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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익 칼럼] 적과 싸우면서 적을 닮아가서는 안 된다장성익(환경과생명연구소 소장)
장성익 | 승인 2019.08.13 15:18

일본 아베 정부의 도발에 맞서는 우리 정부의 대응에 중대한 문제점이 눈에 띈다.

일본이 수출 규제 대상으로 정한 품목을 국산화하는 일에 정부가 지원을 강화하는 것 자체는 탓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위한 기업의 연구개발이나 대체 품목 도입 관련 테스트 등과 같은 업무에서 특별 연장근로가 가능하도록 주 52시간제의 예외를 허용했다. 

산업재해 방지를 위해 기업이 작성해야 하는 안전 관련 보고서의 심사 및 승인 기간을 줄였고, 안전 인증 기간도 단축시켰다. 일본으로부터 수급이 어려워진 물질에 대해 화학물질 취급시설 인허가나 기존 사업장의 영업 허가 변경신청 심사 기간도 대폭 줄였다. 

게다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을 개정하자고 나서는 모양이다. 화평법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계기로 부쩍 높아진 국민 안전의식을 바탕으로 2013년에 제정돼 2015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법이다. 화관법은 2012년 5명의 희생자를 낳은 구미 불산 가스 누출 사고 때 크게 개정됐다.

안전 관련 규제를 대폭 강화한 이 법들은 안 그래도 기업들의 아주 큰 불만 사항이었다. 전경련 등은 자유로운 기업 경영과 활동이 방해를 받고 투자가 위축된다는 따위의 구실을 내세워 이들 법을 거세게 반대해왔다. 

그러므로 정부의 지금 움직임은 자나 깨나 규제 해제와 완화를 요구하는 자본의 오랜 숙원을 들어주는 셈이 된다. 하지만 그 대가로 노동자와 일반 시민의 고통과 위험은 훨씬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식으로 이윤 극대화에 눈먼 기업 편의만 봐주다가 자칫 대형 사고라도 나면 어쩔 텐가.

일본발 경제 위기 국면을 틈타 기업들은 자기 이익을 챙기는 데 골몰하고 있다. 이것이 자본의 본질이다. 정부는 이에 부화뇌동하고 있다. 이래선 안 된다.

아베 정권의 터무니없는 도발은 근원적으로 국가의 품격을 내팽개치고 인간의 존엄을 짓밟은 데서 비롯했다. 식민 지배, 강제 징용, 위안부 문제 등이 모두 그렇지 않은가. 우리는 그런 길을 가지 말아야 한다.   

장성익 소장(환경과생명연구소)

노동자와 시민을 커다란 고통과 위험으로 몰아넣는 일이 일본과 싸우고 위기를 극복한다는 미명 하에 허용되거나 합리화돼선 안 된다. 적과 싸우면서 적을 닮아가서야 쓰겠는가.

장성익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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