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처녀 총각, 김천에서 프로포즈하다

오후 2시라고 했다. 10분 전에 김천대 본관 5층 세미나실로 갔다. 어, 웬일이지? 행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시간을 잘 못 알았나....

11월 26일(화) 김천대학교에서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민주평통 김천시협의회(회장 백남명)에서 주최한 '평화 공감 토크 콘서트' 이름이 좋게 다가온다.

200 여명의 학생과 교직원 그리고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눈에 보이는 유익, 손에 잡히는 이익만을 찾는 시절에 막연하기 짝이 없는 '통일ㆍ평화ㆍ공감'에 마음을 두고 있는 이들이 색다르게 보였다.

민주평통 김천시협의회 백남영 회장은 공직 은퇴 후 통일운동에 뛰어 들었다. 남북의 평화통일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노력해서 얻는 것임을 학생들에게 강조했다.

김천대 윤옥현 총장은 이런 의미 있는 토크 콘서트를 김천대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게 너무 좋다고 말했다. 운동(movement)은 작게 시작해서 큰 열매를 맺는 과정이다.

'평화와 통일' 하면 진지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연상하기 쉽다. 그러나 이날 토크 콘서트는 탁탁 튀는 분위기 속에서 즐겁게 진행되었다. 역시 대학생들은 흑백의 딱딱한 분위기보다는 핑크빛 향연을 좋아한다.

이런 행사에서 '혼연일체'를 운위한다면 무리일까? 하지만 참가자 모두가 하나 되어 진행된 행사여서 이 사자성어(渾然一體)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이날의 호스트를 자임한 사람은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수석 수석연구원. 그는 북한 지도를 펼쳐놓고 행정 구역의 변화부터 강의를 시작했다.

재미있게 진행될 토크 콘서트를 자신하지만 그래도 혹 딴전을 피우는 학생이 있을까봐 노파심에 준비한 당근이 상품권. 준비한 상품권의 향방이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SNS는 북한이라고 피해가지 않는다. 올해 안으로 북한의 휴대폰 사용 인구를 650만 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북한 사람 네 명 중 한 사람 꼴로 휴대폰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 아이콘의 이름이 모두 우리말인게 인상적이다.

본격적인 토크 콘서트가 시작되었다. 주연으로 이수석 연구원, 북한 청년 김강유(북한인권정보센터 강사), 북한 처녀 이현희(통일부학교통일교육 강사). 이 글의 제목을 '북한 처녀 총각, 김천에서 프로포즈하다'로 붙인 이유를 눈치챘으리라.

민주평통자문회의 김천시협의회 임원들도 시간을 내어 함께 했다. 촌음을 다투며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민주평통 일까지 보려면 보통 사람 두 배의 성실성이 요구되지 않을까 싶다.

쏟아지는 대학생들의 질문에 차분하게 답하는 김강유 강사. 형에게 물어보듯 부담 갖지 말고 질문하라고 운을 띄어서인지 묻고 답하는 게 자연스러웠다. 남북통일도 점진적으로 또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참석자 모두에게 동일했다.

독일의 통일에서 보듯 남북의 민간인 교류가 활발하게 선행되고 관(官)이 뒷받침되어 장벽이 무너져야 할 텐데 한반도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정상들의 일거수일투족 여하에 따라 민(民)이 일희일비하는 모습이다. 바뀌어야 한다.

이런 자리는 많이 있을수록 좋다. 그야말로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지난 11월 15일 경북보건대에 이어 김천대가 두 번째이다. 남북통일은 우리의 지상과제다. 대학을 넘어 초‧중‧고등학교에까지 이런 통일교육이 실시되어야 한다.

토크 콘서트를 마치고 수고한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남겼다. 백남명 회장 등 민주평통자문회의 김천시협의회 임원들과 김천대 윤옥현 총장과 관계 교직원들이다. 이들이 통일의 실질적 동량(棟樑)들이다(취재 / 박성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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