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으로 인해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긍정적이든 그 반대든 조국이란 존재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정국의 대치가 조국을 중심으로 전선이 짜여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럴 땐 노 저팬(NO JAPAN)도 노 아베(NO ABE)도 언제 그랬나 싶게 사라지고 말았다. 조국에 파묻힌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판을 너무 키웠다는 말들을 한다. 야당에서 거부할 것이 뻔한데 조국을 법무장관 후보로 지명했다는 것이다.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구태(舊態) 정치를 제거하고, 일제 때부터 쌓여 온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문무(文武)를 겸비하되 법조계의 기수 문화를 뛰어넘을 수 있는 사람이면 좋았다.

여기에 조국만한 사람이 없었다. 그는 문 대통령과 국정철학에 대한 코드가 맞았다. 그뿐 아니라 법조계의 강고한 성채(城砦)라고 할 수 있는 기수 문화에도 어느 정도 자유로운 위치에 있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보조를 맞추어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분리 등 난제들을 해결해 나가길 기대했다.

조국이 문재인 정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 것이다. 1세기 동안 기득권을 누려온 적폐세력에게는 조국이 마치 저승사자로 보였을 법하다. 때문에 어떻게든 조국을 막아야 한다. 극우-보수 진영이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달려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쌍방이 한 치의 양보도 없다. 마주 보고 달려오는 기차와 같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형국이다.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주의의 대의는 헌신짝처럼 벗어 던진다. 지금 조국을 중심으로 전선(戰線)이 형성되어 있다고 상술(上述)했다. 이 지점의 가운데에 문재인 정권이 서 있다. 맞고 틀리고를 떠나 문재인 정권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다. 이른바 진퇴유곡(進退唯谷)이다.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문재인 정권이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개혁정권이라고 한다면 개혁의 기조를 굳세게 밀고 나가야 한다. 조국이 진정 적폐청산에 필요한 존재라면 그의 법무장관 지명을 철회해서는 안 된다. 그가 흠결을 가지고 있다 해서 스스로 사퇴해서도 안 된다. 가족을 생각하면 물러나고 싶지만 걸머멘 짐이 그것이 아니다. 그의 어깨에는 개혁이라는 숙제가 놓여 있다.

조국의 법무장관 낙마를 위해 뛰는 사람들의 면면을 본다. 그들이 진정 노리는 게 뭔지 대번에 알 수 있다. 조국에게 범법이 있어서가 아니다. 도덕성이 결여되어서도 아니다. 그들의 목적은 문재인 정권을 무력화시키는 데 있다. 적폐 청산을 막아, 누려온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 있다. 이건 문재인 정권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을 뜻한다.

또 하나는 문재인 정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대오를 흐트러뜨려서는 안 된다. 보수는 외연을 확장해서 극우와도 손잡고 중간층에 손 벌리며 단일대오를 조직, 연일 조국을 통해 문재인 정권을 흔들어 대고 있다. 박근혜를 끌어내린 문재인이라며 문을 끌어내릴 기세다. 남녀노소가 없다. 지난 토요일(24일) 집회에는 10만이 광화문 광장에 모였다지 않나.

조국이 그렇게 하자가 많은 사람인가. 금수저들 중엔 이것보다 더 한 결함을 갖고 있는 사람이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내가 아는 조국은 법무장관을 맡지 못할 정도로 흠결 있는 사람이 절대 아니다. 국민이 침묵을 강요받을 군사정권 말기에 '이건 아니라'며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분연히 일어섰던 피 끓었던 사람이다.

조국이 사노맹 사건으로 감옥에 갇혔을 때, 공안 검사로 이름을 날렸던 사람은 여차하면 용공단체라며 '조작놀이'를 즐겼다. 또 다른 친구는 세상은 어떻게 되든 육법전서 파기에 여념이 없었다. 많은 청년들이 침묵하며 개인 영달을 생각할 때 조국은 민족과 국가를 위해 행동을 한 사람이다. 지금 살아가는 사람들은 조국 유의 민주화 운동에 빚진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일제잔재 일소와 적폐청산을 위해서는 문재인 정권 5년으로 부족하다. 문재인 개혁정권이 청산의 정지작업에 기초를 다져놓고, 다음 정권이 다져진 기초 위에 청사진을 그릴 수 있게 해야 한다. 조국이 무너진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입는 대미지(damage)는 예상한 것보다 훨씬 클 것이다. 집권 중후반부의 국정운영 방향을 틀어야 할 수도 있다.

반 문재인 진영이 기회가 왔다며 분기탱천(憤氣撑天)할 것이다. 날뛰며 정부 동력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 나라의 보수는 아직도 주류의 위치를 벗어나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강고하다. 촛불혁명과 박근혜 탄핵으로 잠시 정권을 빼앗겼지만 언제라도 다시 가져올 수 있다는 자신감에 팽배해 있다.

그에 반해 진보개혁 진영은 어떤가? 다음의 세 가지를 상정할 수 있겠다. 1)조국이 무너지면 문재인도 위태로워지니 조국 낙마를 막아야 한다. 2)문재인은 지지하지만 도덕성 결함으로 원성을 사고 있는 조국의 법무장관 임명은 반대한다. 3)문재인 개혁 정권도 더 이상 기대할 게 없으니 지지를 철회한다.

대충 이런 식으로 분화하지 않겠는가. 진보개혁 진영이 갈리는 자체가 그들에게 비극이다. 나아가 역사의 후퇴를 가져온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격언이 현실로 드러난다. 진보개혁 진영이 정신 똑 바로 차리지 않으면 어렵게 잡은 정권 하루아침에 훅 날아간다.

조국 금수저다. 스펙 쌓아 딸 대학 갔다. 동생 이혼했다. 웅동학원 빚 많은 사학이다. 이런 유를 들춰내어 조국을 흠집 내는 것이 적폐청산보다 중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조국이 민중적 삶 가운데 민중적 가치관을 갖고 지금까지 살아왔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부유한 환경이 삶 가운데 준비되어 있었다. 그가 청년 시절 한 때 사노맹 사건에 관계한 것도 이런 넉넉한 환경에 대한 반발이었다.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자, 지금 진보개혁 진영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극우-보수 진영 이상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 단일대오를 형성해야 한다. 그 힘으로 조국을 지켜내고 문재인을 받쳐주어야 한다. 각론 차원에선 할 말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각기 다른 각론을 하나로 묶어 개혁진보 정권에 힘을 싣는 것이 총론의 결론이다.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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