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기교 중 중의법(重義法)이라는 게 있다. 한 단어를 두 가지 이상의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때 쓰는 비유법이다. 사실을 전달하고자 할 때는 가능한 한 피해야 한다. 해석의 여지가 많은 문학, 특히 시(詩)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중의법이다.

황진이(黃眞伊) 시조를 중의법의 예로 많이 든다. 

"청산리(靑山裏) 벽계수(碧溪水)야 수이 감을 자랑 마라 / 일도창해(一到滄海)하면 돌아오기 어려우니 / 명월(明月)이 만공산(滿空山)하니 쉬어 간들 어떠하리“

여기서 초장에 나오는 '벽계수(碧溪水)'는 푸른 계곡물의 뜻에 임금의 친족인 벽계수란 사람을 가리키기도 한다. 또 종장 첫 구절에 나오는 단어 '명월(明月)'은 밝은 달의 뜻이 있지만 황진이 자신의 기명(妓名)이기도 하다. 각각 두 가지의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애매한 표현을 씀으로써 소비자를 공략하는 광고 문안에도 중의법이 종종 사용된다. 지난 한 때 르노 삼성 자동차 광고 중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었다. 기억하고 있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조금 더의 차이가 큰 차이다“

여기서 '큰 차이다'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하나는 '자동차가 크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고, 또 다른 하나는 '서로 같지 않고 다르다'는 의미로도 쓸 수가 있다. 중의법을 유효적절하게 사용하면 많은 사람의 눈과 귀를 붙들 수 있다.

지난 달 31일, 제1야당의 원내 대변인이 중의법에 해당하는 단어를  써서 구설수에 올랐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를 비난하는 논평을 발표하면서이다. 그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국민 우롱 말고 사무실의 꽃 보며 자위나 하라.“

여당에서 성 희롱성 논평이라고 적시한 단어는 '자위'이다. 한자로 쓰면 '스스로 자(自)', '위로할 위(慰)'를 쓴다. 사전적 의미는 '자기 마음을 스스로 위로함'이다. 문제는 다른 뜻도 있다는 것이다. 국어사전에 두 번째 뜻이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자위(自慰) : [같은 말] 수음(手淫)(손이나 다른 물건으로 자기의 성기를 자극하여 성적(性的) 쾌감을 얻는 행위)“

지금 여야는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좌(左)를 가리키면 오른쪽으로 가려하고 우(右)로 가려 하면 왼쪽을 가리키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위'를 '스스로 위로함'이란 뜻으로 썼을 리 만무하다는 것이 더민주당의 주장이다. '수음'의 뜻으로 사용했을 것이니 막말의 극치, 성희롱에 해당된다며 반박 논평을 내놨다.

당사자인 자한당 김정재 원내 대변인이 여기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 대변인 정도면 해석의 여지가 있는 단어를 써서는 안 된다. 중의법을 쓰고자 할 때는 사통팔달(四通八達) 재어보아야 한다. 일부라도 상처를 입거나 또 혼돈을 초래하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뜻을 전하는 데에 중의법이 필요할 때가 있다. 이 필요는 정서적인 느낌을 목적으로 하는 글일 경우이다. 시 등 문학 작품이 여기에 해당된다. 대변인 논평은 이해를 제1 목적으로 하는 실용적인 글이다. 간단명료하여 사람들이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써야 한다. 중의법과 같은 비유법은 대변인 논평에서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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