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우환(識字憂患)'은 많이 아는 것이 도리어 걱정거리가 된다는 뜻이다. 요즘 '송언석' 하면 떠오르는 사자성어가 이것이다. 왜인가? 관료 생활을 오래 한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잘 나선다는 것이다.

송 의원은 정치 초년생이다. 서울대 법대를 나오고 미국에서 박사를 땄다고 해서 정치판이 그의 뜻대로 펼쳐지는 게 아니다. 정치 연륜이 어느 정도 쌓일 때까지 언행을 조심하고 튀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삼가야 한다. 이게 그가 사는 길이다.

그의 지역구에 사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요즘 송 의원을 바라보는 눈이 조마조마하기 그지없다. 그가 신문에 글을 쓸 때도 그렇지만 특히 방송 대담을 나갈 때는 그 정도가 훨씬 심하다. 알고 있는 지식으로 또 무슨 실수를 하지 않을까 해서다.

오늘(8월 1일) 송 의원이 방송에 나가 또 그는 한 건 올린 것 같다. 일본과 미묘한 관계에 있는 지금은 방송사에서 부른다고 해서 넙죽 받아들이는 게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자유한국당을 친일파에 맥이 닿아 있다고 비아냥거림을 당하는 상황 아닌가.

이런 때엔 방송에 나가서 잘 해봤자 본전이기 십상이다. 노회한 정치인들은 가야 할 때와 장소를 너무나 잘 안다. 손해 볼 장사는 절대 하지 않는다. 송 의원을 그만큼 순진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판단력이 떨어진다고 해야 할까. 안타깝다.

그가 오늘 방송에서 한 말은 역사 왜곡을 넘어 민족적 자존심마저 팽개치는 것과 같다.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에 개인 청구권이 포함되었다고 그가 말했다. 따라서 더 이상 개인 배상 문제를 거론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정말일까.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조차도 이런 논지에 동의하지 않는다. 심지어 일본의 양식 있는 사람들도 개인 청구권에 대해 일본 정부가 배상을 하라고 요구한다. 그것이 역사를 정리하는 길이라면서.

그런데 우리 지역 출신 송언석 의원이 이런 망발을 하다니! 한일청구권협력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되었다고 주장하다니! 그동안 일본을 향해 싸우다 가신 위안부 할머니들의 노고는 헛된 일이었단 말인가. 아, 정말 슬프다.

송언석의 지적 일탈은 개인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그가 속한 당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은 미칠 것이다. 일본을 상대로 연대해서 투쟁하는 국제적 움직임(movement)에도 찬물을 뿌리는 행위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세계적 관심 사항 중 하나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개인배상 소멸론’은 일본에 대한 우리의 전선(戰線)을 흐트러뜨리는 것이다. 전쟁에서의 적전분열은 패배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잘 알지 않나. 송 의원 같은 사람을 두고 아베 신조(安倍晉三)는 한국의 양심 있는 사람들 중에도 배상을 바라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고 떠벌릴 것이다.

균형을 상실한 가치는 역사 발전에 무익하다. 극단을 경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송언석 의원은 균형 잡힌 눈을 가질 주객관적 토대를 갖추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보수도 아닌 극우의 영역에서 허우적거릴 때 이것을 보는 이는 안쓰럽다.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그가 반쪽짜리 보선 의원으로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선수(選數)를 거듭하기를 원한다면 처신을 보다 신중하게 해야 한다. 송 의원이 지금 마음 판에 새겨 둘 것은 '식자우환'이라는 경구라는 것을 주지시켜 주고 싶다. 깊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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