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聖誕), 그 위대한 탄생
                                          ㅡ정규훈 詩

정규훈(시인, 총신대 교수)

내 몸 하나 누울 곳 없던 어린 시절
죽 한 그릇으로 허기를 지켜내던 배고픈 시절
그분이 누추한 마구간에 오신 이유를 알았습니다.

불의와 맞서던 청년의 때
차가운 마룻바닥에 멍든 몸뚱이 뒹굴 때
그분이 동지 추위 맨몸으로 오신 이유를 알았습니다.
두려움과 사망의 공포로 가슴이 찢어질 때
나보다 먼저 십자가에 오르셔서
온몸의 피를 다 쏟으시고 만신창이 된
그 눈부시고 처절한 사건이
바로 나 때문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어디 하나 기댈 곳 없어
흐르는 강물에 눈물을 심을 때
황량하고 피폐한 영혼의 황무지에
흰 눈처럼 다가와 감싸는 따스한 손길이
그분의 누더기 된 육체의 파편임을 알았습니다.

저 낮고 천한 곳에 오신 그분이
차디찬 구유에 누이신 그분이
핍박과 저주를 홀로 감당하신 그분이
눈발 되어 소리 없이 흐느끼는 그분이
바로 나를 위해 그러신 줄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 성탄, 그 위대한 탄생! 맞다. 이 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있을 성싶지 않다. 아름다운, 거룩한, 좋은… 등등의 탄생? 이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 '위대한'이다. 시를 한 줄 한 줄 읽어가면서 '위대한 탄생'이 의미하는 바를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하고 감복했다. 이 시는 사유(思惟)의 산물이 아니다. 행동에서 얻은 결정(結晶)이어서 더 마음이 간다. 약하디 약한 시인을 위해서 오신 예수님! 시인은 자신 있게 약자의 선봉이 된다. 그렇게 살아왔다. 없어서 배고프고, 의식이 살아 있어 핍박 받고, 불의에 반(反)한 실천을 주저함 없이 함으로 사망의 공포에 휩싸일 때 그분이 계셨기에 버틸 수 있었음을 곡절히 표현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따스함을 잊지 않는다. 그 따스함은 주님께서 주시는 손길을 통해 온 것이다. 여차하면 선전이나 선동의 시로 읽혀지기 쉬우나 한 꺼풀만 벗기고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성탄의 의미를 죄인과 약자들과 관계 지어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죄인과 약자는 유려한 언어와는 떨어진 거리에 있는 존재다. 그래서 시인은 2019년의 성탄을 화려함이 아니라 치열한 눈으로 담아내고 있다. '성탄, 위대한 탄생'은 이 땅의 다수 서민을 위해 오신 그분에 대한 감사로 귀결된다. 그 맨 앞자리에 시인은 있고 싶어 한다(耳穆).

정규훈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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