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농부가 찾은 원계서원(遠溪書院)!!

원골을 아시나요?  매년 1월1일이면 고성산에서 해돋이를 하는데, 실은 저도 수년에 한 번씩 가는지라 관심 있게 보는 편이 아니라서 그냥 지나치는 곳입니다. 

어제는 우연찮게 서부초등학교를 지나 원골에 있는 원계서원을 들렀습니다.
행정명은 부곡동이지만 그곳에 사시는 분들은 그냥 원골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일설에는 고려 말에 지나는 길손에게 숙식을 제공하던 원(院)이 설치되었던 마을이라 하여 마을 이름을 원동이라 했다고도 하며, 또 다른 설에는 공산 송준필 선생이 그의 문하생들과 여생을 지낸 원계서원이 있어서 원골(遠谷)이라 부르기도 한다네요. 

근데 들어가는 길이 좋은 편은 아닙니다.
시민탑 삼거리에서 김천역 방향으로 가다가 우측 편으로 난 작은 도로를 따라서 한참을 올라가면 서부초등학교가 나오지요. 예전과는 다르게 학교까지는 도랑을 복개하여 2차선으로 만들어져 있었구요. 학교 위쪽으로는 아직까지 옛날 그대로의 좁은 도로였습니다. 한참을 올라가니 산 중턱에 원계서원이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서원이라고
해봐야 깊이 알지도 못할 뿐더러 기껏 안다고 해봐야 국사시간에 배웠던 최초의 서원은 주세붕이 세웠다는 백운동서원이고 다시 이름이 변해서 소수서원이 되었다는 정도입니다. 
하나 더 있네요. 이퇴계 선생을 모셨다는 도산서원의 이름은 기억을 합니다.

서원(書院)을 검색해봤더니 "조선 중기 이후 학문연구와 선현제향(先賢祭享)을 위하여 사림에 의해서 설립된 사설 교육기관인 동시에 향촌 자치운영기구" 라고 정의를 했더군요.

                (송준필의 후손인 송재문이 故 박정희 대통령이 하사한 현판을 가리킵니다.

조선조에는 임금이 현판을 하사하면 사액서원이라 하여 이름을 드높였지요
이곳 원계서원도 임금님은 아니지만 대통령의 친필 현판이 걸렸으니 당연히 사액서원으로 불러야 겠지요?)

송준필 선생의 증손자인 송재문의 설명에 의하면 원계서원(遠溪書院)은 1927년 사림에 의해서 원계서원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지금의 건물들은 1972년에 세워진 것이라고 합니다. 서원 뒤편에는 대대로 명문가의 집안인지라 조선 말기부터 성리학의 학맥을 현대에까지 계승해온 근대의 성리학자이며 국권을 빼앗긴 일제 때에 국권회복운동에 투신한 독립유공자 공산(恭山) 송준필(宋浚弼) 선생을 배향하기 위한 사당인 숭덕사(崇德祠)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송준필 선생은 고향인 성주에서 3.1운동을 일으키고 유림의 독립청원운동인 파리만국평화회의에 호소문을 보낸 장서사건 때 곽종석(郭鍾錫), 장석영 (張錫英) 등과 더불어 활동하다가 옥고를 치뤘고, 그 후에 일경의 감시를 피하여 1923년 이곳으로 은거하여 학문 연구와 후학 양성에 전념하면서 20년을 지내다가 1943년 이곳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그분을 따르던 제자들이 1932년 이곳에 원계서당을 세우고 강학연구소로 삼다가 스승을 제사하는 사당을 세우고 숭덕사(崇德祠)라 했는데 박정희대통령께서 친히 현판을 내리셨다고 하니 당시로서는 대단한 서원이었습니다.

신문에 난 내용을 빌려서 소개를 하면...

“내 이제 후학을 양성해야겠다.” 송준필은 파리장서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후 김천시 부곡동 음지마을로 향했다. 송준필은 늘 “성리학 하는 사람은 나라를 잃으면 죽는 것이 더 낫다”고 되뇌었다. 평생토록 학문에 정진했으니, 글을 가르쳐 나라에 도움이 되고자 했다. 이후 송준필은 김천에서 학문을 완성하고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1942년에 원계정사를 세운다. 

송준필이 김천에 정착했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퇴계학맥을 이은 송준필의 문하생이 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제자가 모여들었다. 현재까지 알려진 송준필의 제자만 해도 300여명에 이른다. 

영남지역은 물론 전라·충청도에서도 공부를 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안타깝게도 송준필은 조국의 독립을 보지 못한 채 1943년 원계정사에서 7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다. 
송준필의 손자 송수돈·송정섭 씨(70)는 “우리 어릴 때 김천에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성주로 향하는 장례 행렬만 2㎞가 넘었다"고 전했다.

1971년 원계서원에 송준필의 위패를 봉안했다. 1990년 정부는 송준필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다고 합니다.

원계서원에서는 매년 춘향사(春享祀)와 추향사(秋享祀)를 올려왔지만, 최근에는 매년 4월 마지막 주 일요일에 춘향사(春享祀)만 지내고 있다합니다.

세상이 너무 변했습니다. 옛 학문은 점점  잊혀져가고 새로운 것만 찾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다시 성리학을 배울 필요까지는 없다지만 유교의 기본사상인 충효사상은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대부분의 독립지사 집안이 그렇듯이 송준필 선생의 후손 중에도 큰돈을 번 사람은 없었던가 봅니다. 후손들이 십시일반 거출을 하여서 보수를 하고 높은 뜻을 받들다 보니 축대는 이번 태풍에 무너져 있었고 주변 환경이 많이 퇴락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김천시에서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이곳에서 학생들에게 한문이나 우리나라 수천 년의 독립운동사를 가르칠 수가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돌아서는 후손의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문홍연  gcilbonews@daum.net

문홍연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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