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한당 인사들의 브레이크 없는 막말이 성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황교안 대표가 '심사일언(深思一言)'이란 말을 했다.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깊이 생각한 뒤 하라는 뜻이다. 이건 특별한 경우에 쓰는 말이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어야 할 일반적인 말이다.

자유한국당 김무성, 정진석 의원 주최로 20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보수통합을 주제로 열린 '열린 토론, 미래' 토론회에서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제(8월 20일) 자한당 내 한 행사가 있었던 것 같다. 발표자로 초청 받은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한 마디 했다. “지금은 심사일언이 아니라 막말을 해도 괜찮을 때”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잘못해도 너무 잘못하고 있으니까 극단적인 말을 해도 괜찮다는 것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국민을 올바로 이끌어야 한다. 이것은 동서고금에서 통용되어 온 원리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국민을 올바로 이끌기는 커녕 도리어 국민 뒤를 따라가기에 급급하다. 아니, 일부 정치인들은 앞을 향해 걸어가는 국민들에게 태클을 걸고 있다.

김문수 같은 사람이 대표적이다. 내가 알고 있는 김문수는 극단이 아니면 존재 의의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다. 늘 그렇게 사람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대학을 다니다가 데모에 참가한 것도 이런 연유이다. 대학을 그만 두고 노동현장에 들어간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노동운동에서도 이러한 성향은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그가 주도해서 만든 서노련(서울노동운동연합)은 늘 강경 노선을 주장했다. 운동 판에서는 강경파가 늘 득세하게 된다. 문제는 실천이 뒤따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언행 불일치의 운동, 이것은 발전에 큰 장애물이었다.

토론에서 강경파에 밀린 선배들은 종종 "너무 강하면 부러지기 쉬운데..."라며 혀를 찼다. 아니나 다를까 김문수 이재오 차명진 등의 사람들은 민중의 정치 세력화를 주장하며 민중당을 만들었다. 민중당은 당시 운동권의 강경파들이 조직한 정당이다. 살얼음판을 걸었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굽힘 없이 나아가야 한다. 민중을 대변한다던 그들은 민중의당을 유지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꺾였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 김영삼이 이끄는 보수 정당 신한국당으로 가면서 그들이 한 말이다.

난 그들을 비판하고 싶지 않았다. 노동 시민 등의 영역에서 활동을 했던 사람들이 아닌가. 권력만 좇던 해바라기성 정치인보다야 낫겠지. 진보 진영의 사정을 잘 아는 그들 아닌가. 상호 보완해서 우리의 정치 발전에 힘이 되어 주겠지. 보-혁의 한 축으로!

그런데 왠 걸? 그들은 어느새 극단의 지점에 있었다. 일베, 태극기부대를 비롯한 극우세력의 앞잡이가 되어 있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에라도 갈 텐데…. 진보운동에 함께 했던 그들이 보수 정당의 문을 두드린 것은 다른 게 아니다. 오로지 출세욕 권력욕 때문이었다.

당시 영남을 기반으로 한 신한국당을 선택한 것도 그렇다. 출세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김문수가 그 후 발자취를 볼 때 그의 계산이 맞아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는 국회의원을 거쳐 경기도지사까지 지냈다. 노동운동을 했다는 것이 그의 정치에 큰 이점이 되었던 탓이다.

솔직히 그의 인품과 걸어온 길을 볼 때 과분한 정치적 위치를 선점해 왔다. 국회의원과 도지사는 그에게 과분한 자리이다. 운동(movement)에 약한 제도 정당이 과대 평가를 한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그는 큰 착각을 하고 있다. 대권 후보라도 되는 양….

특히 다음과 같은 점은 볼썽사납기조차 하다. 한 때 운동을 함께 한 동지들을 험한 말로 공격한다. “나와 함께 운동을 한 사람인데…” 이런 말로 동지였던 사람들을 매도한다. 그런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려 한다. 졸장부라도 이런 졸장부가 없다. 기본이 결여된 사람이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의 결과이겠다. 정치권 심지어 자한당 내에서조차 왕따를 당하고 있는 김문수다. 막말을 쏟아냄으로써 자신이 죽지 않고 있음을 사람들에게 상기시키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실성자의 험담으로 밖에 안 들린다. 그의 추한 모습이 안쓰럽기조차 하다.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위장한 좌파가 가면을 벗은 것, 진보적 민주주의자가 빨갱이로 공격당하는 것, 적어도 이 둘을 구별할 줄은 알아야 한다. 그것이 성숙한 시민이 취해야 할 태도이다. ‘심사일언’ 김문수를 비롯한 온갖 막말로 세상을 어지럽히는 사람들이 곱씹어 보아야 할 단어이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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