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악산 아래에서’, 시 아니면 수필 제목 같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주인장이 문학을 좋아하는지는 모르지만 '황악산 아래'는 문화복합공간이자 또 커피숍 이름이다. 아담한 2층 커피숍이 황악산 아래 자리하고 있다. 김천시 대항면 사무소를 지나 직지문화공원 입구에 아담한 몸체를 부끄러운 듯 내 보이고 있다.

문화복합공간 '황악산 아래'에서 '만남'이란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머리에 장착한 UHF 무선 마이크는 신선하면서도 좀 어색했다(사진제공=김천인터넷뉴스, 아래 사진 모두 동일함).

문화복합공간이라고 했고, 커피숍이라고 했다. 주인장이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일지 모른다고 했지만 '황악산 아래'는 여느 커피숍과는 좀 다르다. 특히 2층의 활용도 면에서 그렇다. 시화전 장소가 되기도 하고, 문학 발표회 장소가 되기도 한다. 또 소규모 강연장이 되기도 한다. 앞에 문화복함공간이란 수식어를 붙인 이유이다.

내가 지난 12월 27일(금) 이곳에서 강의를 했다. 김천인터넷뉴스 독자편집위원회가 주최한 행사였기 때문에 그쪽 식구들이 많았을 것이지만 일반 시민들의 모습도 여럿 보였다. 강의 명칭이 '퇴근길 인문강연'으로 되어 있었다. 도회지 냄새가 나는 명칭이란 생각을 했다. 하던 일 마치면 퇴근인 농촌과는 거리가 있는 이름이다.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오붓한 자리여서 따뜻함이 더했다. 높지도 그렇다고 낮지도 않은 체온 탓도 있으리라.

그러나 김천은 중소도시이다. 그런 만큼 ‘퇴근길…’이라는 말을 써도 무방할 것이다. '퇴근길'이라는 말도 마음에 평안을 안겨 주지만, 나의 마음을 더 붙잡는 것은 '인문'이란 단어이다. '인문(人文)'은 '인문학'의 준말로 언어, 문학, 역사, 철학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을 뜻한다. 사회를 튼튼하게 받쳐주는 토대의 역할을 하는 영역이다.

과학의 발달과 물질 숭배가 횡행하는 가운데 정신의 가치가 위축되어 가고 있다. 인간 삶의 정신 가치를 채워줄 수 있는 것이 인문학이다. 전통적으로 문사철(文史哲)로 대표되어 왔다. 문학 역사 철학을 말하는데 지성인이면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할 영역이다.

강의를 경청하는 김천인터넷뉴스 독자편집위원들. 김윤탁 대표, 최한동 독자편집위원장, 김진숙 부위원장 등의 얼굴이 보인다.

'퇴근길 인문강연'은 급격하게 치우친 과학과 물질 중시에 대한 반발로 출범한 게 아닌가 싶다. 일반적인 세상 흐름과는 결을 달리하는 것 같다. 내가 관심을 갖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8월부터 매달 진행되었다고 하니 12월에 강의를 한 내가 다섯 번째가 된다.

김천인터넷뉴스 김윤탁 대표로부터 강의 요청을 받았을 때 몇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먼저 김 대표에 대해서이다.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지만 내가 김천일보 발행인으로 일하는 비중이 적다고는 할 수 없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김천인터넷뉴스와 경쟁 관계에 있는 사람을 강사로 초청한 것이다. 대범한 발상이다.

강의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사랑방과 같은 분위기 아니면 가까운 가족들과 주고 받는 대화와 같은 분위기.... 마음을 놓고 강의할 수 있는 따뜻한 분위기였다.

둘째, 김 대표는 음양으로 나의 교제 폭을 넓히는 데에 도움을 준 사람이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인맥을 갖추고 있는 그를 통해 많은 사람을 알게 되었다. 김천인터넷뉴스 독자편집위원회 위원들과도 연(緣)을 터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들은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들이다.

