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관계가 그렇다.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가... 또 이것을 반복하는 것. 정치도 비슷하다. 좋아했다가 싫어하는 것... 이런 현상이 되풀이된다는 믿음은 정치적 헛발에 대한 위안이 되기도 한다. 정권 담당자나 국민에게나.

문재인 정권이 지소미아(GSOMIA,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를 조건부 유예시켰다.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많은 검토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이해는 한다. 그러나 이해하는 것과 지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나는 우려의 마음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도 문재인 정권의 서투른 판단 의식이 마음에 걸린다. 아마추어 정권이란 말을 들어도 싸다. 이렇게 할 걸 왜 지소미아 종결을 만천하에 선포했나. 선포하지 않았던 것만 못한 결과를 가져오고 있지 않나. 넓고 깊이 보는 눈이 아쉽다.

11월 22일 청와대는 지소미아 종료를 '조건부 연기'한다고 발표했다(사진 = BBS)

촛불혁명의 결과로 들어선 문재인 정권에 나는 일찍이 '아마추어 정권'이란 곱지 않은 표현을 쓴 적이 있다. 집권 초창기 '적폐청산'이란 거창한 구호를 내걸었지만 실행이 구호에 미치지 못했을 때 그런 표현을 썼다. 경험이 빈핍한 결과로 보았다.

그것에 대한 반격이기라도 하 듯 문재인 정권은 두 가지 점을 가지고 결기를 보여 주었다. 한 가지는 난공분락(難攻不落)과도 같은 검찰의 기수 문화를 파기하고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소미아 종결 선언이었다.

다 알다시피 윤석열 임명을 당시 국민들은 파격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결국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 되고 말았다. 윤석열로 인해 문 정권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개혁'의 동력에 큰 손실을 입었다. 상상하지도 못한 것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지소미아 종결 선언은 구체제의 강고한 카르텔에 반하는 것이어서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일본과의 관계는 강경할수록 국민이 좋아한다. 과거 36년의 좋지 않은 역사적 경험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마저 '조건부 연기'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뒤집고 말았다.

국민의 정서가 국가 정책 결정의 전부는 물론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기준임은 분명하다. 이것에 반한 결정, 지소미아 조건부 연기 결정은 문재인 정권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당장 제기되는 문제가 국가의 자주성 독립성 문제이다.

보수 정당이 집권했을 때 늘 따라다닌 것이 '국가의 자주성'이 결여되었다는 것이었다. 미국과 일본에 종속되어 독립국으로서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고 비판 받았다. 문재인 정권은 그 전 보수정권과는 다르기를 바랐다. 그런데 다를 게 뭐가 있는가.

치열한 국제 정세에서 독불장군은 없다. 최근 한미 군사 관계 문제로 미국의 고위 관리들이 번갈아 방한해 문 정권에 입장을 전달했다. 지소미아도 중요 의제였다. 문재인 정권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국내외로부터 전방위적 압박을 받았다.

그럼에도 아쉬운 것은 당사국 일본은 미동도 하고 있지 않다.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 조건부 연기 결정을 내린 데 대한 이의제기는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다. 이럴 바에야 애초 종결선언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란 비판이다.

조건부 연기'라는 단어 조합이 그럴 듯해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누가 보나 일본과 미국에 굴복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국가 간의 관계라는 것은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이다. 주는 것이 있으면 받는 것이 있어야 한다.

두고 볼 일이지만 문 정권의 지소미아 조건부 연기는 이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지금 일본은 우리나라에 대한 화이트 리스트 배제를 철회할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기회에 본때를 보여 주겠다며 입을 악물고 있는 분위기이다.

강경화 외교장관이 급거 도일하는 등 수선을 피우지만 아베 정권의 입장은 단호하다. 문재인 정권이 안쓰럽게 보인다. 앞으로 남은 절반의 임기를 어떻게 채워 나갈까. 자한당을 비롯한 극우 보수 세력은 자신들의 승리라며 쾌재를 부르고 있지 않은가.

단식에 들어간 자한당 황교안 대표는 지소미아 포기뿐 아니라 공수처 설치 저지, 패스트 트랙 취소가 관철될 때까지 목숨을 내놓겠다고 으름장을 피우고 있다. 국민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문 정권의 남은 임기는 힘겨울 수밖에 없다.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지금 정부 여당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노심초사(勞心焦思)하고 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보자. 정말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겠는가. 이런 상황에선 당장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의 승리도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지지층이 이탈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발행인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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