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익 소장(환경과생명연구소)

기후변화 해결에서 개인의 생활태도나 소비 습관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건 두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만 더 강조해야 할 것이 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족 4명이 여행을 다녀온다고 가정해보자. 
기차를 이용하는 고속철도(KTX)의 1인당 편도 요금은 5만9800원이다. 왕복을 해야 하므로 한 명당 11만9600원이 든다. 모두 4명이니 다 합치면 교통비만 해도 48만 원에 가깝다. 

이에 견주어 자동차를 이용할 때 교통비는 대략 20만~25만 원 정도 든다. 자동차의 종류나 주행 경로 등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나겠지만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꺼이 기차를 타려고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자동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기차에 견주어 6배나 많다. 자동차 이용을 줄이는 게 좋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비용을 두 배씩이나 더 많이 지불하면서 자동차를 포기하고 기차를 선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착한 일, 좋은 일을 한다는 건 생각처럼 그리 간단하지 않다.  온실가스 배출과 기후변화의 원인을 개인의 탐욕이나 이기심 탓으로만 돌리면 사안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 개인의 책임만 지나치게 부각되면 문제의 핵심과 초점이 흐려진다. 

특히 빈곤이나 불평등 문제와 기후변화 문제를 분리할 때 이런 문제가 생긴다. 모든 나라와 모든 사람에 대해 기계적이고 획일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라고 윽박지르면 가난한 이들이 인간답게 살 권리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설령 본래 의도는 그게 아니라도 말이다. 

잘 알다시피 기후변화를 일으킨 가장 큰 책임은 선진 산업국들과 부유한 사람들한테 있다. 그런데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명분으로 가난한 사람을 비롯한 사회경제적 약자들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켜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개인의 도덕적 문제로 환원할 수 없다. 개인 차원의 문제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긴 하되 더 본질적으로는 잘못된 경제 시스템과 사회구조의 문제다. 그러므로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대량의 온실가스를 끝도 없이 배출하게 만드는 지금의 사회경제 시스템과 현대문명의 생활방식 자체를 바꾸는 일이다. 

현대인의 삶은 화석연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정치, 경제, 사회의 구조적 틀 안에 갇혀 있고 거기에 깊이 길들어 있다. 경제성장과 개발, 소비와 소유, 생산력과 효율과 속도와 경쟁 따위를 우상처럼 떠받드는 지금 세상의 구조와 체제, 문화, 가치관을 그대로 두고서는 기후 재앙을 피할 수 없다.

겨냥해야 할 과녁의 핵심은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유통, 대량폐기 시스템을 원동력 삼아 굴러가면서 개인들의 소비 욕망을 끝없이 만들어내고 부추기는 자본주의 체제 그 자체다. 물론, 지금 당장 이런저런 방법을 최대한 동원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그렇긴 하지만 자본주의에 대한 공격과 자본주의를 넘어서고자 하는 급진적 대안의 실천 없이 기후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장성익  gcilbonews@daum.net

장성익  gcilbonews@daum.net

<저작권자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