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정윤영

새해 인사
              詩 / 김현승

오늘은
오늘에만 서 있지 말고
오늘은
내일과 또 오늘 사이를 발굴러라

건너 뛰듯
건너 뛰듯
오늘과 또 내일 사이를 뛰어라

새옷 입고
아니, 헌옷이라도 빨아 입고,
널뛰듯
널뛰듯
이쪽과 저쪽
오늘과 내일의 리듬 사이를 
발굴러라 발굴러라.
춤추어라 춤추어라

* 다형(茶兄) 김현승은 조용한 사람이었다. 말 수는 적었으며 늘 듣기를 좋아했다. 그를 떠올릴 때마다 '경청(傾聽)'이란 단어가 뇌리에 맴 돈 것은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었으리라. 그런데 가끔 다형은 시에서 이 원칙을 깬다. 그의 시 '새해 인사'가 그렇다. 새해는 서리가 몰래 내리듯 조용히 찾아오는 법인데, 다형 선생은 도리어 역동적으로 맞으라 한다. 새해가 놀라서 주춤하지나 않을까 염려될 정도로. 시에 나오는 동사 '발굴러라', '뛰어라', '춤추어라'는 단어는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해의 바뀜은 신(神)의 영역인데 우리 사람들에게 도전하라는 시인의 명령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언어도단(言語道斷)! 시인은 새해의 기쁨을 ‘새옷’, ‘널뜀’에 압축해 놓고 있다. 설빔(새옷), 설날 놀이(널뛰기)... 아련한 추억으로 되살아나지 않는가. 다형이니까 이런 배려가 가능할 것이다. 설빔으로 새옷을 장만하기 어려운 가난한 사람들... 헌옷을 빨아 입고 새해를 맞이하면 된다. 그리고 이쪽 저쪽이 하나가 되라 한다. 대동세상(大同世上)이다. 새해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찾아온다는 교훈이다. 그러니 즐겁게 맞을 일이다. 발굴리며 춤추며...(耳穆)

취재부  daum.net

취재부  daum.net

<저작권자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