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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조지프 F. 코글린 지음 『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고승연 (서울시 동대문구 구정연구단 연구원, 고령사회 전문가)
편집부 | 승인 2019.08.17 08:25
조지프 F. 코글린 지음, 김진원 옮김 『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부키, 2019년 3월 출판)

저자 조지프 F. 코글린은 1999년 MIT와 협력해 50세 이상 인구를 위한 기술과 디자인을 연구하는 에이지랩(AgeLab)을 세웠다. 20년간 에이지랩 책임자로서 다양한 정부, 기업, 비영리 단체들과 협업을 진행하며 그가 내린 결론은 간단하다. 우리의 ‘노인’ 개념이 잘못되었고 그것 때문에 고령화 대비가 제대로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고령화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고 떠들면서도 고령화를 대하는 세상의 태도가 시시껄렁한 이유가 바로 ‘노령 담론’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로 인해 야기되는 몇 가지 오류를 말하고 있다. 사람마다 제 각각 다른 시기에 다른 형태로 노인이 되지만 정부와 산업, 문화에서 정의하는 고령자는 한 덩어리이며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누구나 거의 똑같은 나이를 고령자로 규정하고 있다.

19세기 후반 연금정책과 요양 시설과 노인 보호전문기관이 유럽과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면서, 이런 기관에서 고령의 개개인을 하나로 뭉뚱그려 ‘고령자’로 묶어 버린 것이다. 아직도 식지않은 정년 논쟁을 생각해보면 ‘노령 담론’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나이와 상관없이 개개인의 일할 수 있는 능력이 다름에도 단지 연령으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판단한다는 것이 얼마나 억지스러운 것인지! 

그나마 노인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은 오로지 노인이 처한 기초 수준의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으로 잘 팔리지 않은 제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건강이나 안전과 같은 기본 욕구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인간 유대나 개인적 혹은 직업적 포부, 자아성찰이나 무엇보다 재미와 같은 좀 더 높은 단계의 욕구는 뒷전으로 두는 것이 두 번째 오류이다.

하인즈가 10년 동안 연구개발한 노인용 통조림은 이러한 오류에 의한 대표적인 실패사례이다. 틀니 노인을 위해 유아용 이유식을 본떠 개발한 상품이었지만, 노인용 통조림은 ‘늙고 가난하고 더구나 이도 성하지 않는 노인을 위한 상품’이라는 오명만 남겼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오류는 바로 혁신의 실패다.

많은 경우 고령 소비자에 맞춘 혁신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나이에 대한 케케묵은 고정 관념에 사로잡혀 아무런 고민 없이 시장으로 내보내게 된다. 단적으로 스마트폰이 노인 친화적이라는 사실은 노인의 82%가 스마트폰을 ‘자유로움’과 연관시킨다는 것이다. 반면 10~20대는 64%가 이에 해당되었다. ‘노인폰’은 ‘노인을 위한 폰’이 아니라 ‘인지장애를 겪는 사람들을 위한 폰’일 뿐이다.  

저자는 이러한 뿌리깊은 편견에도 불구하고 지난 30년 가까이 세상을 움직여 왔던 베이비붐 세대에서 희망을 찾고 있다. 이들은 상품과 서비스를 선택하는 데 엄격하다. 신체적 조건에 적합해야 하는 것은 물론, 그들이 살아오면서 정립한 생각의 틀도 존중되기를 요구한다.

그리고 향상된 기술을 이용해야 하고 쓰임새도 나무랄 데가 없을 뿐 아니라 모양새도 조잡하거나 저급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요구하는 상품은 노년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고 즐거움을 선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지 ‘노인에게 좋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판매되는 상품과 서비스는 사절이다. 

저자는 고령 소비자 시장에서 특히 여성의 영향력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수적으로도 우세하고 가계소비를 주도하고 있으며, 고령화와 밀접한 노인 간병을 주로 여성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고령층 연령대에서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이 남성보다 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결정적으로 ‘은퇴’로 세뇌된 노령 담론에서 여성이 좀 더 자유롭기 때문이다. 의심 없이 고령 여성들이 장수 경제(longevity economy)를 리드할 ‘선도적 소비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파괴적 혁신이란 기존 상품을 저렴한 비용으로 단순하고 간편한 상품으로 생산 판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품은 선도적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구매대상의 연령에 구애 받지 않아 장수 경제 상품으로 성공할 수 있다. 장수 경제로 진출하려는 기업에게 저자의 핵심적인 충고는 ‘직감을 따르지 마라’이다. 장수 경제를 연구하는 전문 부서를 설립하거나 적어도 장수 경제의 안내자인 선도적 사용자를 연구 분석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저자는 ‘노령 담론’의 또 다른 희생양인 ‘일자리’에 대한 논의를 덧붙이고 있다. 사람에게 일이란 생활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삶에 활력을 주는 요소이다. 그런데 은퇴라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일이 빼앗긴 상황에서 그 공백을 메울만한 대체물이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노인 스스로 무엇을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다수 노인이 원하는 한 가지는 결국 ‘일’이 된다.

저자는 다양한 근거로 노인 일자리를 낙관하고자 하지만 노인을 위한 일자리는 그다지 녹녹치 않다. 정부는 총 1조6487억 원을 들여 지난해 보다 10만 개 증가한 61만 개의 노인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규모는 취약한 고용상황에서 고용통계를 바꿀 정도의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에 의하면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이 적은 근로시간과 낮은 보수로 노년층의 경제 수준을 향상하는 데는 크게 미흡하다는 것이다. 민간의 좋은 일자리는 기회가 없고 공공 일자리는 일자리 질을 담보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 중 50대가 전체 인구의 16.6%로 가장 많았고,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4.8%를 차지하였다. 평균 연령도 10년 전 37세에서 42.1세로 높아졌다.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전무후무한 속도로 전 세계의 고령화를 리드하고 있다.

저자도 책 곳곳에서 우리나라의 심각한 고령화 상황을 언급하고 있다. 노령 담론의 멍에를 벗어버리고 베이비붐 세대가 리드하는 새로운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자는 저자의 희망 노래가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불려 질 수 있을지 기대된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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