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2시간 동안 풀에 베었습니다.
내일 아침에도 예초기로 풀을 베어야 하니
미리 기름을 넣고 칼날을 갈아 끼우고 들어왔습니다.

예초기의 기름통에 4/5 정도의 기름을 넣으면
약 2시간 정도 풀을 벱니다.
중간에 아내가 가져온 물 한 모금 마시는 걸 빼고는
한 번도 쉬지 않고 계속 벱니다.
시간이 지나면 나도 모르게 예초기가 땅을 칠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풀베기를 끝낼 때가 된 거지요.^^*

저는 예초기의 칼날을 아끼지 않습니다.
5천 원짜리 일자 칼날을 끼우면 한 번 베고서 
그 다음 날 뒤집어 또 한 번 베고서는 칼을 버립니다.
칼날을 갈아서 써 보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비효율적이었습니다.
큰돈이 아니니 힘이 덜 드는 방법을 택한 겁니다.

오늘 아침에는 옷이 너무 젖어 혼자 벗기가 힘들었습니다.
유치원 방학이라고 시골에 온 손녀에게 
소매를 잡아당기라고 하여 겨울 웃옷을 벗었습니다.
속옷을 쥐어짜니 땀이 주르르 주르르.

“갑자기 내가 왜 이 고생을 사서 하나 하는 생각이 드네.”
“그러게. 누가 그 고생 하라고 시켰어요?”

1년에 한두 번은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대부분은 4~5일 연속으로 풀을 베고 난 뒤에 그런 생각이 듭니다.
우직하게도 13년 동안이나 한 번도 제초제를 치지 않고
해마다 50시간 정도 예초기를 돌렸습니다.

어떤 이가 그러더군요.
풀약을 치면 간단한데 그렇게 고생을 할 필요가 뭐 있냐고.

아직도 고생을 덜 해서 그렇다고.
자그마한 땅을 구해 시골에 들어와 사는 게 꿈이었는데 
뜻밖에 내 분수에 넘치게 1,000평이 넘는 땅을 갖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그게 하늘의 뜻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가꾸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주신 선물이라고 말입니다.

사서 하는 고생이라구요? 아니지요.
내가 가장 좋아하고, 내가 가장 잘 하는 것
그걸 하면서 살 수 있으니 제 삶이 얼마나 행복한가요?

10년 이상 풀약을 치지 않았더니
지렁이가 나오고, 땅강아지가 나오고,
연못에는 해마다 왕잠자리가 찾아오고, 개구리와 뱀이 나오고...
봄부터 겨울까지 꾀꼬리, 뻐꾸기, 후투티를 비롯한 
수십 종의 새들이 놀러오고... .
그게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요? 
비록 타샤의 정원은 못 되더라도 말입니다.

찻숟가락 하나 정도의 흙 속에는 
1억 마리 이상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도 목숨을 가지고 있으니 함께 살아야지요.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내가 다시 아파트로 들어가 살아야겠지요.
 
꽃과 나무를 심어 가꾸는 동안 건강도 좋아졌습니다.
보는 사람마다 얼굴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퇴직 후에 만약 시골에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저는 하루 종일 뭘 하고 지냈을까요?
허구한 날 가까운 산이나 오르내리고 있겠지요.

나이가 더 들면 그땐 어떡할 거냐고 묻기도 합니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되겠지요.
아들, 딸이 이곳에 들어와서 나처럼 살면 다행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내가 오랫동안 일군 이 땅을
어딘가에 기부하는 것도 한번 생각해 봅니다.

정윤영  gcilbonews@daum.net

정윤영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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