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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기] 고 오준규 중위 천국환송예배중동기독신우회 주관, 8월 7일 오후 2시 30분, 국군수도통합병원 장례식장
발행인 | 승인 2019.08.08 00:56

천국환송예배라고 했지만 슬픔이 가득했다. 세상에 기반한 욕심인가 했다가... . 그래도 슬픔의 진한 잔영을 피할 수 없는 것은 부족한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조문객들이 모두 그랬다.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리라. 첫째는 그가 너무 이른 나이에 갔다는 것이요, 둘째는 그가 이 세상에서 할 일이 적지 않다는 것.

이런 글에 개인의 사정을 밝히는 건 결례가 되는 일인 줄 안다. 난 고 오준규 중위, 사랑하는 후배를 위해 드리는 신우회 예배에 참석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한 곳에 조문을 가기로 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오늘은 수요 밤 예배가 있는 날이 아닌가. 목회자로서 장거리 출타를 피하는 날이라는 것은 다 알 것이다.

하지만 아침에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우리 신우회 막내 오준규, 너무 일찍 훌쩍 하늘나라로 간 30살 청년의 예배에 꼭 가야 할 것만 같았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하나님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시는 분인데, 가능성 적음에서 가능성 있음으로 바꾸는 것은 우리 사람의 몫이 아닐까. 변화의 여지가 보였다.

먼저 교통편을 알아보았다. 억지로 맞추니 가능성의 빛이 옅게 보이긴 했다. 이것도 고속철도가 있으니 가능했다. 올라갈 때는 KTX 서울역 도착, 내려올 때는 SRT 수서역 출발. 성남 국군수도통합병원 영안실까지의 수송은 편남영 장로(67회)가 섬겨 주었다. 형은 아가페 사랑의 실천가로 내게 자리하고 있다.

우리 일행(편남영 김용철 장로와 나)은 오후 1시 30분쯤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원래 오후 2시에 위로예배를 드리기로 되어 있었다. 조금 일찍 도착한 것이다. 조의금은 정중히 사절한다고 되어 있었다. 흰 국화를 한 송이씩 바치고 영정을 바라보았다. 아들 뻘밖에 안 되는 그의 영정 앞에 서니 울컥 눈물이 나왔다.

영정의 사진에서 묵직한 인품이 풍겨 나왔다. 장교복장의 그의 사진은 그의 죽음과 무관하게 어느 개그맨을 닮아 있다고 잠깐 생각했다. 그만큼 준규는 해맑은 사람이었다. 묵념을 하는 우리에게 "선배님!"하며 뛰쳐나올 것만 같았다. 여동생과 사촌형 그리고 준규의 아버지가 슬픔을 억누르며 조문객을 맞이했다.

우리 일행이 오늘 신우회 조문객 중 일착인 것 같았다. 조문을 마치고 방명록에 이름을 남긴 뒤 우리는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겸해 식사를 했다. 젊은 준규의 조문 밥이라고 생각하니 목이 메였다. 시장했는데도 밥알이 모래를 씹는 기분이었다. 국에 말아 억지로 배를 채우는 것만 같아 쓴 웃음이 나왔다.

하일구 장로, 최남식 목사, 김명철 장로 부자(父子)도 조문을 하고 식당으로 들어섰다. 하나 같이 슬픈 기색이 역력했다. 오늘 예배 집례를 맡은 최남식 목사는 준규의 사고 경위에 대해 그동안 파악된 것을 상에 둘러앉은 회원들에게 설명해 주었다. 듣는 이들이나 전하는 이 모두 침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준규 아버지가 우리에게로 왔다. 준규가 출석하는 큰은혜교회에서 오후 2시에 입관예배를 드리기로 되어 있으니 중동기독신우회 2시 예정의 위로예배를 30분 정도 연기했으면 하는 부탁이었다. 그렇게 하기로 했다. 30분 순연되는 것이다. 바쁘기로 소문난 백강수 회장은 바로 이어 있는 약속을 조정하는 것 같았다.

큰은혜교회에서 주관하는 입관예배에 우리 신우회 회원들도 다 참석을 했다. 기도를 하는 장로님도, 말씀을 전하는 목사님도 천국에서의 재회를 강조했지만 인간적 슬픔을 떨쳐내지는 못하는 모습이었다. 검은 옷을 입은 성도들도 연신 눈물을 훔쳐냈다. 한 젊은 크리스찬의 죽음은 그 자체가 온통 슬픔이었다.

