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7월 21일) 주일 아침은 조금 불쾌한 마음으로 출발했습니다. 저는 SNS를 비교적 잘 활용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늘과 같은 경우는 그것의 폐해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만듭니다. 차라리 카카오톡을 들춰보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목회자인 제가 주일은 상쾌하게 시작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4년 전(2015년)에 몇몇 사람들이 고등학교 신우회를 조직했습니다. 몇몇이라 했지만 20 여 명의 고등학교 동문들이 의기투합해서 만든 것입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알리고 홍보해서 회원이 2백 명을 넘어섰습니다. 회장님을 중심으로 임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임은 물론입니다.

단출할 때는 가족적인 분위기로 서로가 서로를 생각해 주면서 재미있게 운영되었습니다. 회원들 간에 조금 서운한 점이 있어도 양보하며 사랑으로 감싸는 분위기였습니다. 밀어주고 끌어주며 선후배의 정이 도타워짐을 자랑스럽게들 생각했습니다. 메마른 세상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따뜻함이 있었습니다.

주 안에서의 사랑이 이런 것이라고들 생각했습니다. 1년에 네 번 분기별로 모이는데, 그 기간이 길다고 느껴질 땐 이른바 ‘번개팅’이라는 이름으로 수시로 만나기까지 했으니까요. 뭐라 그럴까요, 청춘 남녀가 헤어지면 보고 싶고, 만나면 더 오래 같이 있고 싶어 하는 그런 심정이라고나 할까요.

짧은 연륜의 신우회였지만 적지 않은 일들을 해냈습니다. 순교자 손양원 목사님과 우리 학교의 관계를 더욱 굳건하게 했으며, 해외에서 헌신하는 동문 선교사들을 지원하는 일, 어려운 동문 목회자 교회 후원, 신우회 회원 애경사 챙기기 등... . 하나님이 함께 하심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귀한 임마누엘을 경험하였습니다.

회원의 숫자가 점점 늘어났습니다. 100명을 넘고 200명까지 넘어서게 되었습니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 속담이 있지요. 숫자가 늘다 보니 문제가 하나 둘씩 노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신앙에 정치를 결부시켜 자신의 주장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나타난 것입니다. 같은 성경으로 한 하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들이지만 사랑과 섬김의 방법은 차이가 있을 수 있지요.

그런데 자신의 신앙만이 옳고 다른 사람의 것은 다 틀렸다는 식의 주장들이 고개를 치켜들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이단성으로 인해 교계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는 목사의 동영상을 버젓이 올려 회원들의 활동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도그마(Dogma)는 기독교가 교계 내뿐 아니라 세상에 끼친 폐해 중 대표적인 것입니다.

이렇게 흐르다 보니 신우회 초창기 멤버들조차도 분위기에 편승해 극단적인 소리를 주저함 없이 합니다. 문재인은 빨갱이라느니, 대한민국이 곧 공산화된다느니, 이런 흐름으로 가다간 기독교가 소멸된다느니 등으로 사회 혼란에 부채질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소리는 나라와 국민을 얕잡아 보는 소리입니다. 또 기독교 2천 년 역사를 폄하하는 천박한 인식을 드러내는 것밖에 안 됩니다.

지금 세상은 기독교를 조롱하고 있습니다. ‘우리들만의 천국’은 예수님이 바라시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한 영혼이라도 더 구원받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분은 부활 승천하시면서 제자들에게 당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행 1:8).

위의 말씀에서 사마리아는 유대인이 철천지원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에게 가서 ‘나의 증인’이 되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피하지 말고 천국 복음을 전하라는 거예요. 그것뿐이 아닙니다. ‘땅 끝’까지 가라고 하십니다. 혀만의 믿음이 아니라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곳까지 가서 영육(靈肉)을 다 바쳐 천국 복음을 전하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제기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북한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의 문제입니다. 괴멸(壞滅)시킬 대상인가 아니면 구원의 대상인가? 저와 다르게 해석할 사람들이 또 없지 않을 거예요. 전 북한도 구원의 대상에서 비껴있지 않다고 확신합니다. 행 1:8의 '땅 끝'에 북한도 분명 포함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틀리다'고 쉬 정죄하는 자세가 아닙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끌어안는 아량이 필요합니다. 극단적 주장을 일반화하려는 기독교인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러나 곰곰 따지고 보면 그들의 잘못만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 복음을 전한 초기 선교사들이 근본주의 신앙인들이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모임에서 갈등과 분열의 단초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것 두 가지가 있습니다. 종교와 정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한 한 이 두 가지 이야기는 삼갑니다. 모임에서 더 중요한 것을 찾아 대화합니다. 신앙인들의 모임에서 피할 것은 정치적인 얘기입니다. 여당 지지자가 있는가 하면 야당을 지지하는 사람도 있고, 보수당 지지자가 있는가 하면 개혁 내지 진보적인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세상이 신앙에 종속되는 구도면 좋겠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일부 종교 지도자연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종교가 세상의 제도와 지위에 결박되어 있지나 않나 싶을 정도입니다. 정치에 그렇게 민감할 수가 없습니다. 선거 때만 되면 '기독교'란 단어를 넣어 급조한 정당으로 사람들을 출마시켜 하나님 얼굴에 먹칠을 합니다. 3% 득표도 못하는 당이 무슨 하나님의 당이냐고 세상 사람들이 비아냥댑니다.

이 글은 우리 신우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사회가 다기화(多岐化)되어 자기 생각과 맞는 모임이 많습니다. 사이버 공간도 마찬가지구요. 그런 데 가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면 뭐라고 할 사람이 있겠습니까. 지지 받지 못하는 극단적인 글을 올리는 것은 애써 가꾼 신우회를 깨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이명재 목사(본 신문발행인, Ph. D)

신앙적 바탕이 탄탄한 사람들이 우리 신우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누구에게 영향을 받고 신앙의 관점을 바꿀 회원들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극단적 주장의 동영상, 글, 기사 등을 올리지 마십시오.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이런 것은 분열의 씨앗밖에 안 됩니다.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도 아닙니다.

* 이 글은 신우회 소통 SNS에 올리려고 썼던 것을 의도와는 달리 또 다른 분열을 가져올 것 같아 피하고 이곳에 공유하는 것입니다.

이명재  lmj2284@hanmail.net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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