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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작가 문홍연의 # 일상 - "향수"의 고장 옥천에서....
문홍연 | 승인 2019.11.15 08:58

#일상
"향수"의 고장 옥천에서....

옥천을 잘 모르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정지용시인의 "향수"라는 시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듯합니다. 시(詩)가 그만큼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을 담백하게 그려서 그렇겠지요? 

며칠전 ‘향수의 고장’ 충청북도 옥천에 대청호반을 따라서 걸을 수 있는 탐방로가 개통이 되었다는 뉴스가 나왔었지요. 그 곳이 궁금하기도 해서 마침 오늘 친구들과 집을 나섰습니다. 둘레길 이름을 "향수호수길"이라 지었군요. 옥천군민 모두가 자랑하는  정지용시인의 시 '향수'와 '대청호수'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합니다. 

옥천읍 수북리 선사공원에서 시작을 하여 안내면 장계리 방향으로 호반 옆의 산길을 따라서 만들었더군요. 지금도 일부 구간은 조성 중에 있었습니다.

입구에서 설명문을 살펴보니 "향수호수길"은 총 5.4㎞이고 대청댐이 들어서기 전 옥천~보은을 오가는 도로가 있던 곳이라고 합니다. 물론 그때의 도로는 물속에 잠겼으니 그 옆으로 둘레길을 만들었구요. 

옛날부터 옥천군은 금강하고는 뗄래야 뗄수가 없는 관계라고 합니다. 군 전체가 1읍 8개면인데 그 중 7개 읍·면이 금강유역에 붙어 있다네요. 그러다보니 대청댐이 건설되면서 옥천군 대부분의 농경지와 산림이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묶였다고 합니다. 실제로 사는 주민의 입장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엄청난 제약을 받을 것 같습니다. 불행 중 그나마 다행인 게 30여 년 간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다보니 수목은 점점 울창해졌고 호수 주변은 개발이 안 된 채로 보존이 잘 되어 왔다는 편이 맞을 것 같기도 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저곳은 예전에 옥천군의 상수원 취수탑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다른 곳으로 취수원을 옮겼는지 쓸모가 없어졌다네요. 어느 분의 아이디어인지 모르겠지만 "향수호수길"의 전망대로 예쁘게 꾸몄더군요. 참 멋진 발상입니다.

전망대에서 기인(奇人)을 만났습니다.
나이가 60살을 넘은 듯한 퇴직자처럼 보였구요. 요즘은 '팬플룻'이라는 악기를 취미삼아 배우는 중이라고 합니다. 
한 곡조 들려 달라고 박수를 보냈더니
감사하게 멋진 노래를 한곡 들려주네요.

노래 제목이 "숨어 우는 바람소리"라는 대중가요였습니다. 아쉽게도 주변의 바람이 숨어서 울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오늘따라 바람소리가 요란했습니다.

가을과 잘 어울리는 노래인데다 평소에 제가 좋아하는 노래라서 여기에다 가사까지 옮겨 보겠습니다.

"갈대밭이 보이는 언덕 통나무 집 창가에 길 떠난 소녀같이 하얗게 밤을 새우네 
김이 나는 찻잔을 마주하고 앉아면 그 사람 목소린가 숨어 우는 바람소리

둘이서 걷던 갈대밭 길에 달은 지고 있는데 잊는다 하고 무슨 이유로 눈물이 날까요 아~아~아 길 잃은 사슴처럼 그리움이 돌아오면 쓸쓸한 갈대숲에 숨어 우는 바람소리..."

제가 요즘 들어 부쩍 여러 곳을 돌아 다녔습니다. 운동이라면 운동도 되겠고 취미활동이라고 해도 뭐 크게 틀린 말도 아니겠지만요.

그랬답니다. 오늘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들른 옥천의 "향수호수길"이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멋진 둘레길이었습니다

걷는 내내 정지용시인의 "향수"를 흥얼거렸습니다. 왕복 6.6km는 될 듯합니다. 둘레길 옆의 가을은 아직까지  떠나지를 못했더군요. 나무들 가지마다 주렁주렁 달려 있었습니다.

이왕에 '향수'라는 단어까지 나왔으니 정지용시인의 시도 인용을 하겠습니다.
                   

             향 수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빈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던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 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문홍연  gcilbonews@daum.net

문홍연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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