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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광복절에 교차하는 상념 몇 가지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발행인 | 승인 2019.08.16 22:16

즐겁고 화평스러워야 할 광복절이 그렇지 못하다. 해가 거듭할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는 것 같다. 이유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이기주의’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전체를 생각하기보다는 개인을 먼저 생각한다. 가족과 지역, 기껏해야 자기가 속한 정파 내지 진영에 머문다.

대통령의 경축사에 대한 평가는 발표도 하기 전에 호불호(好不好)로 짝 나뉜다. 아니, 전체를 읽어보고 잘잘못을 따진 후 평가하면 좋으련만 그게 아니다. 무조건 ‘좋음’ 아니면 무조건 ‘나쁨’이다. 이렇게 되다보니 평가에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다. 평가 안 하는 것만 못하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경축식장에 참석해야 할 제1야당 원내대표가 의원들을 데리고 중경 임시정부 유적지를 찾았다. 누가 보든 경축식을 주최하는 정부에 재 뿌리는 행동이다. 해방 정국을 되돌아 볼 때 서로를 이해하고 손잡아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을 떠올린다.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각각 예상을 벗어난 행보로 통일에 대한 한민족의 염원에 화답했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도 많은 진전을 보였다. 이런 진전은 평화로 가는 길이라며 세계의 평화 애호 시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쏘았다. 사정거리 230 Km라고 하니 미국을 염두에 둔 행동은 아닌 것 같다. 공교롭게도 문 대통령의 8.15 경축사 직후 쏘아 올린 것이어서 그 의도가 궁금해진다. 한국을 패싱하고 미국과 협상을 하겠다는 것일까.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우호적인 내용의 친서를 보냈다고도 한다.

이렇게 흘러간다면 북미 대화의 조정자(핸들러)를 자임하는 문 대통령의 입지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남북의 평화적 통일 분위기 조성으로 리더십을 다져가던 그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곧잘 전환시켜 온 문 대통령이 아닌가. 타개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차제에 북한의 김정은에게 주고 싶은 말이 있다. 북한의 생존이 절실하고 평화도 중요하지만 이 둘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 남북이 하나 되는 것, 즉 평화적인 통일이다. 남과 북의 관계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라는 것을 그가 알 필요가 있다. 통일의 한 쪽 당사자인 한국을 배제하고 진행하는 어떤 협상도 의미가 반감된다.

이런 부탁엔 무리가 따를 것이다. 김정은이 진정 민족을 사랑하고 조국 통일을 염원한다면 시야를 넓힐 것을 권하고 싶다. 국제 관계는 고등 수학보다 더 복잡하고 따라서 이해하기 어렵다. 사안에 대해 총체적인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 남쪽의 통일 세력에 해 되는 일은 삼가야 한다는 말이다.

사진 = YONHAP NEWS

광복절 경축사에 눈이 많이 간다. 할 수 없다. 주제가 '광복절에 교차하는 상념'이니까. 자유한국당의 우클릭이야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것이 화합이 아니라 분열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은 우려한다. 그렇다고 이런 것까지 문제 삼는 여당의 모습도 좋게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의 경축사 도중 참석자들이 박수로 공감하는데 유독 황교안 대표만 박수를 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을 큰 죄나 지은 것처럼 윽박지르는 것은 여당답지 못한 행동이다. 물론 기분의 정도야 다 다르겠지만 설령 안 좋게 보여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어야 했다. 우리 정치의 빈핍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광복 74주년을 맞아 유별나게 시끄럽다. 친일은 아직도 우리에게 ‘금기’의 단어인데, 신종 친일파들이 세를 형성하고 있는 듯하다. 나는 지금 두 권의 책을 읽고 있다. 이영훈 외 『반일 종족주의』(미래사, 2019년 7월 출판)와 나온 지 좀 된 책인데 서재에 꽂혀 있던 『한•중•일 3국의 8•15 기억』(역사비평사, 2005년 출판)이 그것이다.

두 책은 서로 비교가 되는 부분이 많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앞의 책은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창하는 사람들의 책으로서 일제 식민지배가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 식민사관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뒤의 책은 한•중•일 3국의 학자들이 일본의 식민지배와 역사 인식에 대해 비판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책이다.

『반일 종족주의』가 최근 출판가 판매 1위로 등극해서 화제가 되었다. 매스컴에서는 우익의 결집현상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도리어 그 반대 현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소위 식민지 근대화론의 주창자들이 쓴 책에 대해 정확이 알고 싶어 진보 쪽 사람들이 보인 관심도 무시할 수 없다. 당장 내 주변의 사람 중 그런 이들이 적지 않다.

몇 가지만 지적해 두자.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은 일본을 우위에 놓고 현상을 파악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쓰는 ‘반일’이 그들에게는 ‘친일’로 전화되어 다가간다. 그들이 쓴 ‘종족주의’는 민족주의를 폄하하여 만든 단어이다. 사전에 '종족주의'를 '자신의 종족을 가장 우선시하는 태도나 사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태 전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나라가 온통 홍역을 앓았다. 그 때 국정교과서를 주장한 쪽 사람들이 기존의 대다수 역사학자들이 우리 역사를 자학의 역사로 본다고 비난했다. 긍정의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고도 했다. 그 주장의 논거가 이영훈 유의 식민지 근대화론인데, 그들은 시종 우리의 역사를 일본의 눈으로 보고 있다.

단적인 예를 하나 들자면 이런 것이다. 역사는 근거 즉 사료에 의해 서술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경제학의 수리(數理)에 밝은 그들이 제시한 자료가 당시 조선총독부에서 발간한 책자에서 따 온 것들이다. 일제 총독부는 한반도 지배를 합리화하기 위해서 자국 중심의 통계 일색이었다. 사료 비평의 중요성을 그들은 간과했다.

와다 하루키(和田春樹)는 일본의 저명한 사학자이다. 러시아사와 한국 현대사를 연구하여 그 방면에 논문도 많이 발표했다.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의 “전선으로 끌려간 위안부(성 노예)는 한 명도 없었다”라는 주장에 대해 하루키 교수는 “일본 우익도 그런 말은 함부로 하지 못한다”며 놀라워했다.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라가 시끄러운 것은 발전의 도상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민주화를 위한 시위도 당시엔 시끄럽다고 했다. 해방 이후만 해도 4.19 학생운동, 6.3시위, 반 유신 데모, 5.18 민중항쟁, 87년 6월항쟁에 이은 노동자 대투쟁, 최근의 촛불혁명에 이르기까지 시끄러움의 연속이었다. 그것의 열매로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전체주의 국가의 국민들은 잠잠하다. 중요한 것은 시끄러움이 모두의 발전의 위한 공동선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어떤가. 무엇보다 문재인 정권이 잘 해야 한다. 문재인은 정치가로 성장한 사람이라기보다 운동가에 가까운 사람이다. 도덕성과 청렴성은 운동가에게 생명과도 같다. 빈틈을 보여서는 안 된다. 그와 함께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정부 여당 사람들이 국민을 위해 분골쇄신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 집권당으로서 기득권을 챙긴다든지 조금이라도 우월의식에 사로잡혀 사람과 사물을 대할 때 국민들의 눈은 싸늘하게 변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속도감이 확연히 떨어진 감이 없지 않지만 개혁의 고삐도 더 조일 필요가 있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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