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무지개 사진을 보니 문득 생각나는 게 있습니다.
우리 집 애들은 문경새재가 있는 문경읍에서 자랐습니다.
80년대 그때만 해도 문경에는 석탄 광산이 많이 있었어요.
그래서 자연은 더할 수 없이 아름다웠지만
정말 시커먼 시골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 
하루는 소나기가 지나간 뒤
앞산에 예쁜 쌍무지개가 떴습니다.
급하게 아이들을 불러 무지개를 보여줬지요.

며칠 뒤, 큰 아이가 
"아빠 무지개가 떴어요."
"어디, 어디?"
"여기...“

무지개가 떴다며 제 발을 가리키는데 
하얀 고무신을 신었는데 고무신을 벗으니
고무신 자국이 발등에 무지개처럼 
동그랗게 남아 있는 겁니다.

여름날 마당에서 말라 비틀어진 지렁이를 주워 와서는
고무줄이라고 잡아 당기던 녀석...
녀석은 그런 걸 기억이나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는 김에 하나 더 하겠습니다.
전세금 100만 원을 주고 들어가 살던 시골 과수원집에  
겁이 나는 게 3가지 있었습니다.

집 한 켠에 있는 깊은 우물(샘)과 
주인집 큰아들이 키우던 사납게 생긴 도사견, 
그리고 집 뒤의 논 가운데 있는 커다란 웅덩이였습니다.
가장 겁이 나는 건 우물이었습니다.
마음씨가 착한 주인아저씨도 
혹시나 싶어 우물에 무거운 뚜껑을 만들어 덮었습니다.

하루는 직장에 다녀오니 큰 녀석이 난리가 났습니다.
오늘 동생 다인이가 샘에 빠졌었다는 겁니다.

사연인즉슨,
아이들 둘이 집에서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큰 녀석이 제 어미에게 달려오더니
동생이 샘에 빠졌다고 소리치더라는 겁니다.

질겁을 한 제 어미는 물론이고
가까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있던 주인아저씨까지
바지춤을 제대로 올리지도 못하고 
혼비백산이 되어 우물로 달려갔더니...
우물가에 있는 커다란 고무다라이(함지박)에 
아이가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더라는 겁니다.

우물물이 너무 차서 
햇볕에 데운 뒤에 목욕을 시키려고 받아둔 것이었는데
거기에 거꾸로 넘어져 일어나지 못했던 겁니다.
접시 물에 코 빠져 죽는다는 말이 생각나더라구요.

그런데 실제로,
주인집 아저씨 아들이 어릴 때 그 우물에 빠진 적이 있었대요.
아저씨가 들어가서 건져냈는데 
다행히 아무 탈이 없었다고 하더라구요.
정말 운이 좋은 사람도 있나 봐요.

시원한 샘물이 생각나는 여름 오후입니다.

정윤영  gcilbonews@daum.net

정윤영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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