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보내야 하는 끄트머리의 마음엔 만감이 교차한다. 보내야만 하는 아쉬움과 맞이하는 설렘이 공존하며 경계를 이루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 경계의 지점을 연말연시라고 부른다. 

12월 14일 토요일, 목회자로서는 주일을 준비하며 몸을 추스를 때이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토요일엔 가급적 멀리 움직이는 것을 피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 상경 길에 오른 것이다.

무슨 특별한 일이 있었기에? 세 가지 일을 도모하며 토요일 하루를 계획했다. 오전 10시 한국교회사학회 학술대회 참석, 오후 3시 영천 박영재 시인의 청계문학상 시상, 저녁 6시 30분 녹지야학 송년회가 그것이다.

이 글은 박영재 시인의 문학상 시상식에 맞추어 씌어졌다. 12월 14일(토) 오후 3시, 장소는 서울 동부여성발전센터 2층 대강당이었다. '淸溪文學會'란 한자를 고집하는 모임의 명칭에서 눈치 챌 수 있듯이 고풍이 물씬 풍기는 식장 분위기였다.

12월 14일(토) 오후 시 서울동부여성발전센터 2층 대강당에서 문학을 좋아하는 200 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청계문학 시상식을 가졌다.

참석한 사람들도 연로하신 분들이 많았다. 또 축하 공연도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고전무용인 한량무에 민요를 곁들여 흥을 돋우었다. 포스트모던 문학이 방황하고 있는 시대에 전통과 맥이 닿아 있는 문학을 고수하고 있는 것에 친근감이 갔다.

모두 4부로 나뉘어 행사가 진행되었으니 짧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었을 것은 당연하다. 영천 박영재 시인은 제3부 청계문학상 시상 중 시조 부문 대상을 받았다. 시조에 대해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있는 영천 선생은 고희를 막 지날 즈음에 시조를 공부했다.

내년(2020년)에 구순에 접어드니 20여년을 시와 함께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은퇴 후 체력과 지력이 급격히 쇠락하는데, 영천 선생은 은퇴 후 더 왕성하게 활동하는 모범을 보여 주어 주위로부터 부러움을 샀다.  

문학이 아니었다면 그도 여느 사람들과 같이 은퇴 뒤의 삶이 생기 없고 무료했을 것이다. 영천 선생의 시작(詩作)은 스스로에게 에너지를 보충하는 것과 같았다고나 할까. 70 중반에 뇌졸중이 찾아와서 불편한 몸이 되었지만 문학이 있는 곳이라면 거리를 따지지 않고 달려갔다.

구순(九旬)의 노 시인인인 영천(永泉) 박영재 시인이 청계문학회 장현경 회장으로부터 시조부문 대상을 받고 있다.

이런 열심이 한 권의 시집과 세 권의 시조집 해서 모두 네 권의 책을 상재하게 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박 시인은 또 한 권의 시조집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노익장도 이런 노익장이 없다. 그는 일찍이 구양수가 말한 3다(多)의 삶을 모범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구순의 연치에도 책과 함께 살아간다. 주위엔 언제나 책이 가득 쌓여 있다. 읽고 메모하는 습관이 시의 다작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늘 시상을 떠올리며 시작에 몰두한다. 시가 곧 생활인 셈이다. 그의 이런 노력이 4년 사이 시집을 네 권이나 출간하는 결과를 가져왔을 터.

첫 시집(<반석 위의 백합향>, 조선문학사, 2008년 11월)을 제외하면 모두 시조집이다. 출간 순서대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산수와의 동행>(이지출판, 2010년 6월), <뿌리 깊은 그루터기>(조선문학사, 2012년 7월), <구름 타고 땅을 보니>(하나로선사상과문학사, 2012년 10월).

박 시인은 이번 청계문학상 시상식에서 시조 부문 대상을 수상한 것은 시조에 대한 작품성과 열정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가 여러 문학 장르 중 유독 시조에 집착하는 이유가 뭘까. 박 시인의 수상 소감에서 이유의 일단을 짐작할 수 있겠다.

"시조는 7백 년의 전통을 가진 우리 민족 고유의 문학 장르입니다. 고유문화가 점점 퇴색해 가는 듯한 안타까움에서 시조를 붙들게 되었습니다. 초중장 45자를 시적 언어로 조합해 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민족애가 싹 트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영천 박영재 시인이 한복으로 곱게 차려 입은 청계문학회 회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박 시인은 최남선-이병기-정완영-이태극으로 이어지다가 지금은 시조의 맥이 끊어졌다고 말했다. 끊어진 맥을 복구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도 되는 양 그는 시조 창작에 심혈을 쏟고 있다. 시조 부흥을 꿈꾸는 것은 우리의 것을 지키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청계문학회 장현경(시인, 문학평론가) 회장은 박영재 시인의 시조에 대해 자연을 관조하면서 드러내는 조국애가 3장의 정형시로 결정(結晶) 맺고, 그 위에 절대자에 대한 경외감이 내용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 시상이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뤄낸다고 평했다.

미수(米壽)를 거쳐 내년에 9순이 되는 박 시인이 청계문학상 시조 부문 대상을 받은 데서 많은 것을 생각한다. 문학에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 은퇴 후에도 좋은 일을 하며 의미 있는 삶을 얼마든지 영위할 수 있다는 것, 시작은 순수한 마음의 소유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는 것... .
청계문학상 시상식은 제4부 공로상, 작가상, 예술상 시상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2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수상자들을 비롯 참석자 전원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기쁨이 넘쳐나는 모습들이었다. 한민족 고유의 예술 잔치가 배설되었다가 막을 내린 현장이었다.

끝으로 박 시인을 비롯해 이번에 여러 종류의 상을 수상한 분들에게 축하 말씀을 올린다. 문학은 우리 삶의 정신적 보고(寶庫)이다. 특별히 청계문학상 시조부문 대상을 수상하신 나의 장인 영천 선생의 건강과 지속적인 건필을 빈다.

축하 차 함께 한 가족들과도 기념으로 한 컷 찰칵!(왼쪽에서 세 번째가 박영재 시인,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청계문학회 장현경 회장,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필자 이명재 박사)

이명재  lmj2284@hanmail.net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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