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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기행 - 군산 수산시장
취재부 | 승인 2019.12.14 09:28

서천청소년수련원에서 이틀에 걸쳐 열린 농어촌목회자 세미나를 마치고 군산수산시장에 들렸다. 내륙에 사는 사람들이 동경해마지 않는 항구도시 군산이다. 일제시대의 건축이 잘 보존되고 있어서 근대 문화유산답사 코스로 잘 알려진 군산이지만 우리 일행 대부분이 두세 번 이상씩 훑은 경험이 있는지라 수산시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넓직한 시장 안에 수산물이 차고 넘쳤다. 외국산 수산물이 재래시장까지 넘보고 있어서인지 '국내산'이라는 푯말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어떤 것은 보다 구체적으로 '서해산'이라고 표시해 둔 것이 객(客)에게는 이채로웠다.

참조기와 갈치 묶음에 눈이 갔다. 기꺼이 죽음으로 사람들에게 환영 받는 바닷고기... 죽어 사람을 즐겁게 할 수 있다면 기꺼이 그 길을 가리... 그러나 생명은 다 소중한 것이 아닐까?

아침 7시에서 저녁 7시까지가 수산시장의 영업시간이다. 그새 생선을 좀 팔았는지 신사임당(5만원 권)이 왔다갔다 한다. 시장의 분위기는 주고받는 돈으로 인해 피어오르는 것 같다.

척 사장님. 갈치 상자를 무리하게 옮기다가 오른팔굽의 인대가 늘어나 깁스를 했다. 굴곡이 심한 인생사에서 억척 사장님은 지금 바닥을 치고 있으니 상선곡선을 그을 일만 남았다며 애써 희망을가져본다.

김장철이 성수기인 새우 젖깔을 겹겹이 쌓아두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지만 찾는 이가 뜸해 주인장이 속을 태우고 있다.

17년 전통의 군산수산시장. 시장이 연륜을 이기지 못하고 많이 낡게 되었다. 2년 뒤엔 옆에 새 건물을 지어 이사갈 예정이다. 그때까지만 버티자며 입을 앙물고 있지만 쉽지 않다. 한두 가게씩 문을 닫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군산수산시장이 활황을 누린 때가 있었다. 그땐 전화로 미리 예약을 해야 회 구경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던 것이 GM 코리아 자동차 공장의 폐쇄로 변곡점을 찍고 급경사의 사선을 긋게 되었다. 우리가 시장을 찾았을 때 손님들이 뜸해 휑한 느낌이었다.

수산시장 전체가 마치 큰 해산박물관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지키고만 있어도 종사자들의 생활을 보장해 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일행 중 한 사람이 '망상(妄想)'이라고 했지만 '생각은 자유'라고 했으니...

미더덕, 굴, 해삼 등 자연산 해산물은 사람의 입맛을 돋우는 데에 특효를 갖고 있다. 주인장은 서해안 산(産)임을 유난히 강조했다. 맛을 보니 과연 깔끔하고 고소한 것이 여느 것과는 차이가 났다.

가지각색의 바닷고기로 회를 떠놓고 사람들을 불렀다.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다. 굽거나 끓여서 먹는 것이 한층 진화된 식문화(食文化)인데 사람들이 '생'을 찾는 이유는 뭘까?

살아서 꿈틀대는 어류들... 인신공양(人身共養)을 거부하는 마지막 몸짓처럼 보였다. 결국 포기하고 움직임을 그쳤을 땐 그들은 이미 이 땅의 생명이 아니었다.

"수산시장이 생기를 다시 찾을 수 있도록 기사 좀 잘 써 주세요" 앞치마를 두르고 털모자까지 쓰고 하루 12시간을 꼬박 가게를 지키지만 만족할 만큼의 손님은 오지 않는다. 기사 잘 써서 손님들을 가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중앙상회 김순식 대표는 아직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시장이 쉬는 날을 묻자 매달 첫째와 셋째 화요일이라고 했다. "쉬는 날 뭐 하시냐?"고 묻자 집안 정리하느라 더 일이 많다는 답이 돌아왔다. 사람이 쉬는 날이 아니라 시장이 한 달에 두 번 쉬는 셈이다.

점심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회를 들며 소줏잔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있어 정겹다. 우리 일행은 이들 옆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1층에서 회 쳐 온 것을 2층 충청도횟집에 와서 먹는 것이다. 그러니까 두 상회의 협업으로 구미를 해결하는 셈이 된다.

우리 일행을 위해 풍성하게 차려진 식탁... 회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일행은 네 접시의 싱싱한 회를 다 해 치우지 못하고 한 접시는 포장해 돌아와야만 했다.

농어촌 목회자 세미나 마치고 군산 수산시장을 구경하고 회까지 포식한 우리는 '임도 보고 뽕도 땄다'는 속담을 떠올리며 웃음 지었다. 환한 얼굴들에서 '금강산도 식후경'임을 읽을 수 있었다.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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