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밤(夜)이 더 아름다운 단양(丹陽)

더위가 이렇게도 쉽게 물러날 줄은 몰랐습니다. 한여름 폭염에도 아랑곳 않고 열심히 농사를 지었으니 잠시 떠나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개나리 봇짐을 꾸렸습니다. 목적지는 단양으로 쉽게 의견일치를 보았습니다. 어릴 적 부모님들도 봄가을이면 "단양팔경" 유람을 가신다며 관광버스를 타시던 기억이 나기도 합니다만, 요즘은 길도 좋고 새로운 볼거리가 많은지라 이제 단양8경은 책에서나 찾아 볼 수가 있겠네요. 이제는 "신단양8경"이라 해야겠습니다.

가까이 있는 도시가 아닌지라, 잠시 네이버에 검색을 했더니 인구가 겨우 3만 명 정도 사는 아주 작은 도시였군요. 그런데도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을 보면 주변 경관이 뛰어 나거나 사람들의 눈길을 끌만한 뭔가가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럼 어제 다녀온 단양의 몇 군데만 소개를 하겠습니다. 그리구요 워낙 주관전인 농부의 여행이다 보니 계획도 없고 순서도 없습니다. 그냥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느낀 점을 적었으니 편하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단양강 잔도의 전체 풍경입니다)

閑偸靜習(한투정습)

잔도(棧道)를 걷다가 중간쯤에 있는 나무의자에서 발견한 멋진 글귀입니다. 
"고요함을 배우고 한가로움을 훔친다"

(친구가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 침을 튀겨가며 설명을 하네요. 위에 적힌 한투정습(閑偸靜習)하고 비슷한 말을 했었는데, 은퇴한 사람들의 삶은  다양한지라 딱히 정답은 없을 것도 같습니다) 

이곳은 단양강(남한강) 절벽을 따라 설치된 잔도(棧道)입니다. 
사실 그동안 잔도(棧道)는 중국에만 있는 줄 알았었는데 우리나라에도 있었군요. 설명서를 살펴보니 2017년 9월에 개통이 되었다구요. 
단양읍 상진리(상진대교)에서 강변의 절벽을 따라서 적성면 애곡리에 있는 만천하 스카이워크까지 길이 1.12㎞, 
폭 2m로 만들어졌답니다. 
그동안 접근이 거의 불가능했던 남한강 암벽을 따라 잔도가 설치되어 있어서 트래킹의 낭만과 짜릿한 스릴을 느낄 수가 있었답니다. 거리까지 적당합니다.

(사진은 단양군청 제공)

요즘 단양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이 "만천하 스카이워크"라는데 어제는 근처까지 올랐다가 갑자기 소나기가 퍼붓는 바람에 아쉽게도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근데 말입니다. 구경을 못했는데 관람료는 어떻게 처리가 될까요? 그 자리에서 바로 알아봤어야 
했는데....쩝....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급하게 계획을 변경하여 단양에서 야간 여행의 백미(白眉)라는 수양개빛터널로 향했습니다. 이곳은  일제 강점기 때에 조성된 길이 200m, 폭 5m의 지하 터널을 개조하여 조성을 했더군요. 설명문에 의하면 오랜 시간 방치상태인 터널을 단양군과 민간 사업자가 협업을 통해서 다채로운 빛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구요. 인구 3만의 작은 도시에서 이렇게나 아이디어가 독특하고 아름다운 시설을 만들 수가 있었다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캄캄한 터널 안에 아름다운 빛을 내는 LED등으로 만든 수많은 무늬와 그에 어울리는 음향 그리고 야외에 설치된 여러 조형물들과 빛....수양개빛터널을 기획하고 만든 모든 관계자들에게 진짜로 큰 박수를 쳐 주고 싶었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요?
요즘 단양군에서 강조하는 여행 표어가 "찍(고), 먹(고)"랍니다. 볼거리가 너무 많아서 연신 휴대폰을 눌러야 하고 먹거리까지 다양해서 젓가락을 자주 놀려야 한다는 뜻이라는데....역시나 여행은 먹는 재미가 최고입니다. 간혹 여행을 다니다가 유명한 맛집에 가면 실망들을 많이 했었는데... 이곳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반찬 하나하나에 담뿍 정성이 들어가서 제 입에 딱 맞았습니다. 오랜만에 맛보는 명성에 실망을 하지 않은 그런 음식점입니다.

마지막으로 들린 곳이 도담삼봉입니다.
"단양8경"중의 제 1경이라고 합니다. 
조금 일찍 도착한 관계로 가까운 석문에도 올라보고 어두워지기를 한 시간이나 기다렸습니다. 
빛의 도시라 불릴 정도로 조명시설을 너무도 잘 했고...조선 건국의 기초를 닦은 정도전이 자신의 호를 삼봉(三峯) 이라 할 정도로 좋아 했다는 풍경인데 도저히 안보고 갈 수가 없겠더라구요.

드디어 주변이 어두워지고 조명이 켜졌습니다. 한참을 앉아서 봤습니다. 보름달이라도 뜬다면 더 운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미끄러지듯 떠다니는 낚싯배는 신선이 타고서 시를 읊는 조각배처럼 보였습니다. 저 모습이 단양을 밤에 와야 하는 이유였을까요? 

저는 아둔한 사람이라 바라보이는 풍경을 더 멋지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요. 할 수 없이 옛 선인의 글을 인용하면서 짧은 단양 여행을 마무리합니다.
         

           도담(島潭)
                       /퇴계 이황(李滉)

배 돌려 둑에 올라 앉아 
흐르는 물 마주하고 있는데
보이는 것은 구름 자욱한 산뿐이라 
경치가 그윽하네
고을 원님아 
더불어 감상할 이 없다고 말하지 말게나
석 잔 술을 
오로지 물 속의 갈매기에게 권하네

문홍연  gcilbonews@daum.net

문홍연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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