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망하다'는 표현이 맞을까요? 이것보다 더 적당한 표현은 없을까요? 처음엔 그러려니 하고 지나쳤습니다. 오준규가 조부모 상을 당했다는 부고쯤으로 생각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아니더라도 부모상일 거라고 어림잡았습니다.

그러나 눈을 씻고 자세히 눈을 오준규 본인이 소천했다는 것입니다. 갑자기 정신이 혼몽해졌습니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 안에서 진행되는 구속사를 믿지만 이럴 땐 정말 저절로 고개가 저으집니다.

군 부대 근처에서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오준규의 빈소가 성남 국군수도통합병원 제1분향실에 마련되어 조문객들을 맞고 있다.

오준규는 중동고등학교 제101회 졸업생입니다. 우리 중동기독신우회의 막내입니다. 신우회가 출범하고 3년이 지나기까지 100회 대(代)의 회원이 없었습니다. 100회 이후의 풋풋한 회원들의 참석 요망은 우리의 기도 제목이었습니다.

그때 나타난 회원이 오준규입니다. 제게는 아들 뻘의 나이밖에 안 되었지만 기도의 응답으로 믿고 관심을 가지면서 가까이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군법무관으로 복무하면서도 신앙생활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인생관도 분명했습니다.

지난 정기모임 때는 휴가를 받아 참석하는 열의를 보였습니다. 준규로 인해 100회 이후의 젊은 후배들이 많이 오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도 "예,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말로 선배들의 바람을 잘 받아들였습니다. 정말 든든한 후배였습니다.

지난 6월 3일 중동기독신우회 정기예배 때 일찍 나와 접수를 담당한 오준규(왼쪽에서 첫 번째). 그는 선배들을 따뜻하게 안내해 칭찬이 자자했다.

신우회 단톡방 회원들이 2백 명을 넘자 여러 가지 불협화음(不協和音)이 일어났습니다. 회원으로서 낯 뜨거워지는 일이 종종 발생했습니다. 사람 모이는 곳에서 흔히 있는 일이지요. 그중 정치적 주장이 개입되면 분란이 일어나기 십상입니다.

식상한 회원들은 소리 없이 화를 내며 단톡방을 탈퇴했습니다. 신앙으로 뭉쳐 있어야 할 조직이 정치에 오염되어 간다고 생각하는 회원도 없지 않았습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군인으로써 탈퇴하겠다는 변을 남기고 준규는 조용히 방을 나갔습니다.

그때 참으로 마음이 아팠습니다. 선배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특히 후배들에게 낯을 들 수 없었습니다. 어렵게 출범한 '중동기독신우회'가 좋아서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온 후배들에겐 정치가 개입된 갑론을박(甲論乙駁)이 깊은 상처로 남았을 것입니다.

오준규는 중동기독신우회 회원이 된 것을 무척 자랑스러워했다(중간 명찰을 들고 있는 오준규의 모습)..

그때 단톡방을 나간 우리의 사랑하는 후배 오준규가 오늘 새벽 세상을 떴습니다. 만 30세의 전도양양(前途洋洋)한 청년이 말입니다. 정확한 사고 경위는 모르겠으나 인도로 뛰어드는 차에 큰 부상을 입고 국군 헬기로 긴급 후송했지만 결국 숨을 거두었다는군요.

지금 준규의 빈소 성남 국군수도통합병원 1분향실에 차려져 있습니다. 분향소를 가리키는 알림판에서 고개를 돌리게 됩니다. "1분향실 / 故 육군중위 오준규." 하나님의 뜻이 어디에 있으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가녀린 인간으로서 슬픔과 안타까움을 떨쳐버리기 힘듭니다.

우리 신우회의 막내인 준규를 우리는 '동량(棟樑)'이라고 불렀습니다. 기대하는 바가 컸습니다. 사회적으로는 견실한 법조인으로 그리고 신앙적으로는 신실한 주의 일꾼으로 할 일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신우회에서도 100회대 이전과 이후를 연결해 줄 인재로 꼽고 있었습니다.

그런 준규가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는 겁니다. 우리의 마음이 이렇게 안타까운데 준규 가족의 마음은 어떨까요. 부활 신앙 위에 서 있다 해도 인간적 슬픔은 헤아리기 힘들 것입니다. 전혀 예기치 못한 이별 아닙니까. 하나님께서 유족을 잘 위로해 주시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중동기독신우회에서는 내일(8월 7일) 오후 2시 병원 빈소에서 유족 위로 예배를 드린다.

우리 신우회에서 내일(8월 7일) 오후 2시에 유족들을 위로하는 예배를 드린다는 안내 문자가 왔습니다. 회장님을 비롯한 임원들 그리고 회원들이 준규 가는 마지막 길을 예배로 예를 차린다고 하니 어렵더라도 많이 참석하면 좋겠습니다. 살아있는 준규를 만나는 심정으로.

사랑하는 후배 오준규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실감이 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준규의 그 풋풋함과 해맑음이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고 오준규의 천국 안식을 빌어마지 않습니다. 유족들과 슬픔을 함께 합니다. 하나님의 위로를 간구합니다(이명재 목사 / 본 신문 발행인).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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