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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일 교수의 생활산책(17) - 숟가락 타령문정일(목원대 명예교수, 수필가)
문정일 | 승인 2020.01.09 08:42
문정일(목원대 명예교수, 수필가)

우리 사회에 잘 알려진 연극배우이며 『경기도문화의전당이사장』을 역임한 바 있는 조(曺) 某씨의 예쁜 딸 曺 某(1992~ )양은 미국 뉴욕에 있는 연기 전공학교를 졸업하고 귀국하여 연기로 꿈을 키우고자 몇 차례 오디션에 응모하여 이윽고 TV탤런트로 데뷔하면서 특정 작품에서 유명 남자배우와 함께 출연하게 되자 짓궂은 친구들이 <아빠의 예능 빨>덕분이라 수군거렸고 본인은 ‘은수저의 역차별’이라고 반발했던 인터넷 기사가 있었다.

서양속담에 “그는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났다(He was born with a silver spoon in his mouth.)"라는 말이 있다. ‘유복한 환경’을 뜻하는 ‘은수저’란 말이 여기에서 생겨났다. 서양에는 ‘금수저(golden spoon)’라는 말이 없다. 소재(素材)로 말하면 ‘금’이 ‘은’보다 훨씬 더 값어치가 나가는 재료이지만 ‘금’으로는 수저를 만들지 않는다. ‘금’은 너무 고가인데다가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수저로 사용하는 데는 불편함이 따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에는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라는 <수저 타령>이 유행하고 있다. ’금수저‘란 말은 ’은수저‘보다 ’훨씬 더 유복한 환경에 태어난 사람‘을 지칭하기 위해 새로 생겨난 말인 듯한데 그렇다면 ’흙수저‘란 무슨 말일까? 金-銀-銅이 일반적 가치기준의 서열인데 왜 ’동수저‘가 아니고 ’흙수저‘일까? 소재만을 두고 볼 때, ’흙‘은 ’금‘이나 ’은‘이나 ’동‘에는 감히 비교도 할 수 없는 흔하고 천박한 재료라는 측면에서 ’매우 불우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난 사람‘을 뜻하는 말임을 쉽게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다. 새로 생겨난 ’금수저‘ ’흙수저‘란 용어 자체가 우울한 우리 사회의 단면도를 말해주는 유행어가 되었다.

최근에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흙수저'란 말이 자주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렇다면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서 1950년대나 1960년대에는 세상이 태평성대여서 이런 ‘숟가락 타령’이 없었던 것일까? ‘숟가락 타령’을 지금처럼 사회계층을 일컫기 위한 용어로 빗대어 말한다면 그 당시에도 ‘금 숟가락, 은 숟가락, 동 숟가락, 목 숟가락---흙 숟가락’까지 있었지만 우리의 선배들은 ‘숟가락 타령’ 없이 열심히 일하며 살았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따지고 보면 ‘수저’란 ‘음식을 먹기 위한 도구‘이므로 ‘금수저’나 ‘은수저’나 ‘흙수저’나 용도에는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연전에 인터넷 기사에 나왔던 이른바 《K-대생의 일기》라는 감동적인 기사를 떠올려 본다. “나는 부모에게서 좋은 흙을 받았다. 내가 깊게 뿌리내리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좋은 흙을 받았다. 정작 아버지는 자식에게 해준 것이 없다고 하시지만 부모님의 존재로 나는 오늘도 성장한다. 큰 나무가 되어야겠다. 부모님이 기댈 수 있는 큰 나무가 되어야겠다. 아주 좋은 흙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흙수저, 금수저' 논란이 심심치 않게 회자(膾炙)되고 있는 요즈음 경제적인 측면을 넘어서 부모님의 위대한 사랑을 깨닫게 해주는 이 《K-대생의 일기》는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울림을 주었다.

우리가 이따금 사용하는 말 중에 ‘상대적인 빈곤감’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버는 월수입 100만원으로도 살아갈 수 있는데 옆집 사람의 월수입 200만원을 보면서 스스로 초라한 자괴감(自愧感)에 빠진다. 이른바 ‘상대적인 빈곤감’이 멀쩡한 사람을 멍들게 하는 것이다. 자신을 ‘흙수저’라 여기고 스스로를 비하(卑下)하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지난 정초에 옛 제자 허영섭(許英燮, 1954~ ) 이데일리(Edaily) 논설실장은 《새해의 ‘금수저’를 위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쓰면서 이렇게 끝을 맺고 있었다. “지금 우리는 그런 각오의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는 셈이다. 새해를 맞는다는 것은 자신과의 경쟁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다시 연말을 맞을 때의 결실은 자기 인생에 대한 스스로의 응답이나 다름없다. 새해의 ‘금수저’를 얻기 위해서는 바로 오늘부터 시작해야 한다.”

문정일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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