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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글쓰기(37) - 지구력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이명재 | 승인 2019.09.07 15:00

글쓰기의 어려움은 이런 데서도 드러난다. 일정 분량을 어떻게 채워가야 하는가. 짧은 글은 비교적 손을 떼기가 쉽다. 그런데 긴 글을 이어나가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는데, 시작을 하기가 무척 어렵다.

이것은 모두 지구력이 부족한 데에 기인하는 것이다. 사람의 육체적 힘도 그렇지 않나. 짧은 거리를 뛰는 것은 부담이 없다. 그러나 장거리는 체력 안배를 잘 해야 한다. 체력 안배보다 먼저 고려되어야 할 게 있다. 근력을 기르는 일이다.

글쓰기에서 근력은 평소 닦아놓은 글쓰기 훈련이 될 것이다. 또 체력 안배는 구상 및 아우트라인(outline)에 따라 써 가는 과정에 해당한다. 어떤 사람은 구상과 아우트라인은 엉성한데 생각보다 좋은 글을 생산해 내기도 한다.

그 반대도 있다. 구상은 무척 좋다. 계획 안(案)도 그런 대로 잘 나왔다. 그런데 도무지 글이 이어지지 않는다. 지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평소 글쓰기 훈련이 안 돼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에서의 지구력은 훈련에 비례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짧은 글은 잘 쓴다. 여기서 '짧다'는 것은 작품 성격의 글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메모 형식의 글을 의미한다. 특히 SNS의 발달로 짧은 단문의 글이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맞춤법 무시와 은어로 언어 생활이 위협 받고 있는 실정이다.

SNS는 글쓰기에 있어서의 지구력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나는 다소 긴 글들을 SNS에 올리는 편이다. 주위에서 핀잔을 듣는다. 그렇게 긴 글을 누가 읽겠느냐고... . 요즘 세대는 즉흥적이고 감각적이어서 짧은 글을 선호한다.

이런 영향이 없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호흡이 짧아도 되는 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읽기도 쓰기도 쉽다는 것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시만큼 어려운 문학 장르도 없다. 짧은 만큼 그 안에 갖추어야 할 내용과 형식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내용상으로는 서정시 서사시 극시 등으로 나눌 수 있고, 형식적으로 정형시 자유시 산문시가 있다.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시는 서정시의 내용에 자유시란 형식을 띠고 있다. 그러니 줄 만 적당히 바꿔 쓰면 시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건 큰 오산이다. 시 쓰기를 시간과 공력 들이지 않고 쉽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하다간 큰 코 다친다. 짧고 간결한 만큼 더 많은 지구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시인 장혜령은 시 한 편을 쓰기 위해 10년이란 시간을 필요로 했다(시 ‘백 白’의 경우).

글쓰기에서의 지구력은 글을 완결할 때까지 끌고 갈 수 있는 힘을 말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렇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구양수의 지론 3다(三多)이다.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이다. 여기에 나는 다문(多聞) 하나를 더 첨가하고 싶다.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여기서 다독과 다상량 그리고 다문이 하드웨어라면 다작은 소프트 웨어에 해당된다. 많이 읽고(讀) 생각하고(商量) 들어서(聞) 글쓰기의 자산을 축적해 놓고 그것을 가지고 열심히 쓰기 훈련을 하는 것이다. 42.195 Km 마라톤도 완주할 수 있도록.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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