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갈항사(葛項寺)를 가보셨나요?

무료한 휴일 오후였습니다. 그날도 건강에 좋다는 10,000보를 채우려고 걷기에 최적의 장소인 오봉저수지를 들렀습니다. 가뿐히 목표를 달성하고 해바라기 축제장에나 가 볼 요량으로 차를 몰다가 어지럽게 붙은 여러 간판들 사이에서 "갈항사지 석조여래좌상"이라는 입간판을 봤습니다. 김천에서 나고 자라 김천을 웬만큼은 안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 잘 모르는 곳이 또 있었군요.

해바라기축제는 잠시 뒤로 미루고 표지판을 따라서 가보기로 했습니다. 

근데 2.3km라더니 가도 가도 절터는 보이지를 않고 마을이 나오지를 않나... . 올라가는 길이라곤 운전경력이 일천한  사람은 엄두도 못 낼 곡예운전을 해야 했습니다. 짜증이 날 정도로 좁고 꼬불꼬불합니다. 지도를 보니 김천시 남면 오봉리라고 나오네요.

(네이버에서 빌린 사진)

도착을 해서 살펴보니 완전 실망입니다. 사진을 찍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입니다.
그래도 잠시 숨을 돌리고 검색을 했더니

갈항사라는 절이 『삼국유사』 의해편 ‘승전촉루’조에 나올 정도로 유명한 절이었군요. 승려 승전(勝詮)이란 분이 돌을 청중삼아 불경을 강론한 내용의 설화가 전해진다구요? 승전은 의상으로부터 화엄을 배우고 당에서 장기간 유학하였는데, 귀국 후 한동안 부석사에 머물며 화엄을 연구하였으나 의상이 사망하자 방계 혹은 비주류로 여겨지며 더 이상 머물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부석사를 떠난 승전은 금오산 서쪽 기슭에다 갈항사를 짓고 석촉루(石髑髏), 즉 돌해골 80여개를 대상으로 『화엄경(華嚴經)』을 강론하였다고 전해진답니다.
(더 궁금하신 분은 검색을 해 보시길...)

가는 절마다 의상, 원효, 도선이란 이름만 보다가 승전이란 새로운 승려를 알았다는 것만도 큰 소득이기는 합니다.

처음 입간판에서 봤던 "보물 245호 석조여래좌상"은 위 사진에 보이는 전각 속에 고이 모셔줘 있다고 합니다. 근데 자물통으로 채워져 있더군요. 구경도 못했습니다. 도난을 방지하기 위함이라지만... . 너무한 것 아닌가요?

조금 비켜선 곳에는 쇠창살 속에 갇힌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이 있었습니다.  근데 자세히 보니 비로자나상의 머리 부분이 몸통하고 색깔이 조금 다르네요. 그렇다면 머리 부분이 잘려 나갔다는 뜻이겠지요. 미루어 짐작컨대 중간에 없어진 것을 최근에 새로 머리 부분을 만들어서 시멘트로 붙였던가 봅니다.

또 하나의 입간판이 보입니다. 찬찬히 읽어 봤습니다. 충격적인 사실이 보입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다 있군요.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다는 동·서 석탑)

저 표지판이 설명하는 문화재가 국보 99호인 "갈항사 삼층석탑"이랍니다.

사진속의 석탑은 원래 김천시 남면 오봉리 금오산 서쪽 기슭의 갈항사 터에 동·서로 세워져 있었으나, 1916년 2월12일 밤에 도굴꾼들이 사리장치를 훔쳐가려고 이 탑을 넘어뜨리는 사건이 발생하여 같은 해 6월에 양 석탑재를 수습하여 서울 경복궁 내로 옮겨가게 되었다구요. 경복궁으로 옮겨간 갈항사 석탑은 또 한 번 장소를 옮긴답니다.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서울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이 석탑 또한 같이 옮겨가서 지금은 박물관 야외에 다른 탑들과 함께 서 있다고 합니다.

석탑이 원래 있던 경북 김천 갈항사에서 서울로 떠난 지가 벌써 100년하고도 3년이 넘었군요. 참 기구한 사연을 간직한 석탑입니다.

전각을 지나서 조금 더 올라가니 갈항사가 나옵니다. 물론 옛날의 그 절은 아니겠지요. 근데요 어찌된 게 커다란 개 두 마리가 절 마당에 버티고 있는 관계로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아예 들어오지 말라는 뜻일까요? 절집에서 이런 황당한 경우는 처음입니다. 

아쉽지만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돌아 나오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라에만 흥망성쇠(興亡盛衰)가 있는 줄 알았더니 절에도 있다는... . 그렇다면 무엇이 갈항사를 쇠락(衰落)의 길로 내몰았을까요? 차라리 저곳을 안 가서 그냥 모르고 살기보다도 못했습니다.

요즘 들어 문화재 제자리 찾기 운동을 한다는데, 갈항사의 사세를 보니 국보를 옮겨 올 형편은 도저히 안 될 것 같고 김천에 시립박물관이라도 하나 생긴다면 갈항사 석탑을 다시 돌려받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물론 나라에서 쉽게 돌려주지도 않겠지만 말입니다) 꿈같은 이야기일까요?

문홍연  gcilbonews@daum.net

문홍연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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