수준이고 많아야 미국의 1/100도 되지 않는다. 러시아나 중국에서 첨단무기를 들여오지도 못한다. 러시아나 중국과 단 한 번도 합동군사훈련을 벌이지 않는다. 남한의 군비증강과 한미군사훈련에 맞서 할 수 있는 대응이 핵무기와 미사일 시험 ‘도발’ 밖에 없지 않은가. 미국의 ‘승인’ 없이는 철도와 도로 연결은커녕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조차 하지 못하는 남한에 대한 실망과 좌절이 조롱과 비난 그리고 공격으로 이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남북관계는 북미관계와 맞물려 진전되는 구조다. 남한은 북한과 미국의 적대관계 사이에 끼어있기도 하다. 북미관계가 진전되면 남한은 뒤따라가면 되지만, 정체되면 앞장서 이끌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북한과 평화공존 및 통일을 추구하며 화해협력을 진전시키려면 미국으로부터 동맹에서 이탈하지 말라는 압력을 받기 마련이고, 미국과의 동맹을 바탕으로 ‘한미공조’를 중시하면 북한으로부터 외세에 의존하지 말고 민족의 이익을 앞세우라는 비판을 받기 십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2008년 중단된 금강산관광과 2016년 폐쇄된 개성공단 재개는 절실하게 고려해봐야 하지 않을까. 북한경제를 어렵게 만들기 전에 남한의 영세상업인들과 중소기업인들부터 피해가 몹시 크기 때문이다. 특히 개성공단 재개는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보다 남한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남한의 중소기업인들이 개성 말고 이 세상 어디에서 평당 15만원 이하의 공장부지를 얻어 월급 15만원도 되지 않는 노동력을 구할 수 있겠는가. 개성공단은 북한에 ‘퍼주는’ 곳이라기보다 북한으로부터 ‘퍼오는’ 곳이다.

 

이재봉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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