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악한 말의 향연(饗宴)’. 언어 조합이 되는지 모르겠다. '험악'과 '향연'은 쉽게 어울릴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험악'은 험하고 악한 것을 말하고 '향연'은 융숭하게 베푸는 잔치를 뜻한다. 글에는 비약도 필요할 때가 있고, 역설도 가끔 사용하긴 하지만….

다른 동네 이야기가 아니다. 자유한국당 이야기다. 홍준표 전 대표가 나경원 원내대표를 공격하는 듯한 말을 했다. 조국 청문회에 자한당이 판을 깔아준 데 대해 사퇴하라고 했다. 또 나경원 아들 이중 국적 문제를 밝히면 출생 문제는 깨끗하게 해결된다고도 했다.

여기까지는 껄끄러운 정치인들 사이에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품격 없는 말로 청와대의 질을 떨어뜨렸다고 평가되는 청와대 대변인 출신 민경욱이 가세했다. 홍준표에게 내부 총질을 하지 말고 자중하라며 일갈(一喝)을 했다.

민경욱이야 원래 그런 사람이니 또 넘어갈 수 있다. 당 대표까지 지낸 홍준표 입장에선 이마에 피도 안 마른 애가 한 소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홍준표는 과거 당 대표 선거 때 상대 후보 김진태에게 뱀 장사를 들먹이며 애들은 가라고 말해서 김진태를 발끈하게 만든 적이 있다.

오늘(9월 23일) 자한당 초선모임이 있었던 모양이다. 당의 쇄신과 미래 비전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의 모임이라고 했다. 친박 성향의 사람들이 다수인 그 모임에서 쇄신과 비전을 바란다는 게 연목구어(緣木求魚)란 생각이 든다. 오늘 모임에서 그들이 홍준표에게 권고한 말이 가당찮다.

대강 이런 이유에서다. 즉 홍준표의 나경원 공격을 내부총질이라고 했다. 지금은 ‘적’과의 대결 국면이다. 하나 되어서 싸워도 버거울 때인데 내부 총질을 하고 있으니 한심스럽다는 것이다. 이들이 적시한 ‘적’은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법무부 장관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자한당 초선 모임은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이 주 멤버일 텐데 이렇게 까지 전선(戰線)을 읽지 못하고 있을까. 신기하게 여겨졌다. 정말 대통령과 법무장관이 그들의 적인가? 그들만 물리치면 살기 좋은 세상이 오는가. 그들을 끌어내리기 위해 극단적인 말을 해도 괜찮은가. 

조국 대전(?)으로 국민의 눈에 벗어나 있지만 지금 우리는 일본과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다. 예전에는 전쟁에서 무기로 상대를 제압했다. 하지만 지금은 돈으로 지배하려 든다. 경제 대국 일본이 경제전쟁에서 자신만만해 하는 이유이다. 

지금 일본과의 경제 전쟁에서 적은 두말할 필요 없이 일본이다. 이런 상대국 일본을 두고 자한당이 '적'이라고 표현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자한당의 일부는 도리어 친일을 하는 것이 우리 민족의 살길이라고 지껄인다. 공공연히 친일을 해도 괜찮은 시대가 되었다.

윤리 도덕이 땅에 떨어진 사회엔 희망이 없다. 정치인들이 주고받는 언사를 보면 과연 저들이 서 있는 위치는 어디일까 궁금해진다. 정권을 잡는 것도 국민을 위할 때 의미가 있고, 정치지도자가 되는 것도 국민을 섬길 때 진정 빛을 발하게 된다.

그런데 지금의 정치인들은 마치 조폭의 행동대와 다른 게 뭐가 있는가. 주고받는 말이 막가파의 그것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문제는 험악한 말을 해도 제어 장치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도리어 자기 진영 내에서 잘 했다며 환호한다. 막말이 확대 재생산될 수밖에 없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그러려니 생각하다가도 두 가지가 목에 가시처럼 걸린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저런 정치인들에게서 무엇을 배울까. 막말 잘 하는 사람이 출세한다는 왜곡된 생각을 갖게 하지 않을까. 나라의 장래를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

또 다른 하나는 정치인들의 막말 피해는 보다 광범위하다는 점이다. 국민 정서에 끼치는 악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도자연하는 정치인들이 저러는데 나쯤이야... . 험악한 말의 전파성은 빠르고도 넓다. 더욱이 지금은 SNS 전성시대가 아닌가. 정치하는 사람들의 대오각성(大悟覺醒)이 요구된다.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막말을 하면 순간적으로는 시원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이 쌓이고 쌓이면 국가의 존속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여야는 국정을 함께 끌고 가는 파트너이지 죽여야 할 적이 아니다. 정녕 적과의 동침 관계라면 나라의 발전은커녕 점점 쇠락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잘 생각해야 한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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