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호박에 목숨을 건 사람 같습니다.
뒷산 비탈에 온통 호박으로 도배를 해 놓았습니다.
시골에 들어온 이후 십여 년 동안
해마다 호박 구덩이를 열 군데 정도나 만듭니다.

제발 두어 포기만 심고 그렇게 힘들게 하지 말라고 
내가 구덩이를 몇 개만 파 놓으면
나도 모르게 몇 군데 더 파서 기어이 열 개 정도를 만듭니다.
호박뿐만 아니라 박도 두세 포기 심습니다.

이유는 딱 한 가지입니다.
식구라곤 둘밖에 없으니 호박 한두 포기면 충분하지만
나머지는 모두 지인들에게 나눠주기 위한 용도입니다.

호박 한 개는 마트에서 불과 일이천 원이면 살 수 있지만
애호박을 선물로 받는 사람들은 
그보다 훨씬 더 큰 가치로 받아들이고
모두가 아주 기분 좋게 받아주기 때문입니다.

워낙 많이 심다 보니 호박이 달린 줄도 모르고 지나가 
나중에 보면 늙은 호박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서
달린 자리엔 지주를 하나씩 꽂아 둡니다.

어제도 애호박을 다섯 개나 땄습니다.
지금 오시면 공짜로 애호박 한 개 얻으실 수 있습니다.^^
오늘은 비도 내리니 호박 달전 하나 구워서 
막걸리 한 잔 해야겠습니다.

올해는 가을 태풍이 잦네요.
제발 곱게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정윤영  gcilbonews@daum.net

정윤영  gcilbonews@daum.net

<저작권자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