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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박성원의 『미래공부』백승종(한국기술교육대학교 겸임교수, 독일 튀빙겐대학교 철학박사)
편집부 | 승인 2019.11.10 19:55
박성원 지음 『미래공부』(글항아리, 2019년 8월 출판)

미래를 위한 예측의 힘

“우리가 예측하려는 미래는 유토피아도, 디스토피아도 아니다. 실현 가능해야 하며, 지금보다는 바람직하나, 여전히 사회 문제를 안고 있는 미래다. 우리가 살고 싶은 미래는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하며, 그에 따라 어떤 기회와 위협 요인이 있을 것인지 예측하는 게 핵심이다.”(79p.) 
 
21세기의 인류는 생존의 위기에 직면하였다. 누구나 다 아는 ‘기후위기’도 그러하고, 각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여러 가지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영국의 브렉시트 문제, 한일 양국의 지속적인 갈등을 떠올려 보라. 누구도 미래의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 점에서 우리는 미래에 관한 ‘예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한다.

그런데 말이다. 우리가 직면한 위기의 강도가 너무 크기 때문에, 앞으로의 미래는 현재의 ‘강자’들에게 반드시 유리하다고 전망하기 어렵다. 역사가인 나로서는 중세 봉건시대의 말기가 떠오른다. 당시 기득권층인 봉건영주들과 기사들은 근대의 초입에서 처참하게 무너졌다. 이른바 역대급의 변화가 다가오고 있었으나, 그들은 미래를 전망할 만한 지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는 동서고금의 역사에서 빈번히 발견된다. 

이 책은 미래를 예측하고 거기에 적합한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능력을 키워준다. 물론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우리가 미래의 생존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새로운 문제의식을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참으로 유익한 책이다. 저자가 강조하였듯이, 미래를 예측하려면 우리는 현재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이란 것이 얼마나 복잡한가. 이것은 ‘과거’에 대한 입체적인 분석과 이해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요컨대 우리가 보다 확실한 미래의 생존을 확보하려면, 지나간 과거와 현재 및 미래를 끊임없이 오가며 비교분석하는 작업을 그만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지혜와 통찰을 선사한다. 

우리의 인식 지평을 확장해준다는 뚜렷한 장점, 이것이 이 책의 중요한 특징이다. 그런데 사람은 누구나 미래를 논의할 때조차 현재의 가치와 입장을 고집하려는 경향이 있다. 달리 말해 현실 권력의 입장에서 유용하거나 중요한 것에 주목하는 버릇이 있다. 그런 식으로는 결코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그 점을 정확히 짚었다. 그리하여 그는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필요한 변화라면 제 아무리 낯선 것일지라도 받아들여야 한다. 합리적이고 유용한 것이기만 하면 익숙하지 않은 것일망정 마음을 열어 받아들여야 변화된 미래에도 생존할 수 있다. 보다 행복한 인류/국가/사회/개인 미래를 위해 사고의 전환을 촉구하는 것이다.  

‘미래학’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일종의 학문적 기만이 아닐지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정치가와 각종 전문가들은 어느 시대든지 풍요로운 미래를 약속하기 마련이다. 혹여 지배층의 이러한 주장을 학문의 이름으로 합리화하는 것이 미래학은 아닐까 지레짐작하기 쉽다.

그러나 미래학은 결코 그런 것이 아니다. 저자가 여러 차례 강조하였듯, 미래학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인류보편의 관점에서 대안의 미래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런 점에서 미래학자들의 고민은 기성권력과의 마찰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래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미래학자들은 좋은 방법을 알고 있다.

문제는 이런 지식을 우리 사회가 거의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기득권층의 이익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저자의 『미래공부』 역시 그러하다. 이 책은 우리가 으레 짐작하는 빤한 장밋빛 약속을 남발하는 책이 아니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전혀 새로운 시각에서 검토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박성원은 2017년 세계미래학연맹이 주는 '탁월한 젊은 미래학자상'을 받았고, 2013년에는 ‘Journal of Futures Studies’로부터 최우수논문상까지 받았다. 그는 10여년 이상 인류세의 미래를 고민해왔다. 그의 학문적 노고가 한 권의 의미 있는 결실을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책에는 그의 학문적 여정이 솔직 담백하게 서술되어 있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마치기까지 그의 내면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났는지, 그리고 귀국한 이래 그가 추진한 학문적 임상실험을 충실히 보고한 것이기도 하다. 세계의 석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인류의 미래를 정열적으로 탐구한 저자의 활동보고서라는 점에서 흥미진진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여느 무미건조한 학술 서적을 읽을 때와는 전혀 다른 감칠맛을 선사하고 있다. 책장을 하나둘 넘기는 동안 우리는 인류의 현실과 미래에 관한 저자의 고뇌를 공유하게 됨은 물론, 그가 사용한 연구방법에 조금씩 익숙해진다.

책의 마지막 대목에 이르면 마치 저자와 함께 이 책을 쓰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날 정도이다. 짐작하건대 우리가 그렇게 느끼게 되는 것은 저자의 서사기법이 훌륭한데다, 동서양의 고전에 해박한 저자가 적절한 인용과 해석을 통하여 독자를 매혹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문체 또한 간명하고 유려해서 지식을 사랑하는 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것이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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