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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헤럴드 제닌 지음 『매니징(Managing)』장용석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버너디노 경영학과 교수)
편집부 | 승인 2019.09.21 14:04
헤럴드 제닌 지음, 권오열 옮김 『매니징(Managing)』(센시오, 2019년 3월 출판)

글로벌 경영의 시대, 기업가 정신으로 돌아가자

“경영은 살아 있는 힘이다. 최소한 이 정도는 달성해야 한다고 여기는 선까지, 그리고 보다 높은 곳까지 일이 실행되도록 만드는 힘이다. 기업은 이런 힘을 갖고 있거나 그렇지 못하거나 둘 중 하나다. 경영진은 목표가 무엇인지 마음에 새겨야 하며 이를 위해 자기 한 몸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때 헌신은 반드시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와야 한다. 이 두 가지, 즉 목표의식과 헌신은 경영자와 경영자 아닌 사람을 구분하는 잣대이다.” (297p.) 
 
‘착수하다, 시작하다’라는 프랑스어(entreprendre)에서 유래한 ‘entrepreneurship’ 만큼 번역에 논란이 많은 단어도 많지 않을 것이다. ‘기업가 정신’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대세인 듯하지만, 대학 학과명에서는 ‘창업’이라고 번역하여 창업학과 혹은 창업대학원이라고도 한다. ‘시작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무엇을 시작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사업을 시작한다는 뜻의 ‘창업’은 entrepreneurship이 내포하는 여러 가지 의미 중 한가지로 포섭될 뿐이다. 

사전적 의미가 부족하다면 시소러스를 통해 단어가 실제 어떻게 사용되는지 용례를 통해 이해하게 되는데, 이 책은 entrepreneurship에 대한 333쪽짜리 시소러스라 할 수 있다. 다양한 부서와 업무환경에서 ‘기업가 정신’이 왜 중요한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전파하고 있다. 동시에 이 책은 MBA 학위를 취득하지 못한 사업가들을 위한 경영수업이기도 하다.

저자가 전하는 수많은 경영 사례들은 MBA 수업에서 다뤄질 만한 내용들이다. 학생으로 돌아가 등록금을 내고 케이스를 분석하고 토론하는 과정은 만만찮은 비용이 소요되는데, 좀더 효율적인 선택지를 찾는 기업가에게 이 책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어느 정도로 효율적인지 묻는다면, 비행기나 기차 이동 중에 끝낼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다고 할 수 있겠다. 

저자가 제시한 방대한 경험담의 논지는, 대기업이 겪는 다양한 문제를 기업가 정신의 복원을 통해 극복하라는 것이다. 다만 저자는 기업가와 경영자 마인드를 대립시키는 대신 이론과 실전경영의 차이로 설명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테면, 데이터에 기반한 결정이 중요하다는 경영이론을 지적한다.

그것이 책임 있는 소수가 책임 있는 판단을 내리게 되는 것이 현장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경영자의 끊임없는 관심을 강조하면서 경영을 장작 위에 올린 스토브에서 요리하는 것에 비유한다. 조직을 만들어 놓고 지시사항을 내린다고 자판기처럼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역설하고자 한 듯하다. 

목표를 제시하고 자원을 동원하라는 이 책의 중심된 주장은 저명한 연구자이자 하버드 경영대 교수인 스티븐슨이 제시한 기업가 정신의 핵심 내용이다. 단기간의 계획에 집중하고 장기적으로 대비하려면 변화에 대한 빠른 적응능력을 핵심으로 하는 스타트업의 비교우위를 대기업에도 구현하라는 것이다.

M&A의 경험담을 설파하는 부분에서는 인수합병할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을 눈에 보이듯 제시하고 소규모 스타트업과 대기업 관계에서 긍정적인 상생관계를 제시한다. 제시된 기준은 모두 교과서적인 내용인데, 그중 눈길을 끄는 대목은 대기업이 인수대상 기업의 성장을 위해 기여할 가능성을 타진하는 내용이다. 

스타트업의 사명은 대기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 시장을 개척하고 수익구조를 개발하는 일이다. ITT의 사례를 통해 저자가 제시하고자 했던 모델은 바로 그렇게 개발된 사업모델을 인수하여 확장시키고 지속시키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성공을 착취하거나 무력화 시키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 대한민국에 대한 한가지 시사점이 아닐까. 

이처럼 이 책은 수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중 가장 큰 장점은 대학의 경영학 과정이 맞지 않는 사업가들에게 종합선물과 같은 가치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소통의 강조, 실패의 허용, 협력적 관계 유지, 비판을 멈추고 창의적 소통을 가능하게 하라든가 하는 내용은 경영조직이론으로 수강 가능한 내용이다.

또한 한가지 방법이 실패하면 다른 방법을 시도하라는 조언 역시 요즘 유행하는 lean startup 경영전략에서 강조하는 핵심 내용으로 전략적 pivot의 다른 표현일 뿐 기업가 정신 수업에서 수강 가능한 내용이다. 많은 학생들이 학자가 아닌 현장 경영인에게서 배우고 싶어 한다.

그런 독자에게 이 책은 실무에 적용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론적인 내용을 학습시키고 있다. 현실을 보자.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창업가들이 얼마나 될까? 아니 몇이나 경영학 수업을 들어 봤을까? 아마도 매우 적을 것이다. 이들에게 이 책은 한 학기 분량의 공짜 수업의 가치를 제공한다. 정말 바쁜 독자는 제12장만 읽어도 저자의 논지를 이해하기에 충분하다. 

정리해 보자. 저자는 퇴근을 하되 퇴근을 하지 않고, 끊임없이 데이터를 해석하며,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기 위해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리더십을 강조한다. 이런 리더십을 회계․재무․기획․마케팅 등 모든 부서에서 적용했던 예를 제시한다. 요컨대entrepreneurship은 기업가의 비전으로 시작해 자원을 확보하고, 효과적으로 배분하여, 끝내 목표를 달성함 그 자체이다. 이 과정이 창업으로 혹은 경영이라는 모습으로 나타날 뿐이다.  

따라서 기업가들은 역동적 리더십으로 새로운 시장을 일궈 내거나 부진한 사업분야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나아가 어느 정도 기반이 마련된 사업에는 흥미를 잃고 또 다른 시장을 일궈 내거나 신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으로의 여정을 떠난다.

저자는 이들에게서 미래경제의 희망을 보고 있다. 초 대기업이 세계경제를 장악하는 작금의 시점에 저자는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위험을 감내하며 인생을 투자하는 사람들, 즉 진정한 기업가들(entreprenuers)을 불러내고 있는 것이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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