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양산팔경 금강 둘레길에서....

의사의 한 마디가 참 무섭습니다. 척추협착증에는 걷기 운동이 최고라는 한마디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걷습니다. 이번에는 '부실부실' 비까지 내리는데도 아랑곳없이 가까운 영동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때늦은 늦장마가 찾아 왔는지 가을비가 제법 내립니다. 여름은 이미 끝이 난 것 같은데 무슨 심술일까요? 남쪽에서는 제법 큰 태풍까지 올라온다고 합니다.

우산을 쓰고서 비단 같은 금강의 물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길옆의 나무들은 이제는 초록이 지칠 만도 한데 아직까지 연초록으로 싱그럽기만 하고 시원한 금강의 물결은 잔잔하게도 흘러갑니다.

금강 둘레길의 시작은 당연히 송호리의 '국민관광지'겠거니 하고 들렀더니
안내인이 다른 곳으로 가라네요. 다시 차를 타고 강선대 근처의 주차장으로
갔습니다. 역시나 둘레길의 시작은 데크로 만든 계단이었습니다. 아직은 만든 지가 몇 년 되지 않은 듯 했습니다. 중간 중간에 야자수 매트가 알맞게 깔려 있고 조금 경사진 곳도 있고, 중간 중간에 벌초를 깔끔하게 끝낸 묘지가 제법 많이 보였습니다. 수시로 데크 계단을 오르기는 합니다만 워낙 낮은 산이라 힘든 줄은 모르고 걸을 수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오늘은 비까지 내려서 햇볕 걱정은 없었습니다만, 걷는 산길속은 햇볕을 가려줄 정도로 적당하게 숲이 우거져 있었습니다.

한참을 걷다보니 함벽정(涵碧亭)이라는
정자가 나오네요. 잠시 쉬어가기 알맞은 정자입니다. 돈을 많이 들인 정자는 아닌 것 같은데 나름 정갈한 맛이 있습니다. 
근데 이름이 너무 좋군요. "함벽(涵碧)...
푸르름에 젖는..."ㅎ.. 정자의 이름처럼 잠시 앉아서 푸른 신록에 젖어 봅니다.

 그러고 보면 먼저 살다 가신 선인들이 요즘 사람들보다 훨씬 낭만이 있었던 듯합니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올라 앉아 풍류를 즐겼겠지요?

강 이름에다 비단 금(錦)자를 붙인 금강이라서 그럴까요? 유장(悠長)하게 흘러가는 푸른 강물을 보고 있자니 잠시라도 신발을 벗고 함벽정에 드러 누워서 낮잠이라도 한숨 자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몇 시간 걷는 것도 동행이 좋아야 합니다.
오늘도 중·고등 동기들이라서 부담 없이 좋습니다. 너무 익숙해서 그렇겠지요? 오랜 세월동안 부대끼며 살다보니 이제는 눈빛만 봐도 기분을 알 수가 있을 정도입니다. 열 몇 살 때 만났는데 벌써 61살이나 되었네요.

 언젠가부터 사진을 찍어도 앞모습보다 뒷모습이 훨씬 더 어울리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흘러가는 물을 바라보며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니 참으로 잠깐이더이다. 청춘의 봄을 쏜 살 같이 지나고 장년의 여름은 순식간에 지나고, 이제는 결실의 짧은 가을을 지나간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그럴까요? 가끔은 푸른 빛깔이었던 장년의 여름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반환점을 지날 무렵 잠시 비가 그쳤습니다. 사진 찍기 싫다는 친구들을 한 컷 찍었습니다. 사진을 보니 하나같이 인생의 반환점은 이미 오래 전에 돌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군요. 여간해서 제가 사진을 안 찍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걷다가 쉬다가....시간 개념도 없이 걷다 보니 6km의 '금강둘레길'을 한 바퀴 다 돌았습니다. 돌고 나서야 알았습니다만 이곳이 충청북도 영동군 양산면에 있는 "송호국민관광지"였군요. 차의 시동을 걸면서 휴대폰을 슬쩍 봤더니 만보계의 숫자는 10,000보를 훌쩍 넘겼습니다.

아직도 발걸음은 가볍기만한데 승용차는 금산군의 어죽식당으로 달려갑니다.
이곳은 어디쯤일까요? 천내2리는 이장을 선거로 뽑는군요...!! 합리적인 선택으로 별 탈 없이 잘 마무리되기를 빕니다.

어죽맛이 명성에는 조금 못 미쳤습니다.

문홍연  gcilbonews@daum.net

문홍연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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