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김천 70명산 도전
happy together 김천....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데 아내가 팥을 불리고 있네요. 팥죽을 끓이려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내일(22일)이 동지였군요.
벌써 또 한해가 소리 없이 저물어 갑니다.

제목을 독특하게 적어서 잠시 설명을 드리자면 올해가 김천시 승격 70주년이라고 합니다. 두 달 전인가 올해 안으로 반드시 70명산 중의 한곳을 오른다고 약속을 하고는 면사무소에서 기념수건을 미리 받았었지요. 

오늘 드디어 실천을 했습니다. 굳이 다른  이유를 하나 더 찾자면 며칠 전에 직장을 퇴직한 친구의 기념 산행을 겸했다고나 할까요? 법이 그런지 59년생들은 대부분 올해 퇴직을 하더라구요. 물론 저같이 농부들은 따로 퇴직이 없습니다만....

               (1207m 정상에서 바라본 백두대간)

오늘은 미세먼지가 조금 있어서 조망이 별로입니다만, 장쾌하게 뻗어 나가던
백두대간 마루금이 대덕산 삼도봉을 거쳐서 이곳 석교산(石橋山)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곳이라 조망이 멋진 곳이랍니다. 이곳에서 잠시 숨을 고른 백두대간은 황악산 민주지산을 달리고 달려서 소백산으로 부지런히 올라가겠지요. 마지막은 백두산일 테구요.

               (유한킴벌리를 퇴직한 친구)

겨울 날씨가 참 얄궂습니다. 아침까지만 해도 제법 추울 거라는 일기예보 때문에 단단히 옷을 껴입었더니 일기예보와는 다르게 산행하기에 딱 좋은 날씨입니다. 미세먼지가 있는 관계로 조망이 별로라
조금 실망을 했습니다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퇴직한 친구)

2시간 정도 부지런히 올라서 산 정상에 도착을 했더니 자연석으로 만든 이채로운 표지석(정상석)이 반깁니다. 정겹게 보이기도 하구요.

가까운 삼도봉의 으리으리한 표지석을 보다가 작은 자연석에다 글씨체까지 자연미가 넘치는 "석교산" 그리고 옆에 적은 "백두대간" 아래에 "1207m"라고 적힌 글씨를 보니 참 소박하게 보입니다. 혹시나 김천시에서 다시 커다랗게 인공적인 표지석을 세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지금도 참 예쁩니다.

산에서 먹는 커피가 맛있습니다. 따끈한 커피 한잔으로 가슴까지 후련해집니다. 잠깐이지만 백두대간이 들려주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역시나 큰 산들이 들려주는 소리는 깊은 울림이 있습니다. 이쯤에서
산을 노래한 시(詩)도 한편 올려볼까요.
               

산(山)
                  /김용택

​강물을 따라 걸을 때 
강물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흐르는 거야 
너도 나처럼 흘러봐

하얗게 피어 있는 억새 곁을 지날 때 
억새는 이렇게 말했네 
너도 나처럼 이렇게 흔들려봐 
인생은 이렇게 흔들리는 거야

연보라 색 구절초 꽃 곁을 지날 때 
구절초 꽃은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한번 피었다 지는 꽃이야 
너도 이렇게 꽃 피어봐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를 지날 때 
느티나무는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뿌리를 내리고 
그 자리에서 사는 거야 
너도 뿌리를 내려봐

하늘에 떠 있는 구름 밑을 지날 때 
구름은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허공을 떠도는 거야 
너도 그렇게 정처 없이 떠돌아봐

내 평생 산 곁을 지나다녔네 
산은 말이 없었네 
산은, 지금까지 한마디 말이 없었네
***  ***  ***  ***  ***  ***  ***  ***

잠시 산에서 머물다가 올라간 만큼 다시 산을 내려왔습니다. 저 산들은 늘 잠시 잠깐의 시간만 허용을 하더라구요. 

오늘도 그랬답니다. 김용택 시인의 시를 보고 있자니 "인생은 허공을 떠도는 것이라고 너도 그렇게 정처 없이 떠돌아 보라고..." 하데요. 

그리고 시인은 이미 오래전에 산은 말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는데.... 저와 제 친구들은 나이 61살(환갑)을 지나서야 희미하게 인생을 알 듯도 합니다. 
역시나 산은 말이 없었습니다. 
그냥 빙그레 반겨줄 뿐....

내일이 동지이니 2019년도 저물었네요.
그러고 보면 퇴직을 하는 친구들은 2020년부터 제2의 인생을 삽니다. 물론 저도 그렇습니다만 60살 이후의 인생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입니다. 그냥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산을 오르고 또 내려오듯이 재미있고 의미 있게 살아가자고 친구들과 약속을 했습니다.

문홍연  gcilbonews@daum.net

문홍연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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