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돌아가는 것이 혼란스럽다. 아주 당혹스럽기조차 하다. 법무장관 후보를 두고 정치권이 격하게 대립하고 있다. 정치권뿐 아니다. 언론도 물고기 제 물 만난 듯 조국 후보에 대해 연일 파헤치기 경쟁을 하고 있다. 역시 조국이 대단한 인물이란 생각이 든다.

이런 와중에 검찰의 행동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청문회를 앞둔 조국 후보의 의혹을 파헤치겠단다. 벌써 관련된 몇 곳을 압수 수색했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렇게 해서 인사청문회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 문재인 정권이 조국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하려는 의도를 알아야 한다.

성인군자와 같은 사람이 장관을 맡으면 좋을 것이다. 이것은 고대의 소크라테스 철인정치 이후 오랜 인간의 이상이었다. 그러나 이건 이상이지 현실이 될 수 없다. 사회가 성인군자 즉 철인을 용납하지 않는다. 우리의 현대사만 보더라도 이것을 잘 알 수 있다. 불의가 얼마나 만연되어 있었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제반 영역에서 편법이 판을 쳤다. 정도를 걷는 사람이 바보 취급을 당하는 사회였다. 정치 경제만 보더라도 정경유착이 강고한 카르텔을 형성하여 이 나라를 좌지우지했다. 메스를 가하지 않으면 나라에 희망을 걸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것의 출발점을 검찰개혁으로 봤다. 법을 집행하는 곳이 공명정대해야 곪은 부위에 칼질을 할 수 있을 테니까.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분리 등이 검찰 개혁의 중심 내용이다. 검찰에 몰려 있던 힘을 먼저 분산시키자는 것이다. 무소불위의 검찰 공화국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검찰의 입장에서는 불만이 있을 수 있다. 왜? 그동안 갖고 행사하던 법적 권력의 일부분을 내 주어야 하니까. 그러나 검찰이 대 놓고 반대할 수 있는 상황이 절대 아니다. 문재인 정권이 촛불혁명을 이은 개혁 정권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들의 반대가 개혁에 대한 반발로 보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검찰개혁을 순순히 받아들이기엔 무언가 손해 보는 것 같다. 검찰 개혁을 막은 전력도 있다. 노무현 정권 때 개혁을 시도하는 권력에 맞서 되치기로 물리쳤던 적이 있다. 결국 퇴임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갔다. 노무현 대통령은 개혁의 희생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때 개혁의 중심에 있었다. 노무현이 16대 대통령에 부임하고 검찰개혁을 시도할 때 그는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다. 문 대통령이 다시 한 번 검찰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개혁은 제도와 인사를 통해서 하는 것이 통례다. 대통령이 갖고 있는 것이 인사권이다.

지난 검찰총장 임명에서 기수 문화를 파괴했다. 문무일 전임 총장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몇 기수를 뛰어 넘어 윤석열이 검찰총장으로 임명되었다. 검찰의 반발을 사더라도 개혁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였다. 검찰 개혁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적 요청 사항이다.

그렇게 해서 검찰 윤석열 호가 출범하게 되었다. 검찰 개혁의 '총대'를 맨 것이다. 무엇보다도 국민의 기대가 컸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조직에 충성한다는 그의 말에 검찰 개혁 나아가 사회의 개혁까지 가능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지금 조국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이상 행보를 걷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의 개혁 행보가 흔들리고 있다고 염려한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고 말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검찰 개혁에 대해 명확한 언질을 피했다. 거대한 검찰 조직의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문무일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저어되었다. 문무일도 개혁의 강을 건너지 못했다.

검찰총장의 상관이 법무부장관이다. 조국은 법무부장관 후보이다. 문 대통령의 생각은 너무나 확고하다. 물론 고비가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조국이 법무장관에 임명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문재인 정권을 기존의 여느 정권처럼 봐서는 안 된다. 촛불혁명의 정신을 잇고 있는 대통령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영장을 발부받아 조국 의혹에 대한 압수 수색에 나섰다. 몇 가지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게 추측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검찰의 행동이 과했다는 것. 검찰 개혁을 주문하는데 난공불락의 검찰을 수성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시 한 번 지난 날 그가 한 말을 되새겨 본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고 조직에 충성한다는. 이 말 한 마디로 그는 검찰총장까지 오르게 되었다고 하면 지나친 말이 될까. 그러나 중요한 게 있다. 그가 충성해야 할 조직은 검찰이 아니라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 국가에 충성하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나무를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조국을 검찰이 나서서 사건을 파헤치는 것은 오버 액션이다. 검찰에 대한 기대를 아직도 저버리지 않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비슷한 생각일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파사현정의 정신으로 문제를 직시하길 바란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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