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풀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사자(四字) 속에 현실을 진단하는 깊은 뜻이 담겨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교수신문을 비롯해 여러 단체에서 경쟁하듯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했다. 그 나름 의미가 없지 않으나 깊이 새겨 둘 일은 아니다.

우리 김천일보도 이 대열에 동참하고자 한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수집해서 얻은 결론이다. 여론의 추이에 관심을 갖고 있는 주위 사람들에게 질문했다. 심층 심사 뒤 최종 두 개로 압축했다. '과유불급(過猶不及)'과 '와각지쟁(蛙角之爭)이 그것이다. 

생각의 각도에 따라 선호도가 나뉠 수밖에 없다. 둘 중 하나로 결정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둘 다 시대를 뛰어넘어 통하는 규범에 속한다. 지나치면 도리어 미치지 않는 것만 못하다. 예부터 많이 듣고 써 온 사자성어 아닌가.

'와각지쟁'은 또 무슨 뜻인가? 달팽이 뿔에서 싸운다는 뜻이다. 작은 것을 두고 사즉생의 자세로 싸운다. 결과가 허탈하다. ‘우물 안 개구리(井底之蛙)’도 비슷한 말이다. 무한경쟁의 국제 정세 하에서 한반도 남쪽에서는 자중지란(自衆之亂)으로 시끄럽다.

지나치다. 차라리 옛날이 좋았다는 생각을 갖는 사람이 많다. 과유불급이기 때문이다. 좀 가난하면 어떤가. 배움이 다소 부족하면 또 어떤가. 사람의 마음에서 우러나는 정을 나누며 살면 그만이지. 지금을 과거의 그때보다 좋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정치를 보자. 만만한 게 정치여서가 아니다. 과유불급이 횡행하는 영역 치고 이곳보다 더 한 곳이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죽기 아니면 살기다. 박근혜도 과유불급으로 탄핵을 당했다. 이 사자성어를 마음에 담고 있었다면 탄핵까지 가진 않았을 것이다.

그 후예라고 할 수 있는 자한당도 마찬가지다. 대화와 협상이 전무하다. 따라서 타협도 없다. 오로지 투쟁이다. 육법전서만 끼고 살던 황교안이 이런 투사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콘크리트 지지층은 두 팔을 내 지르며 환호한다. 과유불급이다.

윤석열의 검찰은 또 어떤가. 법의 집행은 만인에게 동일해야 한다. 이현령(耳懸鈴) 비현령(鼻懸鈴)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법대로’를 외치지만 내가 볼 땐 ‘법대로’ 아닌 게 더 많다. 청와대 비서실의 정무적 판단까지 칼을 들이민다.

임명권자인 대통령도 이들 앞엔 무력하기 짝이 없다.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검찰권을 줄이려다 도리어 더 강화시켜 주고 말았다. 윤석열은 ‘과급(過及)’이요, 대통령은 ‘불급(不及)’이다. 지금 윤석열 검찰 앞에 큰소리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른바 검찰공화국이다.

과유불급이다. 윤석열 검찰, 너무 지나쳐 아니 감만 못하게 됐다. 하지만 이 지나침(過及)은 부메랑이 되어 검찰로 돌아갈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검찰권을 분산시킬 수 있는 좋은 여건 조성이 되는 셈이다. 이런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랄 뿐이다.

‘올해의 사자성어' 원조는 교수신문이다. 그 신문이 뽑은 2019년 사자성어는 '공명지조(共命之鳥)'라고 했다. 머리가 둘 달린 새 공명조(共命鳥) 이야기다. 운명공동체가 서로 이기려고 싸우는 상황을 꼬집은 말이다. 현실에 비춰볼 때 설득력 있는 사자성어이다.

이것은 과유불급과도 상통한다. 지나치면 불만을 품게 되고 불만이 쌓이면 투쟁하게 된다. 경쟁은 선의(善意)가 작동하지만 투쟁은 승부(勝負)밖에 없다. 이기지 않으면 진다. 과유불급의 2020 경자년(庚子年)이 되면 좋겠다. 나부터 노력해 볼 작정이다.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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