우리 중동기독신우회 회원 22명이 참석한 가운데 유족들과 함께 위로예배를 드렸다. 슬픔에 젖어 있는 유족들을 위로하는 예배라고 했지만 어떻게 보면 준규를 사랑했던 우리 자신을 위로하는 예배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집례는 군 선교의 사령관이라고 할 수 있는 최남식 목사가 맡았다. 그의 씩씩한 집례 속에도 슬픈 마음을 숨기기는 어려웠다.

참석자 모두 착 가라앉은 분위기 가운데 사도신경으로 신앙고백을 했다. 485장 '세월이 흘러가는데' 찬송은 준규의 천국 입성을 간구하는 마음을 담고 있었다. 신우회장 백강수 장로가 직접 기도를 했다. 법조계라는 같은 분야에서 일하게 되었다며 잔뜩 기대를 걸고 있던 백 장로였다. 그의 기도에서 후배에 대한 진한 사랑을 읽을 수 있었다. 

최남식 목사는 '하나님이 데려 가신 자'라는 제목의 설교를 했다. 본문은 창 5:24이었다. 성경에 등장하는 믿음의 선진인 아벨, 에녹, 모세, 스데반과 같이 준규의 죽음도 값진 죽음으로 짧은 생애지만 남은 자들에게 귀중한 교훈을 주고 갔다고 했다. 그리스도인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씀도 잊지 않았다.

찬송 608장 '후일에 생명 그칠 때'를 부른 뒤 백강수 회장이 후배 오준규를 그리며 추모의 인사를 했다. 한 마디 한 마디 운을 띌 때마다 못다 핀 꽃과 같은 막내 후배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내가 '고 오준규 중위 약력 보고'를 했다. 현장에서 급하게 약력을 작성할 수 있었던 것은 준규의 대학 1년 선배의 도움 덕분이었다.

혼자 조문을 왔다고 했다. 그 청년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사실들을 알려주었다. 준규가 바른 심성과 정의에 대한 열정으로 선후배들의 신망이 두터웠다는 사실. 서울대학교 법대 학생회장을 거쳐 총학생회 회장을 맡아서도 합리적인 리더십으로 조직을 잘 이끌었다는 사실. 죽은 자에 대한 하기오그래피(hagiography)만은 아닌 것 같았다.

준규의 선배는 모두가 뚜렷이 기억하는 것으로 다음의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서울대 법인화 움직임이 한창일 때, 그것에 반대해서 의식 있는 학생들이 대오를 조직해 투쟁에 임했다고 한다. 그 때 현수막을 직접 들고 교문 꼭대기에 올라가 구호를 외치면서 투쟁을 이끈 사람이 바로 오준규였다고 했다. 모두가 주저하던 것을 준규가 거리낌 없이 앞장을 선 것이다.

우리는 다시 마음을 모아 480장 '천국에서 만나보자' 찬송을 불렀다. 이것은 우리의 바람이고 나아가 확신이기도 하다. 천국에서 만날 소망이 있기에 그를 보내면서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안을 삼는다. 30 갓 넘긴 딸을 먼저 하늘나라 보낸 신진수 목사가 짧은 간증으로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마음을 전한 뒤 축도함으로써 위로예배의 전 순서를 마쳤다.

결코 한가하지 않은 수요일 22명의 신우회원들이 모여 예배를 드렸다. 눈코뜰새 없이 연락을 취하고 예배를 준비한 부총무 김용철 장로의 공력 탓이 크다. 여기에 화답해 열일 내려놓고 달려온 발길들은 분명 우리 신우회의 저력이다. 화천에서, 김천에서, 대전에서, 평택에서 그리고 서울 근교에서 달려온 그 발걸음들을 하나님께서 아름답다 아니 하실까?

오늘 참석한 회원들의 이름을 첨부하면서 고 오준규 천국 환송예배 참석기를 마치려 한다. 이름은 무순이고 존칭은 생략했다. 그리고 괄호 안의 숫자는 중동고등학교 졸업 기수이다.

1.백강수(64), 2.김명철(64), 3.하일구(65), 4.편남영(67), 5.최남식(68), 6.서정욱(71), 7.박정진(84),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8.김용철(72), 9.김종진(70), 10.박형수(77), 11.신진수(63), 12.조이레(71), 13.차두화(71), 14.성용제(63), 15.김혁종(83), 16.마영규(70), 17.서민형(76), 18.박세원(86), 19.이성환(65), 20.이명재(70), 21.이강석(69), 22.김경훈(108)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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