그들과 강의를 통해 만나는 것은 마음 설레는 일이다. 나는 그날 강의의 제목을 '만남'으로 잡았다. 만남은 얽힌 인간관계를 푸는 열쇠와도 같다. 이념 갈등이 전국에 진동하고 있다. 아니, 해외에까지 보수-진보로 나뉘어 서로를 헐뜯고 있다. 이념은 인간관계를 파괴하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김천의 여론을 이끄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모인 자리이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강의의 질을 높이게 했다.

김천은 보수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보수 일색의 지역에서 그 구도에 어긋나는 발언은 자칫 강의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중간 지점에 서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전개해 갔다. 믿는 구석이 없지 않았다. 김천인터넷뉴스 편집자문위원들은 우리 여론을 주도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이다.

그들에게 합리성과 이성적 판단에 근거한 균형성을 주문했다. 지금 극단적인 주장들이 난무하는 것은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에 근거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인정하고 싶은 것만 인정하려는 성향을 말한다. 가짜 뉴스도 여기에 기생하는 측면이 강하다. SNS는 가짜 뉴스의 좋은 통로가 되고 있다.

이날 강의실에는 일반 시민들의 모습도 여럿 보였다. 강사의 입과 눈 그리고 제스처를 좇는 그들의 눈망울이 아직도 뇌리에 뚜렷이 남아있다.

강의를 마치고 참석자 몇 분으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첫 번째 질문이 목회자로서 가치중립의 입장에서 세상 사람들을 올바로 가르쳐야 할 것 같은데 한쪽으로 치우친 입장에서 글을 쓰고 말을 하는 것에 대한 지적이었다. 두 번째가 기독교와 공산주의는 공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나의 견해는 어떤지 물었다.

세 번째가 앞으로 어떤 목회를 계획하고 있는지 묻는 것이었고, 마지막 네 번째가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사람과 점심 식사를 한다면 누구를 꼽을 수 있겠느냐고 질문했다. 구체적인 것과 다소 추상적인 것이 섞인 질문이었지만 간단하게나마 답변을 해야 했다.

질문 시간에 한 참석자가 강사의 중립가치적인 입장, 기독교와 공산주의에 관계에 대해 질문했다.

첫 번째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나의 생각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것은 부인하지 않겠는데, 보수의 심장인 김천 지역에서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은 균형이라는 원리에서 바라보면 좋겠다고 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 기독교는 세상 이데올로기의 상위 개념이다. 즉 모든 사상과 이데올로기를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하나님은 전능자이시기 때문이다.

세 번째 질문에 대한 답, 나의 모든 것을 받쳐서 식사할 수 있는 사람이 지금으로서는 없다. 혹시 있는지 찾아보겠다. 네 번째 질문에 대한 답, 늦게 신학을 공부해서 목사가 되었다. 신학대학원 M. Div.과정을 마치면서 서원한 것이 있다. '내가 필요한 교회가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교회로 가게 해 주십사'하는 것이었다. 그곳이 농촌 교회였다. 약자들과 함께 하는 교회를 하고 싶다.

강의를 마친 뒤 꽃다발을 받고 김천인터넷뉴스 최한동 위원장과 기념사진 한 컷!

김천인터넷뉴스 독자편집위원회로부터 꽃다발을 받았다. 감사의 마음이 담긴 꽃다발이다. 최한동 위원장, 김진숙 부위원장 등 위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따뜻한 공기가 강의실을 가득 채웠다. 여러 사람이 강의 잘 들었다며 인사를 해 왔다. 부족한 강의를 잘 들어준 것이 도리어 고마웠다.

인근 음식점으로 가서 보리비빔밥으로 저녁 식사를 했다. 문화복합교실 '퇴근길 인문강연'에 딱 어울리는 음식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날 식사를 내가 사려고 계산을 했는데 극구 만류했다. 카드를 취소하고 독자편집위원회 측에서 다시 계산했다. 신선했다. 나로서는 의미 있는 경험을 한 날이 된다. 고마운 일이다.

강의 끝나고 전체가 기념사진을 찍었다. 필자 좌우로 최한동 위원장, 김진숙 부위원장 그리고 김윤탁 대표 및 참석자들이 자리했는데, 얼굴들이 모두 환해서 보기 좋았다.

이명재  lmj2284@hanmail.net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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